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릅뜬 퉁망울눈 못생긴 흑붕어 한 놈
뽐내는 금붕어 열 놈 한방에서 해작해작
언제나 기죽지 않고 흑붕어는 씩씩해
아름다운 빛깔과 몸매로 한껏 뽐내는 금붕어들 속에 외양도 빛깔도 섞일 수 없는 흑붕어, 그러나 주변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삶을 구가해가는 줏대 있는 삶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단순히 아이들 눈에 뵈는 것만 그린 것 같은 동시조이지만 깊은 뜻을 담고 있어 어른 독자들을 불러 모으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어항은 공존과 조화의 장이다. 황금일색의 금붕어만으로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어항에 흑붕어 한 마리가 섞여 있어 보기에도 좋다. 열 마리 속에 놓인 흑붕어의 심사는 움츠리고만 있을까. 그렇지 않다. 허망한 대상에 끌려가지 않고 당당히 살아가는 흑붕어는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 될 수 있다. 자의식은 비교의식을, 비교의식은 열등의식을 낳아 스스로 한계 속에 가둔다. 외모 직업 출생이 어떠하든 그 본질의 자리에서는 차이가 없다. 어항 속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비교하지 않는 건강한 사회를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