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
떨어지면
하나씩
밀려가는
얼굴이
하나 둘 셋…
동심원을
따라간다
가는 길
어디까지일까
우산 속에 보인다.
‘빗방울’의 무게를 애써 견디려 하지 않는 오늘 아침의 창문은 가려지지 않은 화해와 편안함을 안겨 준다. 삶과 죽음을 경계 짓는 파멸의 재앙은 전쟁과 페스트를 거쳐 현대판 역병(Plague)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질병은 인간이 자초한 업보이다. 자연은 우리에게 무턱대고 질병을 안겨 준 적이 없었다. 질병은 우리로 하여금 제도와 사회에 대해 원망과 불신을 가득 담은 시선을 강요한다. 이것이 반복되는 역사의 순환이라면 오히려 슬픈 사건이다. 그렇게 ‘밀려가는’ 얼굴은 결코 느리고 조용하게 사라지는 영혼이 아니다. 안타까움과 더불어 망설임 없이 따라가는 ‘동심원’의 성전은 외부 타력에 의해 감금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설령 때 아닌 회오리바람이 불어서 돌이킬 수 없는 우리의 ‘길’을 막아선다 할지라도 ‘우산 속’에서 꼭 지켜봐야겠다. 길은 여전히 우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고 마침내 똑똑한 출구가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