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날리는 잿빛 갈기 공포의 핏빛 울음
내 가진 절대 힘이 내 것이 아닌 순간
고요한 사바나 멀리 흙바람이 지난다
‘백수의 제왕’ 이라고 불리는 사자, 인간도 힘과 용맹을 나타내는 그 황제다움에 매료될 때가 있다. 특히 목에 멋진 갈기를 가진 숫사자의 위용은 왕권의 상징이나 할리우드 사자로 등장하기도 한다. 위엄있는 설법을 사자후(獅子吼)라 하는데 이는 사자의 울부짖음에 모든 짐승이 두려워하여 굴복하는 것에 비유한 말이다. 무리의 왕 사자는 강자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포효로서 가르친다. 이렇듯 한때의 야성은 나이가 들어 점점 기력이 다 되어 왕위를 빼앗긴 뒤 광야를 헤매다가 최후를 맞이한다. 시인은 멀리 지나는 흙바람으로 피날레를 묘사하는데 마치 영고성쇠를 엿보는 듯하다. ‘내 가진 절대 힘이 내 것이 아닌 순간’ 떠나는 뒷모습은 아름답다. ‘인간의 생애도 어찌 한 마리 사자가 아니랴’ 싶은 애잔함과 함께 아집과 오만들이 다 허상임을 깨우쳐 주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