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미역수염의 데뷔 EP ‘The Whistle’이 발매됐을 무렵, 부산대학교 앞 라이브클럽에서 미역수염의 공연을 접하고 앞으로의 행보를 잔뜩 기대하던 중이었는데, 어떤 이유에선지 밴드는 홀연히 사라졌다. 6년이 지나 2022년 9월 15일. 드디어 미역수염(Seaweed Mustache 정주이-보컬·베이스, 최지훈-보컬·기타)의 첫 정규앨범 ‘Bombora’가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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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드 미역수염의 첫 정규 앨범 'Bombora' 표지. |
부산에서 탄생한 미역수염은 포스트록, 그런지, 슈게이징, 펑크, 헤비메탈 등 다양한 장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뒤섞는다. 말하자면, 미역수염의 장르는 미역수염이라 할 수 있겠다. 가능한 볼륨을 최대치로 높이고 감상할 것을 추천한다. ‘치밀한 기승전결을 대신해 단순한 구성에 큰 소리를 올린 8개 트랙은 뻔한 유행에 지친 당신의 귀를 치유할 것이다’라는 앨범 소개 글처럼, 미역수염의 음악은 치유나 재활에 좋다. 태풍 몰아치는 성난 바다처럼 격렬하지만 어느 순간 깊고 어두운 심해처럼 고요하게 느껴진다.
때마침 자발적 고립이 절실할 때라 산책하며 미역수염의 앨범을 반복 청취하는 것이 참 도움이 되었다. 각자 취향이나 MBTI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겠으나 일단 속는 셈 치고 집중해 감상해 보길 추천한다. 누군가에겐 분명 특효약일 수도 있다. 경험상 걷기 달리기 등 유산소 운동할 때 들으면 효능이 배가 된다.
지난주 금요일, 오랜만에 김일두 공연에 갔다가 우연히 미역수염의 베이스와 보컬을 맡고 있는 정주이를 만났다. 한창 꽂혀 있는 록스타를 마주하고 호들갑 떨며 셀카를 찍고 사인을 받고 싶었지만, 꾹꾹 참고 길었던 공백에 대해 물었다. EP 발매 직후 임신·출산을 했고 1, 2년 쉬었다 활동할 계획이었으나, 예상보다 육아가 녹록하지 않아 이제야 앨범을 냈다고 했다. 무사히 밴드 활동을 재개할 수 있게 되어 참으로 다행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록스타들의 육아에 도움이 될 방안이 마련되면 좋겠다. 아직 구체적 계획은 없지만 올해 안에 앨범 발매 기념공연을 하는 게 목표라 했다. 자연재해나 전쟁이 나지 않는다면 미역수염 공연은 반드시 참석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왕이면 BTS도 공연한다는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공연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