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구름·도시… 기분따라 달리보여
화폭 위에 꽃이 피어난다. 폭죽이 터지는 것 같기도 하고, 플라멩코를 추는 여인의 화려한 몸짓 같기도 하다. 작가 김지아나 역시 그렇다고 했다. “어느 날은 꽃처럼 보이다가 다음 날엔 구름처럼 보이고, 또 다른 날엔 도시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제 작품은 그날의 기분에 따라 내가 보고싶은 대로 보면 됩니다.” 캔버스 위에 조각을 얹는 방식의 작업 또한 스케치 없이 그 순간의 영감으로 ‘그 조각이 놓여야 할 자리’에 놓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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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아나 작가의 ‘Orange inside orange’. 가나부산 제공 |
“욕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변하지 않는 무엇을 담아야 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다 깨달은 건 ‘끊임없이 내 마음이 변한다는 것’만큼 변하지 않는 게 없더라고요. 욕심을 내려놓고 친구같이 호흡할 수 있는 작업을 하기로 했어요. ‘생각의 흐름이 마음’이라는 오쇼의 말처럼 관객이 보고 떠오르는 대로, 그게 자신의 마음이라 여기고 감상하시면 돼요.”
그의 작품은 소재를 알면 더 놀랍다. 캔버스 위에 올려진 무수한 조각들은 작가가 직접 구워낸 도자(포슬린)다. 도자는 단단하고 무거워 단순한 형태를 떠올리게 되지만, 그의 작품 속 도자 파편들은 가볍고 유려한 곡선이 우아하다. 조각을 올려 부조처럼 입체적인 형상은 단색조 화폭을 빛으로 다채롭게 꾸며낸다. 자신의 작품은 자연과 만나야 비로소 완성된다고 얘기하는 이유다. “사실 작품 하나를 오래 본다는 게 쉽지 않은데, 제 작품은 공간에 들어오는 채광의 방향, 톤의 변화를 느끼며 길게 감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흙의 연금술사’로 불리는 작가 김지아나의 작품은 다음 달 18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가나부산에서 만날 수 있다. 개인전 ‘코나투스(CONATUS)-능동적 충동, 지속에 대한 지향’에서는 단색조 시리즈 3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 이름 ‘코나투스’는 범신론을 주장하는 스피노자의 사상에서 따왔다. 작가는 우리 삶 속 무수한 객체 하나하나도 그 자체로 ‘신의 형상’이 다름 아니며, 작품 속 조각 하나까지도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고 믿는다.
이번 전시에는 빛에 따라 미세하게 변화하는 작품의 진면목을 전시장에서도 보여주기 위해 미디어나 조명 연출에도 신경을 썼다. 같은 컬러의 여러 작품에 다른 강도의 조명을 비춘다거나 다른 채도의 빛을 쏘아 구현하는 식이다. 또한 해운대해수욕장 방향으로 난 통유리 전시장의 자연광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도 확인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