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고려 때부터 온갖 잎사귀 싸 먹은 ‘쌈의 민족’

선비들의 텃밭 조선의 채마밭- 홍희창 지음 /책과나무 /1만8000원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20년간 텃밭 가꾸어온 저자
- 상추 등 선비들 작물 이야기
- 관련 詩·문헌기록 통해 소개
- 채소 재배기술·활용팁 담겨

‘상추는 가난한 선비 같아서/ 담박한 맛이 또한 절로 위로가 되네/ 손을 씻고 밥을 잘 싸서/ 딴 생각 없이 한 끼 식사를 끝마치고/ 아침 내내 배를 어루만지면서/ 감탄하며 도리어 스스로 이르기를/ ‘선생의 오경 상자(통통한 배)는/ 이것으로 가득찼다’고 하네’. 조선 선비 이학규의 시 ‘상추쌈을 먹고’이다. 텃밭에서 금방 따온 상추를 깨끗이 씻어 내온다면 가난한 밥상이라도 고마운 마음으로 받은 선비의 마음이다.
텃밭에서 갓 딴 여러 가지 채소를 한 바구니에 담으니 싱그럽고 먹음직하다. 저자는 책에서 성호 이익의 ‘성호사설’을 인용해 고려와 조선 때부터 우리는 이미 ‘쌈의 민족’이라고 전해준다. 책과나무 제공
우리 선조들은 어떤 작물을 길러 먹었을지 궁금한 독자에게 ‘선비들의 텃발 조선의 채마밭’을 권한다. 20년 가까이 텃밭을 가꾸는 홍희창 씨가, 수십 종 채소를 가꾼 경험에 식물학과 인문 지식을 더해 쓴 책이다. 전작 ‘이규보의 화원을 거닐다’에서 고려 시대 식물 인문학 이야기를 들려준 데 이어 두 번째 이야기이다.

저자는 2003년 봄, 주말농장에서 텃밭을 시작했다. 부산은행을 퇴직하고 밀양 삼랑진으로 귀촌해 텃밭 ‘터앝’을 가꾸고 있다. 2015년 조경기사 자격증을 딸 만큼 식물을 심고 키우고 가꾸는 것을 좋아한다. 수십 종 채소와 100여 그루 나무를 키우는 이야기는 ‘터앝을 가꾸며’라는 제목의 글로 120회에 걸쳐 저자가 참여하는 밴드와 은행 동우회 카페에 연재했다.

이 책에는 선비들이 채소 등을 읊은 시, 작물과 관련된 문헌기록과 자료가 풍성하다. 자료도 흥미롭지만, 하나하나 찾아내 소개하는 저자의 정성이 대단하다. 텃밭을 가꾸는 마음이 이렇게 알뜰 하구나 짐작이 된다. 선비의 텃밭은 물론 서양에서 텃밭을 가꾼 저명 인사와 도시 텃밭, 우주텃밭과 남극 세종기지 실내농장까지 소개한다. 영화 ‘마션’에서 화성에 홀로 남은 주인공이 감자를 심던 모습을 이야기하고, 남극 세종기지에서 장기간 보관이 어려운 채소를 직접 키우는 상황도 말해준다. 농경의 역사가 시작된 시기는 까마득하지만, 현재에도 새로 시작되는 곳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인간은 먹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복원한 조선 시대 온실(세미원).
저자는 조선 후기 실학자 성호 이익의 저서 ‘성호사설’에서 ‘만물문’의 한 대목을 소개한다. “원나라 사람 양윤부의 시에, ‘고려 식품 중에 맛 좋은 생채를 다시 이야기하니 향기로운 여러 채소를 모두 수입해 들여온다’고 하고, 스스로 주를 달기를 ‘고려 사람은 생나물로 쌈을 싸 먹는다’고 하였다. 조선 풍속은 지금까지도 오히려 그러해서 소채 중에 잎이 큰 것은 모두 쌈을 싸서 먹는데, 상추쌈을 제일로 여기고 집집마다 심으니, 이는 쌈을 싸서 먹기 위한 까닭이다.” 잎이 큰 것은 모두 쌈을 싸서 먹었다니 역시 우리가 쌈을 좋아하는 내력이 있었다.

선비 이옥이 상추쌈 먹는 과정을 쓴 대목은 입에 침이 절로 돈다. “왼손을 크게 벌려 승로반(구리쟁반)처럼 만들고, 오른손으로 두텁고 큰 상추를 골라 두 장을 뒤집어 손바닥에 펴 놓는다. 이제 흰 밥을 취해 큰 숟가락으로 퍼서 거위알처럼 둥글게 만들어 상추 위에 올려놓되….” 쌈을 처음 싸서 먹는 외국 관광객에게 ‘고려, 조선 시대부터 내려온 쌈 싸 먹기 깨알 정보’라고 알려주고 싶다.

상추뿐이랴. 저자는 선비가 심고 가꾸었던 작물을 하나하나 들어가며 연관된 이야기와 재배법 등을 재미있고 친절하게 알려 준다. 우리가 매일 먹는 채소에 관한 인문 지식과 선비가 가꾸었던 텃밭의 역사적 이야기도 함께 푼다. 채소 재배 기술과 활용법 팁도 담겼다. 텃밭이 있는 사람은 바로 적용해 볼 수 있겠다.

채소와 꽃을 심고 흙을 만지고 있으면, 복잡했던 머리도 차분해지고 마음도 안정된다. 코로나 시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는 ‘반려식물’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집안에서 화분을 키우거나 베란다를 작은 정원으로 만들고, 옥상에 텃밭을 꾸미거나 주말농장을 찾는다. 아주 옛날, 농사꾼이 아닌 선비들도 텃밭을 가꾸고 채소를 재배했을 때부터 그 일은 시작된 것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6일 개막 BIFF도 ‘암살자(들)’ 후폭풍…레드카펫·무대 행사 줄취소
  4. 4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5. 5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6. 6‘가덕도신공항 청신호’… 실무 맡았던 대우건설 이강석 대표이사 공식 취임
  7. 7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8. 8[사설] 가덕도신공항 공사비, 법 개정 앞서 정부가 힘 실어야
  9. 9신세계 센텀시티서 부산 대표 미식 브랜드 팝업
  10. 10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1. 1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2. 2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3. 3[속보] 李 대통령 지지율 37.4%.. 민주 42.5%, 국힘 38.4%
  4. 4[속보] ‘실탄 없이 경계 근무’ 사례 추가 확인, 국방부 기관 경고 방침
  5. 5‘盧 수사’ 與-한동훈 논쟁 확전…“석고대죄하라”-“성역화 말라”
  6. 6젤렌스키 또 북한·한국 언급, 러, 北에 제트추진 드론 기술도 공유한 듯"
  7. 7아시안게임 논란에 병역특례 도마 위…정치권 개편론 확산
  8. 8국힘, 장외집회로 정부·여당 압박…민주 “張, 북치고 고함만”(종합)
  9. 9국힘 "北 지뢰 안치우면 우리 군이 치우겠다니, 이 무슨 황당무계한 소리"
  10. 10李 대통령 “무책임 극단주의 ‘무극파’ 경계" 언급.. 인선 반발 의식했나
  1. 1‘가덕도신공항 청신호’… 실무 맡았던 대우건설 이강석 대표이사 공식 취임
  2. 2신세계 센텀시티서 부산 대표 미식 브랜드 팝업
  3. 3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4. 451억 예상 임대수입 다시 계산하니 29억? 사업성 검증 논란
  5. 5전남 시·군 절반 이상이 지난해 지역사랑상품권 국비 다 못 써.. '실수요 고려 필요'
  6. 6부산의 혁신 기업들, 지역발전 동맹 결성
  7. 7누리호 5차 발사 초읽기…6일 세운다
  8. 8CU ‘리센느 빵’ 보름만에 60만 개 판매
  9. 9해운대 노을 보면서 명상…파라다이스호텔 오션힐링
  10. 10‘직원용 시스템’ 등 빈틈 공격…現 보안체계론 AI해킹 무방비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4. 4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5. 5AI로 지인 성착취물 제작 텔레그램 대화방에 유포, 잡고 보니 현직 경찰관(종합)
  6. 6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5일
  8. 8[한 손 뉴스] 1400년 역사 동래온천지구…전국 네 번째 온천도시 지정
  9. 9기장 병산저수지 때 아닌 녹조…악취 진동
  10. 10책임 더 커진 경찰, 해킹 내사…‘사이버 1호 사건’ 가능성
  1. 1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2. 2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3. 3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4. 4“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5. 5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6. 6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7. 7‘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8. 8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9. 9[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10. 10서채현,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금메달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세연-Find Your Brave
박자현-꾸지 않는 꿈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6일 (음 8월 26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5일 (음 8월 25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