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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수리남’의 하정우

“힘들었지만 성찰의 2년…15년 만의 드라마로 우뚝 일어나야죠”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2-10-04 19:22:15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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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이야기 다룬 6부작 드라마
- 넷플릭스 시리즈로 컴백 신고
- 2주 만에 비영어권 드라마 1위

- 오랜 친분 윤종빈 감독이 연출
- 황정민과 첫 연기 호흡도 주목
- 평범한 사업가 국정원 비밀업무
- 마약대부와 두뇌 싸움 볼거리

- “국내는 물론 해외서도 좋은 평가
- ‘오겜’처럼 성공하길 기대해요”

하정우가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으로 2년여 만에 화려하게 돌아왔다. 매년 한두 편의 영화를 선보이며 관객과 만났던 하정우가 2년 넘게 공백기를 가진 이유는 알려져 있듯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하정우는 인터뷰에 앞서 “그동안 응원해 주시고 아껴주셨던 모든 분께 이 자리를 빌려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 죄송하다”며 다시 한번 용서를 구했다. “2005년 제가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한 이후 처음 맞이했던 시간이었다. 많이 아프고 많이 힘들었지만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었다. 2년 반이라는 물리적인 시간이 어떻게 보면 짧을 수 있지만 저에게는 굉장히 길고, 많은 부분을 반성하고 깨닫고 돌아봤던 시간이었다”고 지난 시간에 대해 의미 부여했다.

하정우가 2005년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부터 함께 한 윤종빈 감독, 좋아하는 선배 황정민과 호흡을 맞춘 ‘수리남’은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무소불위의 마약 대부 전요환에 의해 누명을 쓴 사업가 강인구가 국정원의 비밀 임무를 수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6부작 드라마다. 그는 평범한 사업가로 수리남에 갔다가 전요환 때문에 감옥 신세를 지고, 국정원의 언더커버가 되어 전요환에게 접근하는 강인구 역을 맡았다. 지난달 9일 공개 이후 2주 만에 넷플릭스 비영어권 드라마 부문 주간 1위를 차지하며 오랜만에 돌아온 하정우에게 힘이 되었다.

■윤종빈 감독, 그리고 황정민과 장첸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에서 평범한 사업가로 수리남에 발을 들였다 감옥 신세까지 지고 국정원 언더커버가 된 강인구 역을 맡은 하정우. 그는 오랜 영화적 동지인 윤종빈 감독, 황정민과 함께 했다.  넷플릭스 제공
‘수리남’은 하정우가 ‘용서받지 못한 자’를 시작으로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군도: 민란의 시대’ 등 영화에서 호흡을 맞춘 윤 감독과 함께 한 드라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하정우가 먼저 윤 감독에게 제안했지만 처음에는 거절당했다. 하정우는 “7년 전쯤 학교 선배가 ‘수리남’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보지 않겠느냐고 하더라. 소재나 이야기가 흥미로워서 윤 감독께 제안했는데 거절당했다. 스토리를 영화 상영시간 안에 담아내기 힘들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떠올렸다. “이후 윤 감독은 황정민과 함께 영화 ‘공작’을 촬영했는데, 작업을 마친 윤 감독이 ‘수리남’에 흥미를 가졌다. 시리즈물로 만들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라며 ‘수리남’의 시작 과정을 소개했다. 그렇게 윤 감독의 첫 번째 드라마이자, 하정우가 ‘히트’ 이후 15년 만에 출연한 드라마 ‘수리남’은 첫발을 내디뎠다.

하정우는 “‘히트’를 마치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너무 힘들어서 앞으로 (드라마는) 15년간 못할 것 같다’고 엄살을 부렸는데 진짜 15년이 됐다”며 웃었다.

‘수리남’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전요환 역으로 황정민으로 떠올렸다. 하정우는 “애초부터 정민이 형과 저는 역할을 정해놓고 나머지 배우를 캐스팅했다”고 기억했다. “제가 대학 졸업하고 막 연기를 할 때 주연 배우급이었던 정민이 형은 어려운 형이었다. ‘용서받지 못한 자’가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초청받았을 때 정민이 형이 레드카펫도 같이 들어가자고 하면서 제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게 많이 배려해주셨다. 이런저런 행사에도 초청해주셔서 사람들에게 저와 윤 감독을 소개해주기도 했다”며 신인시절 황정민에게 느꼈던 고마움을 전했다.

하지만 함께 작품을 해보자는 말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수리남’에서 두 배우가 처음 만나게 됐다. “정민이 형한테 ‘이제야 하네요’라고 말했다. 왜 여태껏 작품에서 못 만났는지 저도 모르겠다. 일부러 피한 것도 아닌데, 정민이 형이나 송강호 형, 설경구 형과도 한 번도 함께 하지 못했다”며 존경하는 선배 배우들과 인연이 닿지 않았던 것을 자신도 의아해했다.

‘수리남’에는 하정우와 오랜 인연이 있는 배우 한 명이 출연한다. 바로 수리남 차이나타운 조직의 수장인 첸진 역의 장첸이 주인공이다. 장첸은 하정우와 영화 ‘숨’(2007)에서 호흡을 맞췄었는데 이번에는 윤 감독이 직접 찾아가 섭외할 정도로 공을 들여 특별출연하게 됐다.

■부성애와 영어 대사

수리남을 장악한 마약 대부 전요환으로 인해 누명을 쓴 기업가 강인구가 국정원의 비밀 임무를 수행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수리남’. 도미니카 공화국을 비롯해 제주도, 전주 등지에서 수리남 장면을 촬영했다. 넷플릭스 제공
‘수리남’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지만 허구적 내용이 더 많다. 하정우는 “15페이지 정도의 인터뷰 내용의 글을 가지고 시작을 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만 전요환이라는 인물이 목사라는 설정도 허구고, 이야기도 재구성됐다”고 말했다. 특히 하정우가 연기한 강인구는 부성애가 강한 인물로, 가족을 위해 수리남까지 가서 사업을 하게 된다. 그는 “강인구는 윤 감독 본인이 느꼈던 아버지의 상이나 본인의 모습을 더한 인물이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부성애가 강한 인물을 연기했기 때문에 아버지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을 것이다. 그는 “아버지가 가족을 책임지고 부양하는 것은 원시시대나 지금이나 똑같지 않나.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사냥을 하러 나가는 것처럼 때론 목숨을 걸 때도 있는데, 그것은 가정을 꾸려서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된다는 책임감인 것 같다. 되게 올드한 생각인 것 같지만 저 역시도 그런 것 같다”며 웃었다.

영어 대사가 많아서 연기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속도감 있게 영어로 대사를 해야 되는 만큼 3개월간 달달 외웠다. 하정우는 “강인구의 영어는 거리에서 배운 영어다. 그래서 발음, 문장에 신경을 안 쓰고 초급 회화 정도로 설정했다. 대신 그게 유창하게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신경 썼다”며 “그런데 강인구가 초반에 감옥에 갔다 와서 하는 영어는 좀 다르다. 그전에는 초등학생 수준이었다면 감옥에서 계속 영어로 소통했기 때문에 조금 더 능숙해졌다는 설정을 했다”고 미세하게 수준차 영어를 구사한 이유를 밝혔다.

■험난했던 촬영

‘수리남’의 영화적 배경은 강인구의 고향인 부산 장면을 제외하면 거의 수리남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물론 수리남에 가서 찍으면 좋았겠지만 촬영 여건이 여의치가 않아서 여러 남미 국가 중 도미니카 공화국을 촬영지로 낙점, 정글을 배경으로 일어난 부분을 비롯해 주요 장면들을 두 달간 촬영했다. 하정우는 “도미니카에서는 이동 시간 자체가 너무 길어서 힘들었다. 정글로 들어가기 위해서 2~3시간을 이동해야 했는데 도로 상태도 열악하고 차도 막혀서 고되더라. 휴대폰도 안되고, 소나기가 내리면 진흙 바닥으로 변해 촬영이 중단돼야 했다”며 해외 촬영의 고단함에 대해 설명했다.

국내 촬영도 버라이어티했다. 제주도의 야자수 농장에서 한국이라고는 믿기 힘든 열대우림을 화면에 담아냈다. 하정우는 “제주도에서는 정글에서 벌어지는 총격 장면과 트럭 타고 도망가는 장면을 촬영했다. 연회가 열리는 전요환 저택 마당과 입구는 제주도, 저택으로 들어가는 계단은 경기도의 한 요양원, 그리고 저택 수영장과 첸진 조직이 있는 차이나타운은 전주 세트 등에서 나눠서 촬영했다”며 국내 촬영도 만만치 않았음을 전했다.

‘수리남’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평가가 좋다. 그래서 ‘오징어 게임’처럼 좋은 소식도 기대된다. 하정우는 “‘오징어 게임’의 정재 형(이정재)과 황동혁 감독, 배우들을 보면서 그분들 얼굴에 저희 ‘수리남’ 배우와 제작진 얼굴을 넣어봤다. 내년에 ‘수리남’이 저 자리에 서면 얼마나 좋을까 하면서(웃음). ‘수리남’이 ‘오징어 게임’처럼 글로벌한 소재인가 싶지만 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영광이겠나”며 기대감을 살짝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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