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으로, 가수로, 다큐 해설로
- 다양한 방식의 활동가들 소개
- 전세계 7개 단체 활약상도 그려
- 알기 쉬운 설명에 그림 곁들여

한 어린 소녀는 어느 날 집 마당에서 지렁이를 한 움큼 들고 와 자기 침대 위에 올려두었다. 흙 위를 기어 다니는 것보다 폭신한 침대가 더 좋을 거라 생각했는지 모른다. 놀란 엄마가 딸에게 말했다. “제인, 지렁이는 침대에서 살 수 없단다. 흙을 떠나면 죽거든.” 소녀는 허둥지둥 지렁이를 흙 위에 놓아주었다. 소녀는 가만히 고슴도치나 다람쥐를 지켜보는 걸 좋아했다. 자연에 관한 시를 쓰고, 반려견과 함께 산에 오르거나 해변을 거닐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자랐다. 이 소녀가 제인 구달이다. 훌륭한 동물학자이며 환경운동가가 된 제인 구달의 어릴 적 지렁이 이야기가 흥미롭다. 그 체험이 제인 구달의 삶을 이끌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어요’에 소개된 자연 다큐멘터리 전문가 데이비드 애튼버러. 이 책은 화가 6명이 그림을 그렸다. 꿈터 제공

‘우리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어요’는 영국의 작가 벤 러윌이 36명의 환경운동가, 7곳의 환경단체를 소개하는 책이다. 지구 환경 문제를 미래 주인공인 어린이가 재미있게 읽고 생각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어려운 전문용어 등을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인물을 중심으로 환경 이야기를 풀어간다. 침팬지를 안고 있는 제인 구달의 모습은 어린이도 잘 안다.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을 시작한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 노래를 통해 환경운동을 펼치는 미국의 힙합 아티스트 시우테즈칼, 우리나라 환경운동연합 창립자 최열 등의 발자취를 보여준다.

영국 청년 데이비드 애튼버러는 스물여덟 살 방송 제작자였다. 자연 다큐멘터리 ‘주 퀘스트’ 프로그램을 찍기 위해 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에 갔다가 아름다운 자연에 푹 빠져 버렸다. 촬영을 마치고 귀국했는데, 방송 하는 날 해설자가 갑자기 병이 나 데이비드가 대신 하게 됐다. 시에라이온에서 자연과 사랑에 빠진 데이비드의 친절하고 열정적인 해설은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때부터 데이비드는 다큐멘터리 해설자자 되어 세계를 돌아다니며 지구의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을 전했다. 오지의 사람들, 경이로운 열대 식물, 신비로운 동물의 행태를 50년 넘게 전해왔다. 환경다큐멘터리 시리즈로 환경오염 실태를 알리고 보호하는 일도 했다.

인도 북쪽 하르드와르에 사는 소녀 리디마 판데이는 절망 속에서 환경의 중요함을 알았다. 리디마가 다섯 살이던 2013년 거대한 홍수가 마을을 덮쳤다. 숲이 무너지고, 도로, 다리, 마을의 집, 수많은 사람과 동물이 거센 물길에 떠내려갔다. 리디마는 두렵고 또 화가 났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었다. 홍수의 원인은 이상 기후 변화, 그리고 건물을 짓기 위해 환경 파괴는 신경도 쓰지 않고 강둑을 허무는 건축허가를 한 인도 정부에게 있었다. 리디마는 아홉 살이던 2017년 인도정부를 상대로 고소장을 냈다. 아홉 살 소녀가 13억 인구의 나라 인도 정부에 맞선 일은 큰 국제 뉴스가 됐다. 리디마는 지금도 정부가 나서서 숲과 강, 땅을 보호해야 미래 세대가 다시는 끔찍한 고통을 겪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러스트레이터 6명이 그린 다채로운 그림도 눈길을 끈다. 이 책 속 36명 환경운동가에게는 저마다 사연이 있고, 그 일을 계기로 환경운동을 시작했다. 7곳의 단체는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이면서 만들어졌다. 지구의 환경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모두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걸 말해주는 책이다. 누군가 우리 대신 지구를 지켜줄 거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