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래툰’ 등서 분위기 조성에 기여
- 예술과 친해지면 긴 행복감 느껴
“영화 쇼생크탈출의 명장면에 삽입된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산들바람은 불어오는데’는 누구나 들으면 아실 거예요. 이탈리아어를 모르더라도 이 노래를 들은 쇼생크 교도소 안에 있던 모두는 자유를 느꼈죠. 예술은 감각으로 느낀다는 말을 증명해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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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두환 지휘자가 유명 영화의 배경음악이 가진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류민수 프리랜서 |
지난 28일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국제아카데미 19기 16주 차 강의에는 ‘문화유목민’ 정두환 지휘자가 연사로 나서 ‘사람을 사랑한 영화와 음악 이야기’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한 정 지휘자는 자신을 문화유목민으로 칭한다. 음악은 함께 공유하는 것이라는 그만의 철학이 밑바탕에 깔렸다. 2000년부터 매주 화요일 무료 시민 음악 아카데미를 열고 클래식을 알리는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또 부산C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이기도 하다.
이날 강연에서는 대중에게 알려진 영화 속 음악 이야기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는 베트남전을 소재로 만든 영화 ‘지옥의 묵시록’(1979)과 ‘플래툰’(1987)에 사용된 음악을 비교해 설명했다.
지옥의 묵시록에서는 미군 헬기 부대가 평화로운 베트남 마을을 기관총으로 난사한다. 이 때 쓰인 음악이 바그너의 ‘발퀴레의 기행’이다. 베트남전에 대한 적나라하고 충격적인 묘사가 영화 곳곳에 깔려있다. 이 영화는 그 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전쟁 영화에서 이 음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 지휘자는 “발퀴레는 전장에서 영웅들이 죽으면 그들의 영혼을 선별해 데려오는 전쟁의 여신이고, 히틀러는 바그너의 음악을 광적으로 좋아했다. 이런 배경을 종합해보면 해당 곡을 영화 음악으로 선택한 이유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전쟁광의 무자비한 집단학살의 참혹성과 추악함을 음악을 통해 읽을 수 있다.
이에 비해 ‘플래툰’에선 사무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가 주요 배경 음악으로 등장한다. 부드럽고 서정적인 선율이 특징이다. 플래툰은 전쟁터의 살벌함을 고발하고 그 속에서 처절하게 부딪히는 인간의 본성을 통찰한다. 정 지휘자는 “이 영화를 만든 올리버 스톤 감독은 ‘전쟁의 가장 첫 피해는 순수성이 파괴되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결국 순수성의 파괴는 한 사람의 영혼이 사라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본 것이다”고 표현했다.
또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중 ‘슈베르트 교향곡 제8번 B단조 미완성’, ‘킹스 스피치’의 ‘베토벤 교향곡 제7번 A장조 op.92’, ‘아웃 오브 아프리카’ 중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대부3’ 중 ‘오페라 카벨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 마스카니’ 등을 들려줬다. 영화음악을 알면 영화를 보는 재미가 더욱 쏠쏠해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 지휘자는 “예술은 자기가 추구하는 삶이다. 모든 사람이 예술가가 될 수 있다”면서 자신이 만든 사자성어 ‘미친거지(美親巨智)’를 예로 들었다. 아름다움(예술)과 친하게 되면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뜻이다. 그는 “예술을 알아야 긴 행복감을 느끼면서 살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