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기관 간 협업 사업도 활발
- 시립교향악단은 박물관 공연도

“참 아름다운 많은 꿈이 있는 이 땅에 태어나서 행복한 내가 아니냐~ 큰 바다 있고 푸른 하늘 가진 이 땅 위에 사는 나는 행복한 사람 아니냐~”(노래 ‘아름다운 나라’ 中)

부산시립미술관 3층 전시 공간에서 진행된 명상 프로그램. 김미희 기자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여성 중창단의 청아한 노랫소리가 부산시립미술관 3층 로비를 가득 채웠다. 미술관이 순식간에 공연장으로 변신했다. 별다른 공지 없이 수요일 오후 2시가 되자 깜짝 콘서트가 펼쳐진 것. 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은 노랫소리에 이끌려 하나둘씩 로비로 모였다. 관람객들은 이색적인 광경에 스마트폰으로 인증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수지(28) 씨는 “미술관은 정숙한 공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공연이 열려 신기하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나는 미술관에 ●●하러 간다’ 전시와 연계한 행사다. 부산시립예술단의 풍성한 공연이 매주 펼쳐질 예정이다.

지난 11일 부산시립미술관 3층 로비에서 열린 부산시립합창단의 공연 모습.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이뿐만이 아니다. 미술관에서 스트레칭 드로잉 명상 체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프로그램 예약은 오는 21일까지 일찌감치 마감됐다. 황서미 학예연구사는 “선착순 사전 신청을 받아 진행하는데 관람객의 반응이 뜨겁다. 미술관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원하는 시민의 문화 갈증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매달 세 번째 목요일에 다음 달 프로그램의 전체 예약을 받는다. 전시가 진행되는 6개월 동안 100여 차례의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황 학예연구사는 “많은 관람객이 진정한 여가를 미술관에서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처럼 부산지역 문화공간에서 경계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가 눈길을 끈다. 이는 ‘문화시설은 시민이 언제나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라는 부산시의 문화정책 기조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문화기관 간 협업사업도 활발해졌다. 부산시립미술관과 (재)부산문화회관은 지난달 업무협약을 맺고 오는 10월 13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에서 문화예술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지난달 부산박물관 대강당 로비에선 부산시립교향악단의 연주회가 열리기도 했다.

인문학과 음악의 만남도 기대를 모은다. 부산 지역 젊은 음악가들의 모임인 ‘아리 앙상블’은 제8회 정기 공연인 ‘책 읽어주는 음악회’를 오는 21일 오후 6시 부산문화회관 챔버홀에서 개최한다.

청소년 권장도서인 소설 ‘데미안’을 다채로운 연주로 느껴볼 수 있는 무대다. 아리 앙상블은 피아니스트 강인경과 유상경, 바이올리니스트 하고운, 첼리스트 이지수, 퍼커션 홍성률, 편곡 이경이로 구성됐다. 사회는 박시현 경성대 초빙교수가 맡는다.

사회자가 데미안의 일부 내용을 읽어주고, 음악회가 끝난 뒤 감상평을 남겨준 관객을 대상으로 책 선물을 준다. 아리 앙상블 강인경 대표는 “문학과 음악이 어우러지면 관객에게 더 깊은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기획한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전석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