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이야기할 때 그를 빼놓을 수 있을까. 갑작스레 유명을 달리한 지 5년, 영화 ‘지석’은 멈춰버린 그의 시계를 간직한 채 고인이 그토록 사랑한 BIFF 무대에서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
|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특별상영작 김영조 감독의 다큐멘터리 ‘지석’ 스틸컷.
BIFF 제공 |
그러나 지금은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 자체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그가 영화에 담긴 방식에 대해 집중하고자 한다. 이건 김지석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지석’에 대한 글이니 말이다.
‘지석’은 아마 시작부터 어려운 작품이었을 것이다. 한국 영화사에서 거대한 족적을 남긴, 그것도 예상치 못하게 너무 빨리 곁을 떠난 인물의 전기 영화를 만든다는 것의 의미와 무게를 누구도 모르지 않았을 테니까. 그러니 안전한 방식을 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테다. 우리가 흔히 봐왔던 방식의, 이를테면 그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톺아보며 김지석의 모자이크를 만드는 영화였어도 관객들은 충분히 그를 기리고 느낄 수 있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석’의 김영조 감독은 전작 ‘펀치볼’(2018) ‘그럼에도 불구하고’(2017))처럼 자신만의 방식으로 김지석을 그려낸다. 역순으로 배치된 그의 역사는 1996년 제1회 BIFF를 함께 만들던 때로 돌아가 그의 빈자리를 감각하게 만들어 내고, 생전 그의 가장 일상적인 증언을 볼 수 있는 SNS를 추적해 가는 진행은 연출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인간 김지석’에 대한 여러 사람의 증언도 눈 여겨 볼만 하다. 그와 각별한 사이였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모흐센 마흐말바프, 차이밍량, 자파르 파나히, 천추이메이 등 세계 유수 영화인들의 인터뷰는 그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가득한 채로 전해져 그 자체로 감동적이다.
무엇보다 ‘지석’은 단순히 김지석의 업적만을 기리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삶에 있어 말하기 어려웠던 상황과 그에 따른 인간적인 고뇌도 함께 다룬다는 점에서 용기 있는 작품이다.
BIFF가 위기를 겪을 무렵 내부에서 벌어졌던 갈등에 대해서 정면으로 응시하기 때문이다.
일평생 영화제와 함께 할 줄 알았던 친구들이 외압 때문에 보이콧을 주장하는 강경파와 개최를 주장하는 온건파로 갈라지고, 둘 사이에서 그 모든 감정을 받아가며 영화제를 꾸려가야 했던 김지석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을까. 영화는 거기에 섣불리 대답하는 대신 우리로 하여금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쳐 BIFF와 영화인들을 사랑해온 인물이 김지석이었음을 힘주어 말한다.
영화의 마지막, ‘지석’은 그의 생전 소원이었던 월영 극장을 영화에서나마 이루어주려 한다. 여기서 월영 극장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이거나 영화 안의 이미지로 존재하는 장소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그마한 영화관과 카페를 함께하는 소박한 꿈을 꾸고,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으며, 영화제를 누구보다 사랑했던 김지석 그 자체다.
그리고 ‘지석’은 그런 월영 극장을 김지석의 친구들이 보낸 달의 이미지와 함께 영화 안에 세운다. 그럼으로써 ‘지석’은 영화를 뛰어넘어 김지석에게 가닿게 된다.
이처럼 ‘지석’은 누군가를 추모함에 있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현을 시도하는 흔치않은 영화다. 부디 고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가 그 곳에서 ‘지석’을 보고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