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고 재미없는 영화…’의 윤지혜 감독
- 부산 고유의 공간성 제작 도움돼
- 배우 등 인력 구성에는 어려움도
- 공포물 꼭 한 번 도전해보고파
# ‘기행’의 이하람 감독
- 요리사로 일하다가 메가폰 잡아
- 스마트폰으로 전 과정 촬영·편집
- 박찬욱 계보 잇는 감독 되고싶어
“야구로 치면 7회 말 만루 상황에 신인 투수를 마운드에 올려 놓은 상황 같아요. 실력을 인정 받은 것도 맞고, 좋은 기회인 것도 맞지만 홈런을 맞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부담도 되죠”. (윤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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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섹션에 초청된 ‘기행’의 이하람(왼쪽) 감독과 ‘길고 재미없는 영화가 끝나갈 때’의 윤지혜 감독. 부산 출신인 두 신예 감독은 100% 부산에서 기획 제작 촬영한 첫 장편 영화로 BIFF에서 첫 선을 보였다. 이원준 기자 |
“내가 만들고 싶은 작품을 만들어 봤어요. 이렇게 큰 영화제에 초청 받을지 정말 상상도 못했어요. 막상 첫 번째 상영을 앞두곤 도망가고 싶은 마음도 들었어요”. (이하람)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섹션에 초청된 윤지혜 이하람 감독의 ‘기대 반 부담 반’ 소감이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두 감독은 생애 첫 장편영화를 부산에서 100% 제작해 BIFF에 초청됐다. 그러나 마냥 즐겁기보다는 기쁨과 부담이 뒤섞인 마음이 훨씬 크다.
윤 감독과 이 감독은 각각 장편 데뷔작 ‘길고 재미없는 영화가 끝나갈 때’와 ‘기행’으로 올해 BIFF에 초청받았다. ‘길고 재미없는 영화가 끝나갈 때’는 이별한 여주인공이 작업 중인 영화 현장에 들어가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기행’은 천국과 지옥에 관한 이야기다. 맹인인 할머니와 함께 사는 벙어리 소년이 주인공이다. 탈영병이 소년의 죽을 훔쳐먹고 소년은 굶어 죽게 된다. 이후 처녀귀신이 나타나 소년을 구원한다.
■각자 다른 길로 다다른 영화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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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섹션에 초청된 이하람 감독의 ‘기행’ 스틸컷. BIFF 제공 |
서로의 팬이라 칭하는 두 감독의 인터뷰는 딱딱하기보다 보다 서로의 ‘팬심’을 자랑하는 분위기였다.
“이하람 감독을 정말 만나보고 싶었어요. 감독들 사이에서도 ‘화제의 인물’로 손꼽힌답니다”. 윤지혜 감독의 말이다.
‘화제의 인물’ 답게 이하람 감독의 이력은 그야말로 ‘파격’ 그 자체다. 올해 41세인 이 감독은 부산에서 태어나 성북초와 부산동중 부산경호고를 졸업하고 2004년부터 일식 요리사로 일했다. 그러던 그는 10여 년간 일하던 요리사를 그만두고 2020년 메가폰을 잡았다. 흔한 교육기관의 교육조차 없이 시나리오 기획부터 촬영 제작 미술 후반작업까지 혼자 담당했다. 누구나 질 높은 촬영장비를 사용하는 시기이지만 ‘아이폰’ 단 하나로 모든 영화를 촬영했다.
이 감독은 “마흔이 다 되어 처음 영화를 만들려 하다 보니 누가 과연 투자 해줄까 걱정됐다. 공모전에 출품하려 생각했는데 지원을 못 받아도 꼭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수중에 있는 돈 900만 원을 털어 영화를 만들다 보니 예산 탓에 열악한 작업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찬욱 감독도 아이폰으로 영화를 찍었다고 들어서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박찬욱 감독은 1억 원이 넘는 제작비를 투자받았더라. 후회가 된다”면서 웃었다.
윤지혜 감독은 반대로 탄탄히 체계적으로 영화 교육을 받았다. 27세인 윤 감독은 부산 송운초를 졸업해 학산여중 대명여고를 거쳐 부산대 예술문화영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영화의전당 워크숍을 거쳐 부산독립영화협회 ‘부산 신진영화인 영화제작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첫 장편을 제작했다.
윤 감독은 “너무도 평범하게 영화를 공부한 학생이다. 이 감독에 비해선 너무 평범하다”면서도 “영화는 ‘이별’의 감정을 담고 싶어서 제작했다. 익숙한 소재인 만큼 이야기 자체보다 표현 방법에 집중해 제작했다. 공간에도 감정이 녹아 있다고 생각한다. 공간에 감정을 담아내려 큰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웰메이드 부산 영화 위해 지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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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섹션에 초청된 윤지혜 감독의 ‘길고 재미없는 영화가 끝나갈 때’ 스틸컷. BIFF 제공 |
부산에서 시나리오 작업부터 촬영 편집 후반작업까지 진행한 두 감독은 부산 영화제작의 장점과 단점을 설명했다.
윤 감독은 “부산은 정말 촬영하기 좋은 도시다. 부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공간성이 있다. 이번 영화의 특징이 공간에 감정을 담아내는 것인데 큰 도움을 받았다”면서 “하지만 인력 구성이 어려웠다. 스태프는 구할 수 있었지만 배우는 모시기 어려웠다. 서울에 많은 배우 인력을 구하는 게 불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전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장비 지원이나 교육지원 인력지원 등이 확대된다면 보다 부산의 창작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감독 역시 “5명가량 배우를 모집했다. 하지만 아역 배우인 김중훈 군을 제외하곤 모두 서울에서 구할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자문을 구할 곳이 전혀 없어 답답했다. 영화를 교육 받지 않았기 때문에 혼자서 정말 많이 헤맸다. 멘토링 등의 지원 프로그램이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두 감독은 각자의 포부를 내놓으며 영화 활동에 앞으로도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장르물을 특히나 좋아한다. 그의 계보를 잇는 감독이 되고 싶다”면서 “현실적인 생각만 해서는 발전이 없더라. 자기 전에 항상 원하는 미래를 상상한다. 뱉은 말은 책임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혼자만의 작품이 아닌 모두 합심해서 제작하는 극영화를 제작하고 싶다. 차기작은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촬영을 하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윤 감독은 “당장 차기작에 대한 계획은 없다. 하지만 공포물을 꼭 제작해보고 싶다”면서 “지금까지 부산을 벗어나 산 적이 없다. 하지만 영화 제작에 지역 제약은 두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박찬욱이나 봉준호 같은 큰 감독이 목표라기보단 내 색깔을 기억하는 관객이 한 명이라도 있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