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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음식 사람] <64> 포항 물회

고추장 맛따라, 해산물 철따라…달라진다 ‘포항의 맛’

  • 최원준 음식문화칼럼니스트
  •  |   입력 : 2022-08-16 19:34:46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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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넉넉한 동해 제철 해산물 썰고
- 오이 배 양배추에 양념장 얹어
- 쓱쓱 비비면 자작한 고추장 물
- 제주·속초 물회와 완전 다른 맛

- 오징어 꽁치 청어 전복 해삼…
- 그 중 으뜸은 기름가자미 물회
- 집집이 다른 담근 장맛도 매력

- 고깃배에서 한 끼 때우던 음식
- 전국 먹거리로 톡톡히 이름값

연일 폭염이다. 더운 날씨에 입맛도 떨어지고 연신 흘리는 땀으로 컨디션 조절도 힘들다. 시원한 냉면이나 밀면 한 그릇 들이켰으면 더없이 좋을 나날이다. 이때쯤 해안가 지역의 사람이면 살얼음 동동 띄운 새콤달콤한 빨간 육수의 물회를 떠올릴 것이다. 몸 속으로 전해지는 짜릿한 냉기와 목덜미로 전해지는 서늘함에 단숨에 더위가 씻겨 나간다.
포항 물회는 기본적으로 각종 생선회에 오이 배 양배추 등을 넣어 고추장만으로 비벼서 먹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은 포항 물회의 주요 생선 중 하나인 ‘미주구리(기름가자미)’.
전국에 물회를 잘하고 즐겨 먹는 지역이 다수 있다. 부산도 다양한 물회를 맛볼 수 있는 곳이지만, 속초 제주 포항이 물회의 대표적 지역이라 할 수 있다.

속초는 새콤달콤한 초고추장 베이스에 살얼음 육수와 동해에서 나는 여러 해산물을 푸짐하게 얹어 먹는 물회가 유명하고, 제주는 제주 앞바다의 여러 생선이나 소라 등을 썰어 냉수에 된장을 풀어 훌훌 들이켜듯이 먹는다. ‘자리물회’나 ‘소라 물회’ 등이 유명하다.
포항 또한 물회에 관해서는 타 지역에 지지 않는 곳이다. 동해의 풍부한 어족이 집산되는 곳이기에 연중 다양한 재료가 넘쳐난다. 그러하기에 포항사람도 일년내내 즐길 정도로 물회는 포항의 음식문화에 깊이 뿌리내린 향토음식이기도 하다.

포항처럼 물회에 진심인 곳이 있을까. 얼마나 물회를 좋아하고 자주 먹었으면, 그리고 다양한 물회가 존재했으면, 물회 앞에 지리적 표장처럼 ‘포항 물회’라는 보통명사가 생겼을까. ‘영덕대게’ ‘흑산홍어’ ‘나주배’ ‘구포국수’처럼 말이다.

‘포항물회’니까 당연히 포항 사람이 늘 먹어왔던 방식의 물회일 것이다. 그것도 처음에는 뱃사람들이 배 위에서 뱃일 사이사이에 적당히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먹던 노동식이자 간편식이었던 패스트푸드로 시작했을 것이다.

어물전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싱싱한 해산물이 가득한 모습.
잡은 생선 중 비교적 값싼 잡어를 몇 마리 쓱쓱 썰어, 된장이나 고추장 몇 숟가락 퍼넣고 물에 말아 한 그릇 뚝딱 끼니를 속이던 선상 음식이었던 것. 오죽하면 ‘물회는 먹는 것이 아니라 마시는 것’이라는 말이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이런 물회가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포항사람에게 퍼졌고, 지역을 떠나 ‘포항식 물회’라는 이름으로 널리 전국화된 것이다.

그렇다면 포항식 물회란 어떤 방식의 물회를 말하는 것일까. 일단 포항 물회는 기본적으로 속초나 제주의 물회와 달리 물회 안에 ‘물’이 없다. 물회인데 육수나 물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생선회와 오이 배 양배추 등속에 고추장만으로 비벼서 먹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생선회와 채소 고추장이 잘 섞이게끔 비벼서 먹다가 채소 등에서 물이 자작하게 나오면 그 물에 밥을 비벼 먹거나 시원한 물을 따로 넣어 국수나 밥을 말아 먹기도 한다. 그래서 ‘포항 물회는 비벼서 먹는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혹자는 포항 물회를 비빔회라고도 부른다. 사실 포항에서는 물회와 구분하는 음식으로 비빔회가 따로 있기도 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특징은 양념 베이스가 고추장이라는 것이다. 된장을 양념으로 쓰는 제주물회와는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포항 물회의 맛은 고추장 맛이 좌우한다’는 것인데, 그래서 포항의 노포 물회집은 거의 고추장을 직접 담근다. 각각의 고추장 맛이 다르기에 식당마다 물회 맛 또한 다른 것도 큰 특징 중 하나이다.

그러면 어떤 해산물로 포항 물회를 만들까.

물회는 전국 공히 그 지역에서 많이 잡히고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생선으로 만들어 낸다. 한때 포항은 동해의 최대 어업 전진기지였다. 동해의 모든 어획물이 포항에 집결했기에 동해의 풍족한 어족 대부분이 포항 물회의 재료가 되었다.

그 중에서도 포항 물회라 하면 ‘가자미 물회’ ‘오징어 물회’ ‘등푸른생선 물회’ 그 외 제철에 나는 다양한 생선을 손에 잡히는 대로 함께 섞어서 물회로 내는 잡어 물회 등이 있겠다. 그 중 포항 물회라 하면 첫째로 꼽는 것이 가자미 물회다. 일명 ‘돈지 물회’라 부르는 ‘문치가자미 물회’와 ‘미주구리 물회’라 부르는 ‘기름가자미 물회’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포항의 가자미 물회는 주로 문치가자미를 사용한 물회를 뜻한다. 문치가자미는 포항을 비롯한 경북지역에서는 ‘돈지’ ‘도다리’라는 이름으로 부르는데, 몇몇 유명한 물회집에는 차림표에 ‘돈지 물회’로 소개하기도 한다. 기름가자미로 만든 물회는 미주구리 물회로 통용되고 있다.

포항에서는 겨울철이면 등푸른생선으로 물회를 즐겨 만들어 먹는데, 주로 꽁치나 청어 등으로 물회를 만든다. 방어철에는 몇몇 식당에서 고급 물회로 방어 물회를 내기도 한다. 주로 포항 북부시장의 몇몇 식당들이 등푸른생선 물회를 제공하고 있다. 부드러운 식감에다 질릴 정도의 고소함으로, 한 번 먹으면 그 맛에 중독될 정도이다.

한때 동해의 효자 어종으로 유명했던 오징어도 포항 물회의 대표적인 식재료. 한때 전국의 포항 물회를 파는 식당의 대표 메뉴가 가자미 물회와 함께 오징어 물회였다는 것을 봐도 쉬 알 수가 있다.

오징어를 먹기 좋게 채 썰어 갖은 채소와 함께 초고추장으로 쓱쓱 비벼 먹으면 그 꼬들한 식감과 들큰한 오징어의 살점이 매콤달콤한 고추장과 어우러지며 “음~! 역시 포항 물회로구나~” 하는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것이다.

잡어 물회에는 동해의 다양한 제철 생선이 두루 들어가는데, 그 중에서도 ‘홀떼기’ ‘홋대기’라고 불리는 동해의 대표 잡어인 횟대를 함께 섞어 그 맛을 더해준다. 횟대는 둑중갯과의 생선으로 동해의 수심 100m 전후 바닥에서 새우 어류 등을 먹고 사는 20~30㎝ 소형어류다. 특히 대구 횟대는 경북 해안지역의 향토음식인 밥식해의 주요 재료이기도 하다.

매일신문 이상원 기자는 “포항 죽도시장에 가면 심심찮게 횟대가 보이는데, 다양한 물회를 선호하는 포항에서 유독 횟대 물회만 없다”고 말한다. 포항에서는 꽤 흔한 생선으로 취급받기에 횟대로만 물회를 만들어 팔면 수지타산이 안 선다는 것. 때문에 잡어 물회에 일부 섞어서 낸다. 하지만 값비싼 가자미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식감이 쫄깃하고 맛이 좋다고 한다.

포항 사람, 포항 출신 출향인의 큰 사랑으로 전국으로도 유명하게 된 포항 물회. 사시사철 즐겨 먹는 음식이면서도, 더운 날 입맛 없을 때 항상 생각나게 하는 포항의 대표 토속음식이기도 하다. 이제 여름의 끝자락이다. 시원한 포항 물회 한 그릇으로 ‘마지막 여름’을 훌훌 들이켜는 것도 참 좋은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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