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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과 스님 자존심 건 승부…부처의 가르침 기막힌 해학으로 풀어

그 장면 여기서 찍었네 부울경 촬영명소 <9> 영화 ‘달마야 놀자’ 김해 은하사

  •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
  •  |   입력 : 2022-06-26 19:50:56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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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어산 금관가야 설화 얽힌 사찰
- 전설에 따르면 2000년 전 창건

- 영화 전체분량 90% 여기서 찍어
- 여러 대결 속에 불교정신 투영
- 깨달음의 명대사들 큰 감동 안겨

- 조계종 스님들 처음엔 촬영 반대
- 막상 시사회 감상하더니 큰 만족

경남 김해시의 영산 신어산(神魚山) 자락에는 인도에서 금관가야 왕비로 시집온 허황옥 설화와 연관이 있는 절이 있다. 2000년 전에 조성된 대표적인 가야시대 명찰인 은하사다. 김해시민이 즐겨 찾던 소박한 이 사찰이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게 된 데는 21년 전인 2001년 코믹 액션물인 ‘달마야 놀자’라는 영화 촬영지였다는 것도 한몫했다.

당시 조폭 영화가 한창 유행했는데, 이 영화는 결을 달리하는 명작으로 꼽힌다. 사찰의 앞마당 법당 사찰 지붕 등을 가리지 않고 많은 장면이 촬영됐다. 이후 사찰 돌탑에 이끼가 두꺼워질 정도로 꽤 시간이 흘렀지만 영화애호가들은 사찰 입구의 ‘달마야 놀자 촬영지’라는 입간판을 통해 재미와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영화에 대한 기억을 소환한다. 영화가 주는 무게감과 감동이 그만큼 강렬했기 때문일 것이다. ‘달마야 놀자’는 요즘도 유튜브 영화 소개 채널을 통해 존재감을 되새긴다. 유튜브 숏 채널에도 조폭과 스님의 해병대 기수 까기 같은 장면이 올라온다.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듯 예전 촬영 현장으로 들어가 본다.
은하사 경내 전경. 사찰 뒤쪽으로 신어산의 준봉들이 병풍처럼 사찰을 감싸안고 있다.
■조폭 들이닥친 사찰… 스님과 신경전

영화의 줄거리는 업소의 주도권을 놓고 다른 조직과 격전을 벌이다 궁지에 몰린 재규(박신양 분) 일당이 도피처를 찾다 사찰로 숨어든다는 설정으로 출발한다. 전체 영화의 무려 90%를 이 절에서 찍었다. 성난 승냥이마냥 으르렁거리는 이들에게 주지 스님(김인문 분)은 일주일을 묵게 허락한다. 하지만 사정상 절에 더 머물러야 하는 조폭과 이를 반대하는 스님과의 목숨을 건 내기가 벌어진다. 족구 경기에서 승리를 노렸지만 스님들의 연습 플레이에 기가 죽은 조폭들은 화투로 종목을 바꿔 1승을 챙긴다. 인근 장유폭포 부근에서 찍은 ‘물속 숨 참기’ 내기에서 조폭 측이 한 번 더 승리를 거둔다.

대웅전 법당에서 조폭이 큰 소동을 벌인다. 법당 청소를 하다 불상의 귀 하나를 깨트린다. 슬쩍 붙여놓았지만 이후 스님 일행이 불공을 드리는 사이 갑자기 불상에서 털썩 떨어진다. 스님들은 일제히 건달들을 쫓아내야 한다며 들고 일어났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주지 스님은 “야 이놈아 너희들 마음속에 부처가 있는데 귀 하나 떨어진 게 대수냐”며 일갈한다. 물론 귀가 떨어진 불상은 소품이었다. 대웅전은 그때나 지금이나 많은 사부대중이 부처의 깨달음을 궁구하기 위해 찾는 곳이다.

대성스님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 게임을 벌이던 연못을 가리키고 있다. 정현당 앞에 있으며, 촬영 당시는 지금보다 더 규모가 작았다고 스님이 들려준다.
■‘압권’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이 영화의 압권은 다소 난해한 불교의 정수를 기막힌 해학과 웃음으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그중 하나가 주지 스님의 제안으로 이뤄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게임이었다. 건달 하나가 자신의 배 위에 바닥 한쪽이 깨진 장독을 얹자 나머지 인원이 물을 계속 쏟아붓지만 소득이 없다. 그러던 중 재규가 장독을 들고 냅다 절 문 밖 연못에 ‘풍덩’ 빠트린다. 재규는 “스님, 독을 호수에 넣어 물을 가득 채웠습니다”는 말과 함께 호탕하게 웃는다. 스님은 빙그레 ‘염화시중의 미소’를 날리며 조폭의 손을 들어준다.

독을 빠트린 촬영 장소는 스님이 기거하는 정현당 앞 작은 연못이다.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보여줬던 연못은 실제 보니 생각보다 작다. 20년 넘는 세월이 지났지만 연꽃이 핀 연못은 말없이 푸른 하늘을 담은 채 길손에게 미소를 짓는다. 부처와 가섭존자가 나눈 ‘이심전심’이 이런 분위기일까.

■마침내 우정이 싹트고

사찰 기와지붕 위는 건달들이 자기 조직과 교신하기 위해 휴대전화 통화를 하는 신을 찍은 곳이다. 사찰 지붕을 올려다보노라면 위태롭게 매달려 애타게 통화를 시도하는 건달의 모습이 어른거려 웃음이 절로 나온다. 촬영 장소는 강당으로 사용되는 보제루 지붕이다.

아웅다웅하던 스님과 건달 사이에 미움 대신 속 깊은 정이 쌓인다. 건달 중 하나가 스님의 대장 격인 청명 스님(정진영)을 유인해 각목으로 때려 기절시키자 재규는 이를 심하게 나무란 뒤 청명을 구해온다. 사찰 부엌에서 군불을 때며 오간 재규와 청명의 대화도 흥미롭다. 청명은 재규에게 “너희들 내려가 봐야 나쁜 짓만 할 테니 이곳에서 중이 되자”고 뼈있는 권유를 한다. 사찰 부엌문을 열고 다시 불을 지피면 금방이라도 이들 두 사람이 나타나 진한 사람 냄새 나는 대화를 이어갈 것만 같다.

한편 이 영화는 당시 조폭 영화라는 선입견 때문에 스님들이 영화 촬영을 반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서울 시사회에 참석한 조계종 큰 스님들은 크게 만족했다는 후일담도 들려온다. 이후 2004년 ‘달마야, 서울 가자’는 속편이 나올 정도로 명성을 떨쳤다. 대본과 영상미, 등장인물의 연기 등에서 호평받아 많은 사람의 뇌리에 깊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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