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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브로커’ 주연 송강호

“고레에다 감독과 BIFF서 첫 인연…수상 위한 연기는 않을 것”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2-06-14 19:37:54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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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거장감독 임에도 권위의식 없어
- 한국어 대사 뉘앙스 조언해드려
- 가족 동행 칸서 수상 의미 남달라

- 강동원·배두나 오랜만에 호흡 반가워
- 개인적으로 이지은 팬… 신났었죠

‘넘버 3’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살인의 추억’ ‘괴물’ ‘밀양’ ‘변호인’ ‘택시운전사’ ‘기생충’. 지난 20여 년간 한국 영화사에 이정표를 세운 영화들이자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 송강호의 출연작이다. 그리고 그가 또 한 편의 영화 ‘브로커’로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폐막한 제75회 칸영화제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최근 온라인 화상으로 만난 송강호는 “너무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 기쁘다는 감정보다는 최고 영화제에서 이런 순간을 ‘브로커’와 함께한 친구들과 나란히 앉아서 맞이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그리고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님, 박해일 씨도 계셔서 너무 행복했던 순간이었다”며 수상 당시의 감격스러운 순간을 떠올렸다.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한국 연출작이자 송강호를 비롯해 강동원 이지은(아이유) 배두나 이주영 등이 호흡을 맞춘 ‘브로커’는 베이비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영화다. 송강호는 세탁소를 운영하지만 뒤로는 동수(강동원)와 함께 버려진 아기를 매매하는 브로커 상현 역을 맡아 ‘송강호’다운 연기로 새로운 ‘칸의 남자’가 됐다.

칸영화제를 다녀온 이후에도 각종 행사 및 김지운 감독과 함께 작업하는 영화 ‘거미집’의 막바지 촬영 등의 일정을 소화한 탓인지 심한 감기와 몸살을 앓았다는 송강호는 인터뷰에 앞서 이제는 다 낳았지만 목소리가 좋지 않다며 양해를 구했다. 그리고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에 얽힌 소감 및 후일담과 ‘브로커’의 고레에다 감독을 비롯해 함께 연기한 배우들 등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건넸다.

■‘수상 요정’, ‘수상자’가 되다

영화 ‘브로커’에서 버려진 아기를 매매하는 브로커 상현 역을 맡아 한국 배우 최초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 이로써 그는 명실상부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써브라임 제공
송강호와 칸영화제의 인연은 오래됐다. 그는 2006년 ‘괴물’로 칸영화제를 찾은 이후 ‘밀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박쥐’ ‘기생충’ ‘비상선언’ 등으로 여러 차례 칸을 찾았었다. 그리고 2007년 ‘밀양’으로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2009년 ‘박쥐’로 박찬욱 감독이 심사위원상을, 2019년 ‘기생충’으로 봉준호 감독에게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해 송강호가 출연한 영화로 칸을 가면 상을 탄다고 해서 ‘수상 요정’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런데 정작 송강호 자신만 상과 인연이 없다가 드디어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안았다. ‘수상 요정’이라는 말에 호탕하게 웃은 그는 “영화배우로서 작품을 하고, 연기를 한다는 것이 어떤 영화제나 상을 위해서가 아니다. 전도연 씨부터 박찬욱 감독님, 봉준호 감독님과 기쁨과 영광을 같이 나누긴 했지만 그게 어떤 목표를 두고 영화제를 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브로커’도 마찬가지”라며 “항상 좋은 작품 통해 많은 관객분들과 소통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다. 그를 위해 열심히 하는 과정에서 작품으로서 인정을 받아 출품도 되고, 이렇게 수상도 하게 된다”고 담담하게 수상의 의미를 전했다.

또 송강호에게 이번 수상은 개인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 처음 칸 영화제에 가족 모두와 함께 갔고, 시상식이 열린 극장 2층에 가족이 앉아 기쁨을 나눌 수 있었던 것이다. “누구나 가장 중요한 자리에서 가족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에 대한 표현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 귀한 자리에서 또 가족들 앞에서 그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저에게는 가장 큰 의미가 있는 순간이었다.”

■고레에다 감독과 ‘브로커’의 시작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영화 ‘브로커’. 제75회 칸영화제에 초청돼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CJ ENM 제공
송강호와 고레에다 감독의 첫 만남은 2007년이었다. “그해 부산국제영화제 때 한 호텔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나 잠시 인사를 나눴다”는 송강호는 “평소 고레에다 감독님의 영화를 감동적으로 봐와서 그 만남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6, 7년이 지나 다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났다. “그때는 ‘브로커’가 아니라 ‘요람’이라는 제목이었다. 당장 들어갈 영화는 아니지만 이런 영화를 같이 하자고 한 것이 시작이었다.”

고레에다 감독 또한 “송강호 배우는 ‘브로커’의 시작점이었다. 처음부터 송강호 배우를 염두에 두고 쓴 시나리오이고, 현장에서도 감독이자 작가인 나조차 늘 자극받을 만큼 굉장한 연기를 보여줬다”며 송강호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표했다. 둘 사이에는 첫 만남부터 영화를 하는 동지로서 끈끈한 무언가가 엮여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와 감독의 만남은 지난해 4월 부산에서 ‘브로커’의 첫 촬영을 하면서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브로커’를 촬영하면서 송강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일본 감독이기에 한국어 대사와 한국 촬영에 대한 생소함이 있었을 텐데 이에 대한 도움을 받았던 것이다. 특히 대사 부분에서는 매일 편집본을 송강호와 보며 미묘한 뉘앙스에 대한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송강호는 “자꾸 저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해서 민망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 일본 감독님이시니까 살짝 놓칠 수 있는 우리말의 어감이나 미묘한 차이를 조심스럽게 말씀드린 것인데 그것이 크게 와닿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감독님은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물어보고 수용하며 소통했다. 권위 같은 것들은 가지고 계시지 않았고, 정말 친구처럼 즐겁고 행복하게 작업을 했다”며 낯선 공간 속에서도 덕장의 면모를 보여준 고레에다 감독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브로커’의 배우들

‘브로커’는 송강호에게 반가우면서도 새로운 배우들과의 만남을 주선한 영화다. 먼저 상현의 파트너 동수 역을 맡은 강동원과는 ‘의형제’ 이후 12년 만에 호흡을 맞췄고, 형사 수진 역의 배두나와는 ‘복수는 나의 것’ ‘괴물’ ‘마약왕’에 이어 네 번째 만남이다. “강동원 씨는 정말 제 막냇동생 같다. 그 정도로 소탈하고, 정말 사심 없이 얘기할 수 있는 형제 같은 편안함이 있다. 진심으로 길 잃은 사슴의 눈망울을 잊지 못할 것 같다. 그의 연기 열정과 자세, 태도까지 제가 사랑하는 배우다. 배두나 씨는 저하고 제일 많이 연기한 여배우다. 베테랑이 갖고 있는 노련함은 제가 감탄할 정도다. 이번에도 또 깜짝 놀랄 만한 그런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강동원과 배두나가 반가움이었다면 아기의 엄마인 미혼모 소영 역의 이지은과 수진의 후배 형사 역의 이주영과는 처음 만나 새로움을 느꼈다. “저도 이지은 씨가 출연한 ‘최고다 이순신’ ‘나의 아저씨’ 등 안 본 드라마가 없을 정도로 팬이었다. 그래서 같이 한다고 했을 때 반가워서 탄성이 나왔다. 이지은 씨는 소영 역을 제 예상보다 수십 배는 더 잘 해낸 것 같다. 이주영 씨의 매력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잠재력이 점점 더 커진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훌륭하게 잘했지만 앞으로 더욱 기대할 만한 배우다”며 후배 배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송강호 자신도 이런 좋은 후배 배우들과 연기하면서, 그리고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더 좋은 연기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생겼을 법하다. 하지만 그는 기본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는 “배우로서 수상이 영광스럽고 기쁜 일이지만 달라질 건 하나도 없다”며 “항상 최선을 다하지만 성공할 수도 있고 좀 아쉬운 결과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런 것은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배우라는 직업은 단거리 주자가 아니라 평생 인생과 같이 가야 한다는 그런 생각들이 힘이 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로서 우리 시대의 얼굴을 대변하는 배우 송강호가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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