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못 버린 것을 다 쓸고 지나가는
참지 못해 내뱉은 말 자란 만큼 달래는
새벽녘 치는 도량석
저건 분명 설거지다
누구나 ‘어제 못 버린 것’이 어디 한두 가지랴. 산업화가 가져온 능력주의(Meritocracy)는 살아가는 기준을 매스컴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널찍한 마당 한 켠 구석에서 세차하는 근육질 남성은 영웅적으로 서사되는 반면, 영웅에게 종속된 여성은 창문을 활짝 연 주방에서 행복하게 설거지하는 TV 광고 영상은 남녀의 성 역할과 능력에 대한 왜곡을 생산한다. 남성 능력자의 의도된 성차별과 여성혐오를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설거지만큼 ‘귀차니즘’이 있을까싶다. 이 땅의 간 큰 남자들을 향한 ‘참지 못해 내뱉은 말’은 혼인제도가 초래한 가치의 진공을 농락하고, 변질된 실용적 사랑(pragma)의 ‘설거지론’으로 재현되기도 한다. 일부 젠더로 구별하려는 페미니즘적 설거지 논리로서 회자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령대와 상관없이 ‘나 혼자 사는’ 1인 가구의 통계는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는 키워드다. 그 만큼 설거지는 저항할 수 없는 영원한 사회적 담론이 되어버렸다. ‘다 쓸고 지나가는’ ‘도량석(道場釋)’의 수계를 받는 설거지는 성불로 이어지는 최종 단계임을 깨닫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