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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91> 힙합 시대의 뮤지컬 ‘해밀턴 Hamilton‘

힙합의 또 다른 가능성

  • 방호정 작가
  •  |   입력 : 2022-10-03 18:53:09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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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뮤지컬 ‘해밀턴’은 미국 건국의 주역이자 이민자 고아 출신의 미국 초대 재무장관, 10달러 지폐에 박혀 있는 위인, 알렉산더 해밀턴의 일생을 담은 작품으로 21세기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크게 흥행한 뮤지컬이다. 10달러는 원래 모델 교체될 예정이었지만 ‘해밀턴’의 어마어마한 흥행으로 알렉산더 해밀턴의 인기가 치솟아 여전히 모델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 한국에선 한 번도 공연된 적 없지만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연실황을 감상할 수 있다.
미국 역사를 담은 힙합 뮤지컬 '해밀턴'.
‘해밀턴’은 힙합과 R&B로 진행되는 뮤지컬이다. 막이 열리고 무대에서 화려한 군무를 펼치며 속사포처럼 랩을 쏟아내는 배우들의 생소한 모습에 어느 정도 적응되고 힙합 콘서트를 즐기듯 리듬을 타다 보면 3시간 가까운 공연이 순식간에 끝난다. ‘해밀턴’에서 힙합의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한다. 특히 랩은 다른 장르 노래보다 몇 곱절 길고 긴 가사를 담을 수 있으니 스토리텔링을 펼치기 안성맞춤이다. 심지어 비트 위에서 ‘찰지게’ 라임과 플로우를 내뱉으니 지루할 겨를이 없다. 국무회의의 길고 긴 정치 공방은 랩 배틀로 표현된다.

정해진 시간 내에 훨씬 많은 이야기를 쏟아낼 수 있으니 시대적 상황 설명과 인물 간 갈등을 훨씬 디테일하고 다양하게 풀어낼 수 있다. 다만 여느 뮤지컬보다 몇 배나 긴 대본을 몽땅 암기해야 할 배우들이 가엾게 느껴지는 것이 단점이긴 하다. 허나 역사적 위인들이 비트와 밀당하며 스웩(swag) 넘치는 랩을 쏟아내 무대를 찢어버리는 모습은 신선하면서도 마치 동시대 청춘들처럼 에너지 넘치고 친밀하다. 문득 1989년 발표된 한국 최초 힙합으로 회자되는 홍서범의 ‘김삿갓’이 떠오른다.

우리 선조 중에도 힙합 뮤지컬로 새롭게 다시 만나고 싶은 이들이 줄줄이 떠오른다. 디스 배틀의 달인 김삿갓은 물론, 한글 창제를 반대하는 신하들을 화려한 랩으로 발라버리는 세종대왕, 왜선을 박살내기 전 강력한 하드코어 랩으로 적들의 기선을 제압하는 이순신 장군, 선죽교에서 목숨을 건 랩 배틀을 펼치는 이방원과 정몽주, 일제의 탄압에 맞서 당당한 걸크러쉬를 보여주는 유관순 열사 등등. 그분들의 힙합이 궁금하다. 드랍 더 비트(장단 주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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