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출장 중 만난 주점 여주인
- 물안개 일기/조득춘 지음/스토리팜/1만6000원
연극인이면서 이따금 문학의 열병을 앓는 조득춘 씨가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지인들을 일차 독자로 한 ‘카톡 소설’에서 태어난 작품이다. 그 지인 중 한 시인에게서 ‘참말 같은 거짓말이 소설’이라는 말을 들었다. 저자는 ‘참말 같은 거짓’을 감쪽같이 둘러대기 위해 일기 형식의 소설을 썼다. 소설에서 ‘나’는 초로의 한국 남자이다. 선박 관련 현장 작업 관계로 일본 출장 중이다. 우연한 기회에 한국어로 ‘물안개’인 ‘미즈키리(水霧)’라는 작은 주점의 중년 여주인 히로코를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의 만남을 격정과 담담함으로 풀어 가며 문화의 차이, 사랑과 갈등 그리고 이별을 자전적 일기 형식으로 그렸다.
# 살인범된 제자 글 쓰게 했더니
- 패트릭과 함께 읽기/미셸 쿠오 지음/이지원 옮김/후마니타스/2만2000원
미국 남부 가난한 지역의 대안학교에서 만난 흑인 청년과 아시아계 교사의 인종과 계급을 초월한 우정과 연대의 기록. 미셸 쿠오는 미국 미시간주의 대만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아칸소주 델타의 퇴교생들을 모아 놓은 학교에서 2년간 영어를 가르칠 때 패트릭을 만났다.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학교를 떠났는데, 어느 날 아끼던 학생 패트릭이 살인죄로 재판을 기다린다는 소식을 듣고 남부로 돌아간다. 저자는 구치소에서 매일 패트릭과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한 사람이 어떻게 타인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 마라 맛 뒤 숨은 중국 생활방식
- 중국의 맛/김진방·김상윤·손덕미 지음/따비/1만5000원
한국에 온 중국 관광객들은 삼계탕집 앞에 줄을 서고, 한국의 거리에는 마라탕과 훠궈식당이 들어섰다. 중국인은 부대찌개는 좋아하지만 김치찌개는 싫어하고, 한국인은 중국음식점에서 접하던 것과는 다른 중국 현지 음식의 맛과 향이 낯설다. 한국은 고춧가루나 고추장의 형태로 직접 섭취해 입에서 속까지 얼얼하다. 중국은 고추나 화자오, 마자오를 기름에 볶아 매운 향과 맛을 뽑아내므로 입에서만 얼얼하다. 이 책은 가까운 듯 먼 한중의 관계처럼 친숙한 듯 낯선 중국의 맛을 풀어낸다. 중국 음식문화는 쏸라(시고 맵고), 톈쏸(달고 시고), 톈셴(달고 짜고), 같은 복합적인 맛을 선호한다. 중국의 맛 뒤에 숨어있는 중국인 사고방식과 생활방식도 알 수 있다.
# 삶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사람들
- 당신의 마지막 이사를 도와드립니다/김석중 지음/김영사/1만4800원
“내가 죽으면 내가 남긴 물건들은 어떻게 되나요?” 누구나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한다. 생명은 유한하고, 죽음이 찾아올 순간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한 사람이 사망하면 고인이 사용하던 물건 중에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려야 할까. 저자는 유품 정리의 가치와 필요성을 발견한 뒤 한국에 최초로 유품 정리 서비스를 도입했다. 우리나라 1호 유품정리사로 불린다. 저자는 “주인과 함께 천국으로 이사를 보낸다”는 마음으로 예의를 다해 물건을 소중히 다룬다고 한다. 그 마음이 책 제목에도 담겼다. 고인이 살았던 현장에는 한 사람의 인생과 생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유품정리사로서 저자가 전하는 죽음과 이별을 준비하는 마음을 읽다 보면 숙연해진다.
# 외로울 때 친구가 돼준 ‘닐스’
- 엄지 소년 닐스/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일론 비클란드 그림/김라합 옮김/창비·1만3000원
삐삐 시리즈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에게는 또 하나의 대표 캐릭터 ‘닐스’가 있었다. ‘엄지 소년 닐스’는 스웨덴에서 1949년 출간된 동화집에서 선보였다. 린드그렌과 40년 동안 일하며 가장 많은 그림을 그린 일론 비클란드의 그림을 입고 1955년에 그림책으로 재출간됐다. 누나가 죽고 혼자 남은 아이 베르틸은 온종일 엄마 아빠가 공장에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외롭고 심심한 베르틸은 어느 날 침대 밑에서 엄지 소년 닐스를 만난다. “꼬꼬마 휘리릭” 주문을 외치면 베르틸도 엄지 소년처럼 작아진다. 베르틸은 닐스가 있어 더는 외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