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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라노]한산대첩 '학익진'은 완벽한 전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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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지난 23일 오후 7시,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 3000여 명이 모였습니다. 임진왜란의 전세를 역전시킨 ‘한산대첩’을 소재로 한 ‘한산: 용의 출현’ 시사회가 있었거든요. 라노도 ‘애정’하는 배우 박해일과 변요한·김성규가 출동한다는 소식에 달려갔어요. 열대야로 땀이 뚝뚝 흐르는 날씨에도 관객들은 김한민 감독의 촬영 뒷얘기를 들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23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시사회에서 배우 박해일과 변요한이 관객과 소통하고 있다.
박해일 배우는 “영화 촬영할 때 부산에서 장기간 묵었다. 코로나19가 창궐해서 힘들게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 완성본을 관객분들 앞에 선보이니 감개무량하다”고 했습니다. 변요한 배우는 “전투 장면이 51분 나온다. 한산해전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는데요.

시시회가 끝날 무렵 주최 측에서 나눠준 부채에 새겨진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운명을 바꿀 압도적 승리’. 이순신 장군의 든든한 ‘뒷배’였던 유성용은 회고록인 ‘징비록’에서 한산대첩에 대해 ‘이 한 번의 전투로 적(일본)의 팔 하나를 잘라버렸다’고 적었습니다. 임진왜란 발발 15일 만에 한양을 내어준 조선은 어떻게 일본의 팔 하나를 잘라버릴 수 있었을까요? 호기심 대마왕인 라노가 알아봤습니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순신은 무인(武人)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많은 글을 후대에 남겼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신하가 왕에게 중요한 일을 보고할 때 쓴 글을 ‘장계’라고 하는데요. 한산해전의 내용이 담긴 장계 ‘견내량파왜병장’은 이순신 함대가 당포에 도착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이곳에서 이순신은 어부 ‘김천손’으로부터 중요한 첩보를 듣습니다. 왜선 70여 척이 견내량(거제도와 통영 사이의 바다)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 이순신은 경상우수사 ‘원균’과 전라우수사 ‘이억기’를 불러 모아 대응책을 논의합니다. 이때 원균은 ‘곧바로 전투에 나서자’고 주장. 반면 이순신은 원균에게 “공은 병법을 모르는군요!”라고 비판하면서 전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당시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육지전에선 큰 승리를 거둔 것과는 달리 바다에서 고전하자 승부수를 던집니다. 일본의 정예 장수들만 따로 불러 모아 연합수군을 만든 것이죠. 거대 ‘엘리트부대’와 맞서 싸워야 했던 조선 수군은 제대로 된 전략이 필요했습니다. 이때 이순신은 그 유명한 ‘학익진 전법’을 꺼내 듭니다. 적선을 양쪽에서 감싸 공격하는 학익진은 넓은 바다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데요. 당시 왜선이 정박해있던 견내량은 폭이 좁고 작은 섬도 많아 학익진을 구사하기 어려웠습니다.

어떻게 난관을 극복했냐고요? 1592년 7월 8일. 조선의 주력 전선(戰船)인 판옥선 6척이 견내량에 정박해있던 왜군을 공격합니다. 접전을 벌이던 판옥선이 물러나자 일본 수군의 배인 안택선이 쫓아오는데요. 조선 수군의 ‘유인작전’에 걸려든 것이죠. 안택선이 확 트인 한산도 앞바다에 이르자 조선 수군은 학이 날개를 펼치듯 에워싸 버립니다. 판옥선과 거북선이 집중포화를 퍼붓자 왜선 73척 중 47척이 격파됩니다.

조선의 주력 전선(戰船)인 판옥선은 배가 물에 잠겨있는 깊이가 얕아 제자리 회전이 가능했다.
그렇다면 ‘압도적 승리’를 안긴 학익진 전법은 완전무결한 것일까요? 오랜 기간 이순신을 연구해온 학자들은 “단점도 많다”고 입을 모읍니다. 제장명 순천향대 이순신 연구소장은 “안택선이 뒤쫓아오는 상황에서 판옥선이 학익진을 펼치게 되면 조선 배와 일본 배가 뒤섞일 우려가 있다. 안택선이 상대적으로 판옥선보다 빠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학익진을 펼치려면 배의 정면이 적함을 향해야 합니다. 함포를 쏠 수 있는 구멍은 배의 측면에 많이 있는데 말이죠. 그래서 이순신은 적을 포위한 상태에서 재빨리 전함 측면이 적함을 향하도록 방향을 선회합니다.

또 다른 복병도 있었습니다. 당시 조선의 화포는 화약 따로, 탄환 따로였어요. 한번 쏘고 나면 다시 장전하기까지 시간이 꽤나 걸렸습니다. 그 틈을 타 일본군이 접근해 조총을 쏘아댈 위험이 컸습니다.

이순신은 이러한 한계를 모두 알고 있었어요. 한산해전 당시 우리 전선은 2열 횡대로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었는데요. 앞선의 판옥선이 화포를 쏘고 뒤로 물러나면 뒤에 있던 판옥선이 앞으로 나가 화포를 쏘는 식으로 사격의 공백기를 없앴습니다.

안택선의 화포는 뱃머리 쪽 1~ 2문과 좌우 각 1문 정도가 고작이었습니다. 그에 반해 직사각형 형태의 판옥선은 사방에 화포를 배치할 수 있어 장거리 공격에 효과적이었다고 제 소장은 설명합니다.

특히 판옥선은 배 밑 모양이 평평해 방향 전환에 유리했어요. 물속으로 가라앉는 깊이가 낮아 회전하기가 비교적 용이했다고 해요. 결정적인 순간에 재빨리 배를 회전해야 했던 학익진 전법에 알맞은 설계라고 할 수 있죠.

한산해전은 세계 전쟁사에서도 유명합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한산해전에서 대패하자 ‘해전 금지’ 명령을 내릴 정도였습니다. 일본의 정예 군사만 모아 수군을 만들었는데도 불구하고 대패했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이순신 장군의 행적을 뒤쫓는 과정에서 가장 놀랐던 대목은 전쟁 경비 마련. ‘이순신의 진실’을 쓴 김덕수 공주대 교수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 조정은 수군에게 물자를 지원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순신은 병사들과 소금·질그릇을 굽거나 과메기를 만들어 내다 팔아 군량·무기를 마련했다”고 설명합니다.

20여 년 가까이 이순신의 삶을 연구한 김 교수는 “한국 정치인들이 이순신 리더십을 반만이라도 닮았으면 좋겠다”고 하는데요. 식량과 전쟁물자를 직접 조달하고 최상의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 끝없이 연구한 노력형 지략가 이순신. 여러 모로 혼란스러운 이 시기에 ‘현대판 이순신’이라 부를 수 있는 정치인은 누가 있을지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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