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부산 시단 버팀목 이상개 시인 별세

맑고 깊은 시 세계와 평온한 인품으로 시단 이끌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부산 시단의 버팀목 송재 이상개 시인이 16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81세.

이상개 시인. 국제신문 DB
고인은 1941년 일본 고베에서 태어났다. 2020년 말 고인이 펴낸 마지막 시집 ‘산 너머 산’(빛남출판사)에서 고인은 자신의 인생 행로를 이렇게 밝혔다. “1941년 일본 고베에서 태어나 폭격을 피해 와카야마 산골짝으로 피란했다가 광복이 되자 고향인 경남 창원 봉림으로 귀국하여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그는 1964년 ‘잉여촌’ 창간 동인으로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이 모임이 펴낸 ‘잉여촌’은 이상개 유자효 오하룡 김용길 장승제 김성춘 박종해 조남훈 시인이 참여한 ‘국내 최장수동인지’(2018년 제33호 발행)로 꼽힌다.

1965년 ‘시문학’ 2회 추천을 받으며 시인의 길로 더욱 확실히 들어선 그는 1972년 ‘시법’ 동인 활동을 시작했고, 1988년부터는 ‘시와 자유’ 동인이 됐다. ‘시와 자유’는 결성 이후 오랜 세월 부산 시단을 이끌며 시단을 풍성하게 가꾸었다.

1985년 5월 7일 부산 중구 동광동 화국반점에서 5·7문학협의회가 출범했다. 부산 문단의 거목 요산 김정한 선생이 주도한 5·7문학협의회는 당시의 군사독재에 저항하며 올곧게 문학정신을 펼쳐가고자 애쓴 단체로, 부산작가회의의 전신이다. 출범 당시 5·7문학협의회에는 이상개 윤정규 오정환 조갑상 김문홍 류명선 구모룡 최영철 등의 문학인이 참여했다.

이상개 시인은 ’영원한 평행(1970) ’만남을 위하여’(1985) ’흐르는 마음 하나’(1989) ’김씨의 허리띠’(1999) ‘파도 꽃잎’(2006) ‘강나루 하나’(2013) 등 시집 14권을 냈다. 2001년에는 시선집 ‘소금을 뿌리며’를 도서출판 해성에서 펴냈다.

빛남출판사를 운영하면서 부산 문단의 어려운 일, 궂은일을 많이 떠맡았고 의견 대립이 생기면 묵묵히 조정하는 일을 도맡았던 그는 부드럽고 평온한 인품으로 두루 신망을 얻었다. 정훈 문학평론가가 시집 ‘산 너머 산’에 쓴 글의 일부를 옮겨본다.

“이상개라는 이름은 부산에서 시를 쓰는 특정 시인을 지칭하는 고유명사다. 한편으로 필자는 그 이름에 덩달아 따라오는 보통명사의 뒤척임을 열거하지 않을 수 없다. 강나루, 모자, 중앙동, 소주, 침북, 안부, 하늘을 쳐다보는 그윽한 눈빛, 낮고 굵직한 중저음의 목소리, 천천한 걸음걸이 등을 말이다. 부산 시단을 무던히도 지키면서, 그리고 동광동 소재의 주점 ‘강나루’를 말없이 지키면서 문단의 버팀목이자 언제라도 찾아가 술을 나누어도 불편하지 않은 분이다.” 이상개 시인의 삶과 문학을 참으로 알맞게 표현했다.

‘강나루’는 이상개 시인과 목경희 여사 부부가 운영해온 소탈한 주점이다. 이상개-목경희 부부는 누구라도 언제든 편한 마음으로 들러 쉬며 마음을 달래고 갈 수 있도록 강나루를 운영했다. 강나루는 부산 문인과 예술인의 소박한 아지트 구실을 해왔다.

고인은 부산 시단 ‘우유부단파의 두목’이라는 별칭으로도 통했다. 목소리 한 번 높이는 일 없고 남에게 압박감이나 힘겨움을 주는 일이 없으면서도 어느새 복잡한 현안이 해결되도록 주선하고 이끄는 그의 면모를 시인들은 ‘우유부단파’로 표현했다. 이상개 시인 말고도 ‘우유부단파’로 분류되는 시인이 더 있었는데, 고인이 좌장이자 어른 역할을 언제나 맡았으므로 ‘우유부단파의 두목’이 됐다. 그가 타계하면서 부산 예술계에서는 기댈 수 있는 어른을 또 한 명 보내게 됐다.

‘산 너머 산’에 실린 그의 시 ‘강나루 1-가는 정 오는 정’ 전문을 소개한다.



 왔다가 가는 정이 고운 줄만 알았더니

 갔다가 오는 정도 애틋하고 살갑더이다

 비끼는 노을 속에 반짝거리는 새 소리

 강나루, 만남과 헤어짐도 있고 없는 듯



빈소 부산 중구 동광동 메리놀병원 장례식장 2호실. 발인 9월 18일 오전 9시. 장지 부산추모공원. 유족으로 아내 목경희 여사와 자녀 이시원 이빛남, 사위 조선국이 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2. 2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3. 3“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4. 4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5. 5[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6. 6‘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7. 7“택시부제 풀었더니 매출이 쑥”…밀양시, 시범운영 거쳐 전면 해제
  8. 8“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9. 9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10. 10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1. 1‘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2. 2[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3. 3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4. 4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5. 5[속보]우크라 외무 “한국 중요해…외교적 오해 해결바라”
  6. 6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7. 7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8. 8靑 “이 대통령 ‘불의의 사고’ 표현, 부상 장병 위로한 것…북한 면죄부 주려는 것 아냐”
  9. 9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10. 10이 대통령,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청문요청안 재가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3. 3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4. 4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5. 5최태원, 9440억 규모 SK 지분 매각 결정…노소영 재산분할액과 같은 규모
  6. 6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7. 7국민·하나·부산은행도 당했다…금융권 해킹 피해 확산(종합2보)
  8. 8"건보료 재정누수 심각…1000만원 초과 고액체납 2배 급증"
  9. 9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10. 10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3. 3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4. 4‘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5. 5“택시부제 풀었더니 매출이 쑥”…밀양시, 시범운영 거쳐 전면 해제
  6. 6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7. 7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8. 8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9. 9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10. 10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5. 5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6. 6자존심 지켰다…남자 양궁 리커브 단체전서 금메달
  7. 7LoL 대표팀, 대만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무실 세트 제패
  8. 8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9. 9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10. 10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미리보는 제31회 BIFF
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