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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오마주’ 감독 신수원

세대 초월 여성영화인 연대기 “그들의 개척 정신에 존경과 위로를”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2-05-31 19:48:57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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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세대 女감독 영화필름 찾게 된
- ‘워킹맘’ 중년감독 고군분투기
- “故 홍은원 감독 이야기가 소재”

- ‘기생충’ 이정은 단독 주연 눈길
- “모든 걸 내던져 연기하는 배우
- 주부 등 여러 모습 표현에 적격”

영화감독들은 한 번쯤 자신의 정체성을 돌아보는 영화를 연출하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신수원 감독의 ‘오마주’는 현재 한국에서 영화를 연출하는 여성감독으로서 자신의 기원을 돌아보는 동시에 과거와 현재 여성 영화인들의 연대를 뜻하는 상징성이 있는 영화다.

1962년과 2022년을 잇는 아트판타지버스터 영화 ‘오마주’는 한국 1세대 여성감독 홍은원의 영화 ‘여판사’를 복원하게 된 중년 여성감독 지완의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시네마 시간여행을 그린다. 여성 영화인이 거의 없던 1950년대부터 1960년대, 자신의 꿈을 향해 활동했던 한국 영화의 1세대 여성감독에 대한 ‘존경, 경의’를 보내는 영화다. 또한 ‘기생충’으로 대중에게 강한 인상으로 남긴 이정은의 첫 단독 주연 영화이기도 하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 감독은 “20년 전 영화를 시작할 때는 여성감독이 몇 명 없었다. 지금은 여성감독의 영화가 늘어났고, 양질의 작품이 나오고 있다. 고무적인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영화계가) 예전보다는 좋아졌지만 아직은 여성이 소수이고, 남녀 차별이 존재하기에 지지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감독은 단편영화 ‘순환선’(2012)으로 칸영화제 카날플뤼스상 수상, ‘명왕성’(2013)은 베를린국제영화제 수정곰상 수상, ‘마돈나’(2014)는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초청, ‘유리정원’(2017)은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는 등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굳건히 구축하며 시네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오마주’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의 두 번째 여성감독 홍은원에 빠지다

선배 영화인들의 ‘삶과 영화’에 박수와 찬사를 전하고, 꿈과 현실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선사하는 영화 ‘오마주’를 연출한 신수원 감독. 준필름 제공
신 감독이 ‘오마주’의 뼈대를 구축한 것은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 감독은 MBC 창사 50주년 특별기획 ‘타임-여자만세’를 촬영하면서 1세대 여성감독인 박남옥, 홍은원에 대해서 알게 됐다. “두 감독님 이야기가 너무 버라이어티했다. 그런데 ‘여자만세’ 다큐멘터리에서는 15분 정도 분량밖에 담지 못해서 너무 아쉬워서 나중에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오마주’ 스토리의 뼈대 정도를 구상해서 시놉시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흘러 2019년 늦가을 ‘젊은이의 양지’ 후반작업을 하면서 다시 꺼내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득 의문이 드는 것은 한국의 첫 번째 여성 영화감독인 박남옥이 아니라 두 번째 영화감독인 홍은원을 소재로 했다는 점이다. “박 감독은 여성영화제에서 발굴하고 조명해서 많이 알려졌는데, 홍 감독은 그보다는 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15년간 조감독 생활을 했다는 사실도 인상적이었다.”

팬데믹 시대에 홍은원 감독의 딸이 국내에 있어서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이나 홍 감독의 친구이자 한국 최초의 여성 편집기사인 김영희 기사와 인터뷰했던 경험도 주요했다.

무엇보다 ‘오마주’에서 중요했던 것은 지완이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는 영화 ‘여판사’(1962)다. 홍 감독의 데뷔작인 ‘여판사’는 당시 흔치 않았던 여판사 진숙을 통해 여성에게 결혼 생활과 사회생활의 평화로운 공존은 가능한가를 질문하는 영화다. 신 감독이 시놉시스를 썼던 2011년에는 볼 수 없었으나 2016년 필름을 기증받아 복원됐다. “‘여판사’는 지금 시각에서 보면 촌스럽지만 그 당시 시각으로 봤을 때는 모던한 연출이다. 여성감독으로서 새로운 시선으로 연출하려고 노력했던 듯하다. 그런데 다 복원된 건 아니고 3분의 1이 없다. 정말 저도 영화 속 지완처럼 사라진 필름을 찾을 수 있길 간절히 바랐다.” ‘오마주’에서는 지완이 지방 극장의 영사실에서 ‘여판사’의 필름 일부분을 찾게 되는데, 이 장면은 60년의 세월을 잇는 여성 영화인의 연대를 보여주는 감동을 준다.
한국 1세대 여성감독 홍은원의 영화를 복원하게 된 중년 여성감독의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시네마 시간여행을 그린 ‘오마주’. 신수원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며, 이정은의 첫 단독 주연 영화이다. 준필름 제공
■현재를 사는 여성감독 지완, 그리고 이정은

‘오마주’의 주인공 지완은 “엄마 영화는 재미없다”는 대학생 아들과 “나만 돈을 버냐”며 늘 밥 타령하는 남편과 지지고 볶으며 산다. 게다가 작품성은 인정받으나 잇따른 흥행 실패로 슬럼프에 빠진 중년의 여성감독이다. 그러니 실제 신 감독의 이야기가 아니냐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실제 이야기가 20% 정도라고 했는데, 저도 워킹맘이기도 하고 집에 들어가면 일상이 있다. 모든 영화가 실제에서 영감을 얻지만 노트북에 앉는 순간 막 바뀐다. 영화는 다큐가 아니니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중년의 워킹맘을 지완을 통해 반영하고 싶었다.”

지완을 사실적이고 매력적인 인물로 숨 쉬게 만든 것은 역시 이정은의 역할이 컸다. 신 감독은 이정은이 영화 ‘미성년’에서 부둣가를 휘젓고 다니던 모습과 ‘기생충’ 중 빗속에서 문을 열어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을 보고 모든 것을 내던지고 연기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잠깐 나오는데도 사람의 시선을 끈다는 것은 배우가 매력을 지녔다는 것이다. 지완은 집에서는 평범한 주부이고, 밖에 나오면 감독인 두 가지 역할을 한다. 그런 면에서 너무 많은 얼굴을 가진 정은 씨가 적역이었다.”

그런데 지완 역을 맡은 이정은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누군가를 닮았다는 느낌이 스친다. 단발머리에 안경을 쓴 모습이 신 감독을 떠올리게 한다. “원래 커트 머리를 원했다. 그런데 당시 드라마 ‘로스쿨’ 촬영 때문에 머리를 자를 수 없다고 하더라.” 실은 이정은과 의상 팀, 분장 팀이 단합해 신 감독을 속인 것이다. 신 감독과 비슷해 보이도록 헤어, 의상, 소품 등을 맞췄다. “나중에 그것을 알았다. 심지어 의상 실장이 제가 신던 비슷한 신발을 주기도 했다. 그들의 작전에 말려들었다(웃음).”

이정은과 함께 중요했던 배우는 바로 한국 최초 편집기사이자 홍 감독의 친구 영희를 연기한 이주실이다. 영희는 ‘여판사’의 사라진 일부 필름을 찾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며, 지완과 이불보를 접으며 과거와 현재 여성 영화인의 연대를 보여준다. “이주실 선생님은 저도 모르게 필름 편집하는 것을 배우셨다. 특히 필름을 목에 두르는 장면은 선생님의 애드리브로, 필름 편집기사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셨다. 선생님의 열정에 너무 감사드린다.”

■다시 꿈을 꾸는 감독

‘오마주’의 포스터를 보면 제목 위에 ‘꿈꾸는 사람들의 빛나는 그림자’라는 카피가 있다. 감독은 항상 다음 영화를 꿈꾸고, 자신의 영화가 상영되는 영화관에 많은 관객이 모여 함께 웃고 우는 모습을 꿈꾼다.

2년 전 신 감독의 이전 작품인 ‘젊은이의 양지’로 인터뷰할 때 “이정은 씨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오마주’를 지난주에 크랭크업했다”며 밝게 웃었던 것을 기억한다. “‘오마주’는 편하게 이야기하고 싶고, 시나리오도 편하게 써졌다”며 빨리 관객과 만나길 바라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행복해 보이기도 했다. 그 모습이 기억에 남아 차기작에 대해서 물었다. “준비하고 있는 게 하나 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사실은 투자받기 전에는 말을 못 하겠다. 준비해도 투자 안 되면 엎어지기도 하니까.”

팬데믹 이후 관객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상업영화는 물론 예술영화계나 저예산 독립영화계는 더욱 제작하기 힘들어졌다. 상업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제작에 들어가기 힘든 것이 요즘 영화계다. “영화를 찍지 못하면 아르바이트해야 한다. 돈 없을 때는 특강이나 시나리오 심사, 시간강사로 돈을 번다. 그런데 영화로 돈 벌고 싶다.”

2012년 단편영화 ‘순환선’으로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카날플뤼스 수상, 2015년 ‘마돈나’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받았던 때를 떠올리며 “칸영화제에 갔던 그때를 어떻게 잊겠는가”라는 신 감독. ‘오마주’는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신 감독 자신과 여성 영화인뿐만 아니라 영화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위로와 격려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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