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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편의 시조] 신공후인 /주강식

  • 안수현 문학평론가
  •  |   입력 : 2022-05-18 18:56:10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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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홍 꽃이 필 때 검은 복면 날벼락

화장장 불길 앞의 갈림길에 마주했다

저승의 번득이는 칼날 날름대는 불길 앞에



살점이 꽃잎처럼 불길 속에 재가 되네

다시는 오지 못할 불길 속 먼먼 길

저 님아 건너지 마오 그 강물 건너지 마오





5월 초순 일주일 간 홍자색 꽃을 피우다 지는 영산홍은 철쭉과 친척이다.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의하면 진달래보다 늦게 피고 철쭉보다는 일찍 핀다고 했다. 조선 시대 세종 때 일본에서 들여 온 수입종이다. 영산홍 사랑은 인조가 각별했던 모양이다. 정사에 소홀했던지 신하들이 창덕궁 영산홍을 모조리 베어버렸다고 전한다. 일상을 가르는 순간 ‘검은 복면’은 ‘화장장’을 삼키는 ‘불길’을 마주하며 타인의 얼굴로 객관화된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물끄러미 침묵한 채로 응시하고 있음이다. 인류학자 프레이저(James G. Frazer)는 인간의 문명이란 미신과 주술에서 종교로, 종교에서 과학으로 진화되었다고 했다. 종교는 희생제의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특히 기독교의 원죄, 불교의 윤회와 같이 번제 의식은 공동체 불행의 전이를 차단하기 위한 기원과 상상이다. ‘불길’은 대지에 ‘재’를 남기며 세계로 흩어지는 영혼을 발산한다. 이름 모를 백수광부 아내의 공무도하 절규의 그림자는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끝나지 않은 롱 코비드(Long COVID) 사태로 사랑하던 ‘님’을 보낸 강물만 바라보며 여옥이 타는 공후인의 진혼곡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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