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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김지훈 감독

“일상의 참혹한 학교폭력 연출 괴로워…더는 이런 주제 안 다뤄지는 날 오길”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2-05-03 19:47:12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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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전 연극으로 접한 日희곡 영화화
- 스스로 목숨 끊은 학생 편지 속 가해자
- 사건 덮으려는 그들 부모 추악함 그려

- 국내 다양한 학폭 사례들 작품에 참고
- 도덕적 양심과 자식 사랑 사이의 경계
- ‘부모가 나라면…’ 이 사회에 고민 던져

영화 ‘친구’에서 준석(유오성)의 담임선생은 따귀를 때리며 “느그 아부지 머하시노?”라고 말한다. 부모의 가정교육을 비꼬는 말로, 듣는 이의 감정을 무척 상하게 만든다. 그리고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말도 이와 비슷한 뉘앙스로 자존심을 상하게 만든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김지훈 감독의 신작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노골적인 제목만큼 그 메시지 또한 강렬하다.

일본의 극작가이자 고교 교사이기도 한 하타사와 세이코의 동명 희곡을 한국에 맞게 각색해 영화화한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스스로 강물에 몸을 던진 한 학생의 편지에 가해자로 지목된 4명의 학생들, 그리고 자신의 아이를 위해 사건을 은폐하려는 가해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학교 폭력’이라는 소재를 가해자 부모들의 시선에서 그려낸 것이 독특하다. 설경구 오달수 고창석 등이 가해 학생의 부모 역을 맡아 어른들의 추악한 민낯을 보여준다. 더불어 천우희와 문소리가 각각 임시 담임선생과 가해 학생 부모 역을 맡아 끝까지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기 위해 노력한다. 코로나19와 출연 배우의 사생활 문제로 크랭크업 5년 만에 관객과 만나게 됐다. 그 사이 김 감독이 나중에 연출한 ‘싱크홀’이 먼저 개봉되기도 했다.

최근 온라인 화상으로 만난 김 감독은 “이런 소재로 영화를 만든 것 자체가 겁이 나고 두렵다. 아픈 아이들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작은 창구가 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기도 하다”는 개봉 소감을 전했다. 이어 “감독으로서 관객을 못 만난다는 것은 생명력이 소멸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계속 제 마음속에 있었던 것은 피해 학생의 아픔을 관객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 아이의 영혼이 어떻게 무너지고, 그 아이가 얼마나 아파했을까라는 것을 관객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다”고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를 연출한 이유를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10년 전 본 연극에서 출발한 영화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를 연출한 김지훈 감독. 마인드마크 제공
김 감독이 연극 ‘니 부모의 얼굴이 보고 싶다’를 처음 접한 것은 설경구 손예진 주연의 ‘타워’를 마친 10년 전이다. 당시 연극 ‘니 부모의 얼굴이 보고 싶다’는 한국 무대에 올려져 ‘제2의 도가니’라고 불리며 큰 반향을 일으켰었다.

“연극을 봤을 때 처음 느껴지는 감정, 공감되는 정서는 분노였다. 아이의 영혼이 무너지는 그 순간들이 계속 느껴지면서 분노가 치솟았다.”

그는 분노를 원동력 삼아 영화를 기획했고, 원작자인 세이코 작가와 연락을 취했다. “일본에서도 많은 분이 영화화를 제안 한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러던 차에 우리의 제안에 마음이 움직였던 것 같다.” 세이코 작가는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김 감독의 2007년작 ‘화려한 휴가’를 보고 영화화를 허락했다는 후문이다. ‘화려한 휴가’를 연출한 감독이라면 자신의 희곡도 영화로 잘 만들 것이라는 믿음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믿음이 있었기에 김 감독에게 큰 짐을 덜어주는 말도 해줬다. “작가님은 원작의 내용을 신경 쓰지 말고, 새로운 무대를 만든다 생각하고 상상력을 키워서 하나의 아픔을 잘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더라. 그것이 저에게 또 하나의 힘이 됐다.”

일본을 배경으로 한 희곡이기 때문에 각색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 “원작이 워낙 탄탄하고 메시지가 강렬해서 손을 댄 것은 부모의 직업이나 한국적 정서, 시간과 공간의 확장 정도였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가해자의 시선으로 들어가 각색해야 하는 작업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원작의 힘은 가해자 부모의 시선이라는 참신함이었다. 가해자의 마음을 알아가는 과정을 스스로 밟으며 이를 입체적으로 풀어냈다.” 또한 원작에 자주 등장하는 플래시백을 줄이고, 사건도 국내 학교 폭력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참고했다.

■가해자 부모가 피해자 부모가 되다

스스로 강물에 몸을 던진 한 학생의 편지에 남겨진 4명의 가해 학생 이름, 가해자로 지목된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려는 부모들의 추악한 민낯을 그린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마인드마크 제공
‘니 부모의 얼굴이 보고 싶다’는 시나리오를 완성하는데 무려 5년의 시간이 걸렸다. 앞서 김 감독은 각색의 어려움을 토로했는데, 가해 학생 부모의 직업을 한국에 맞게 고쳤다. “우선 주인공 강호창은 초고 단계에서부터 변호사였다. 뭔가 전문적인 느낌보단 변두리에 있는 접견 전문 변호사로 그렸다. 그 외에 의사와 전 경찰청장, 학교 내 선생님 등은 시나리오를 쓴 김경미 작가의 설정을 따랐다. 기득권 핵심에 선 병원장, 그리고 학교 내부 정보 접근이 쉬운 선생님, 여기에 법의 감시를 조종할 수 있는 변호사와 경찰청장. 부모들의 직업군 선택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룬다 생각했다.”

이야기의 구성면에서는 가해자의 부모가 어느 한순간 피해자의 부모로 전환되는 반전이 중요했다. 과거에 벌어진 자식들의 사건에 반전이 등장하고, 그러는 사이 현재의 가해자 부모들 사이에서도 입장의 변화가 생기면서 영화적 재미가 극대화되는 것이다. “폭력의 연속성이라고 해야 할까. 아이들의 폭력 세계가 어른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는 부분을 브리지로 만들고 싶었다.” 극 중 강호창(설경구)은 도지열(오달수)과 함께 가해 학생 부모들을 이끄는 역할을 하는데, 어느 순간 왕따가 되고 자신이 궁지 몰리게 된다.

■피해 학생의 마음, 가해 학생 부모의 마음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에 등장하는 학교 폭력을 보면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참혹한 장면들이 등장한다. 가해 학생들은 물리적 폭력은 물론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폭력도 아무렇지 않게 행하는 것이다. “이것은 실제 일어나는 일이다. 그래서 촬영 내내 괴로웠다. 연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감정을 오롯이 느끼고 전달해야 하는 것이 연출자에겐 너무나도 가혹한 상황이었다.”

감독이 이렇게 느낄 정도니 실제 촬영한 배우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어린 배우들이 걱정돼 대화를 자주 했고, 부모님들도 오셔서 이야기를 나누며 촬영했다. 너무 착한 아이들이라 촬영 중 힘들어하면 멈추기도 했다. 모두가 아프고 힘든 과정이었지만 같은 목표를 가지고 헤쳐나가야 했다.” 실제 폭력을 가하는 장면에서는 가해 학생 역의 배우들이 너무 약하게 연기해 NG가 나기도 했다. 김 감독은 너무 미안했지만 ‘너희가 세게 해야 관객들이 피해 학생의 마음에 더 다가갈 수 있다’고 다독거리며 촬영했다.

학교 폭력의 촬영이 그 참혹함 때문에 힘들었다면 가해 학생들의 부모 촬영은 부모의 마음과 도덕적 양심의 경계 때문에 힘들었다. 실제 많은 부모는 자식이 잘못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식의 앞날을 걱정하며 덮어주려고 하지 않을까.

김 감독은 “나 역시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우리 아이가 피해자가 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있었는데 원작을 보며 ‘우리 아이가 가해자가 되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이 생겼다. 그리고 연출 후에는 고뇌는 깊어지고 시선은 넓어진 것 같다. 자식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가해자들 부모의 얼굴에서 때로는 나의 얼굴이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혼란스럽고 고통스럽더라”고 했다.

부모의 잘못을 고발하는 자식은 있어도 자식의 잘못을 고발하는 부모는 흔치 않다. 그것도 청소년기의 자식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김 감독도 그런 현실적인 고민을 했을 터다. 그래서 ‘니 부모의 얼굴이 보고 싶다’는 우리에게 또 다른 고민의 여지를 남기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를 통해 김 감독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약해진 것은 아니다. “이 영화를 통해 학교 폭력이 있어서는 안 되고, 한 아이의 영혼이 이렇게 힘들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길 바랄 뿐이다. 인간이 인간에게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짓이 영혼을 파괴하는 것이다. 그것은 회복 불가한 영원한 상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교 폭력이 사라져 더 이상은 이런 영화가 안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것이 김 감독의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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