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와 미래의 기술적 괴리 등
- 작품 유지 고민 담은 15점 소개
미디어 작가 히토 슈타이얼의 3채널 영상 ‘타워’는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부가 실패한 현대판 바벨탑 재건 사업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의 한 게임회사가 1인칭 슈팅 게임으로 만드는 설정을 통해 기술과 전쟁의 이면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 작품이다. ‘타워’는 핏빛 붉은 벽면에 커브드 디스플레이(55인치) 3개와 붉은 무대, 붉은 의자로 연출된다.
 |
| 히토슈타이얼의 3채널 영상작품 ‘타워’.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
이러한 설치 매뉴얼은 뉴미디어 매체 작품의 가변적 특성을 보여준다. 먼저 붉은 플랫폼은 기본 골자에 따라 미술관이 독립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전시장마다 다르게 구현될 수 있다는 얘기이며, 다만 작가의 최종 승인은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디스플레이다. 깊은 몰입감을 주는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현재 단종됐다. 평면 디스플레이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부산현대미술관은 현재 수급 가능한 모니터를 구입했다)
기술 발전의 속도가 가속화하면서 신기술이 과거의 기술로 사장되는 속도가 빨라지는 오늘날 뉴미디어 작품을 소장하는 미술관은 원형 보존과 복원, 전시와 관련된 문제를 겪고 있다. 부산현대미술관은 이러한 고민을 전시로 풀어낸 소장품 기획전 ‘그레이박스 이후: 수집에서 전시까지’를 다음 달 17일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그레이박스’란 전통적 갤러리라 할 수 있는 ‘화이트큐브’와 필름·비디오를 투사하는 어두운 공간 ‘블랙박스’가 융합된 공간으로, 기술 발전과 그로 인한 매체 확장에 따라 등장한 이름이다.
부산현대미술관이 소장한 269점 가운데 뉴미디어 영상 영상설치 등 ‘기술’과 ‘시간’의 특성을 가진 작품은 80% 이상을 차지한다.
기술은 시간에 따라 항상 변화하고 시간은 고정적이지 않아 소장과 전시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특히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온라인 네트워크가 필요한 최근작들은 가변적이고 비물질적인 특성이 더욱 심화하는 추세다. 전통적인 수집 방향과는 다른 인식의 전환이 요구되는 이유다.
이번 전시에는 히토 슈타이얼의 ‘타워’를 포함해 영상과 영상 설치, 웹(넷) 아트 및 가상현실, 디지털 페인팅, 디지털 조각, 퍼포먼스 작품 등 15점이 소개된다. 이들은 매체의 가변성, 이전 기술과 새로운 기술의 충돌, 데이터화된 비물질적 작품, 기록으로만 남아있는 퍼포먼스 등 근본적인 작품 양식의 변화를 보여주며 이에 적합한 소장 시스템을 질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