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토벤 바이러스’ 감독 맡아 명성
- 33년 만에 고향 부산서 활동나서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예술감독으로 유명한 서희태(57) 지휘자가 33년 만에 고향 부산으로 돌아왔다. 그는 지난 5월 17일 열린 KNN방송교향악단 제4회 정기연주회에서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로서 취임을 알렸다. 최근 서 음악감독을 만나 취임 뒷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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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희태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가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주연 기자 |
그가 이날 포디엄에 서기까지는 순탄치 않았다. 취임연주회를 앞두고 불과 며칠 전 설암이 재발한 것이다. 그는 병원 응급실과 연습실을 오가며 공연을 준비했다. 서 음악감독은 이번 일을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그는 “단원들이 새로 온 지휘자가 목숨을 내놓고 공연을 준비하는 모습을 본 이후로 저를 보는 눈빛부터 바뀌었다”면서 “76명 단원 모두 연주에 대한 준비나 연주 실력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고 말했다. 다행히 성공적으로 수술이 진행돼 건강을 되찾았다.
대학 졸업 이후 오랜만에 귀향한 소감은 어떨까. 서 음악감독은 “부산은 아쉽게도 공연 티켓 예매율이 떨어지는 도시 중 하나”라면서 “고향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역량이 많진 않겠지만, 청소년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 피아니시모(매우 여리게)의 아주 작은 소리까지 관객들이 느끼려면 집중해야 하고 조용해야 한다. 이런 연주를 선보일 수 있는 무대가 생기려면 양질의 관객이 필요하다. 서로 공연 티켓을 구하려고 아우성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클래식의 대중화를 이끈 지휘자로 잘 알려졌다. 서 음악감독은 지난 1월 공식 취임 이후 가장 먼저 후원단체인 ‘무직페라인’을 만들었다. 기존 후원단체인 ‘K프렌즈’에 이은 두 번째 후원조직을 결성한 것이다. 한 달 만에 회원 39명이 모였다. 악단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무직페라인 회장은 강경진 엔씨(NC)부산 대표가 맡았다.
그는 “그동안 일반적인 음악가들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어떤 제안이 와도 겁내지 않았다. 첫 도전이 안정적인 전임교수 자리를 포기하고,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예술감독 제의를 수락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결정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드라마의 성공 이후 각종 방송 출연은 물론 ‘김연아 아이스쇼’의 오케스트라 지휘 등 다양한 공연을 선보였다.
정통 클래식을 고집하는 이들의 눈에는 이단아로 비칠 법하다. 하지만 그는 “클래식의 이단아가 아니다”면서 선을 그었다. 서 음악감독은 “좋은 음향을 갖춘 공연장에서 마이크 없이 오로지 연주자들의 역량으로 공연장을 울리는 어쿠스틱 연주를 좋아한다”며 “클래식 음악을 왜곡하는 게 아니라 어떤 일이든 도전해보고 싶고 새로운 장르가 개척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연주자들이 행복해야 그 행복이 관객에게 전해지고 문화가 풍성해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부산대 음악과를 거쳐 오스트리아 빈 시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 오페라과, 이탈리아 도니제티 아카데미 오케스트라 지휘과와 오페라 지휘과를 졸업했다. 서라벌대학 음악과 전임교수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