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사 인물을 큰 그림판으로 놓고 본다면, ‘김해 퍼즐’을 집중해서 보여주는 ‘김해인물 이야기’ 3권이 나왔다.

임진왜란 때 김해성을 구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한 선비 권탁(왼쪽)과 일제강점기 부산의 일신여학교 학생으로 만세운동을 주도한 김해 출신 독립지사 김복선. 그림 강길수. 고래책빵 제공

1, 2권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등 김해를 넘어 대한민국의 역사적 인물이 된 사람부터 역사에 오점을 남긴 인물까지 찾아내 그들의 공과를 다뤘다. 우리나라 최초로 비닐하우스 농업에 성공한 한국 현대농업의 선구자 박해수, 한국 최초 풍자시사만화 캐릭터 ‘코주부’를 탄생시킨 김용환 화백이 김해 사람임도 알렸다. 김해 시민과 출향민에게는 자긍심을 주고, 많은 독자에게 김해가 낳은 인물과 얽힌 역사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책이었다. 그래서 3권에는 어떤 인물이 발굴·소개될지 관심도 많았다.

3권에서는 독립운동가 선비 예술인 등 훌륭한 업적을 남긴 인물을 조명한다. 나라·지역·이웃을 사랑하고,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으며 불의에 항거한 19인의 생애와 업적이다. 김해 출신이 아니라도 김해에서 이룬 업적이 있는 인물도 다루었다. 김해에 국한되는 인물이 아니라 김해에서 바라본 인물과 역사인 셈이다. 김해가 넓다는 느낌, 그만큼 우리 역사의 장면이 더 촘촘하고 풍성해지는 느낌을 준다. 왕조 중심, 중앙 중심 시각으로는 다 담아내지 못하는 역사를 찾고 기록하는 일의 중요함도 생각하게 된다.

3권은 조선의 선비 권탁으로 시작한다. 경상도 선산 출신 권탁은 임진왜란 때 김해성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찾아왔다. 부산과 인접한 김해가 무너지면 나라가 위험해진다고 생각했다. 그는 ‘선조국문유서’의 뜻을 받들고 왜적에게 납치된 백성 100여 명을 구출했다. 선조국문유서는 왜적의 포로가 된 백성이 돌아올 수 있도록 안심시키고 민심을 모으려는 의지를 담아 한글로 쓴 글이다.

권탁은 왜적 근거지로 잠입해 왜적을 유인하는 계책을 세우고 전투를 치르며 백성을 구출해 김해성으로 돌아왔다. 이 전투에서 큰 상처를 입은 권탁은 1593년 11월 21일 김해성 안에서 세상을 떠났다. 김해에서는 선조어서각을 세우고 권탁의 충정을 함께 기리고 있다. 김해 흥동에 있는 선조어서각은 그 역사를 전해주는 장소이다.

일제강점기 부산에서도 만세운동이 일어났다. 그중 부산 최초 여성교육기관인 일신여학교 교사들과 학생들의 만세운동은 부산 시민도 잘 안다. 그 일로 교사 주경애와 박시연, 주동 학생 9명이 옥고를 치렀다. 9명 학생 중 한 명인 김복선은 김해 동상동 출신이다. 집이 김해인 김복선은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만세운동을 하던 김복선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가는 사람 오는 사람에게 태극기를 나눠 주고, 목이 터져라 대한 독립 만세를 불렀습니다. 부르다 부르다 지쳐 쓰러지면 또 용기 내 불렀습니다.” 함께 옥고를 치른 친구 김반수가 기억하는 김복선의 모습이다. 일신여학교 학생들이 태극기를 만든 천이 바로 김반수가 부모 몰래 가지고 온 자신의 혼수용 옥양목 한 필이었다. 천이 모자라자 학생들은 포목점을 찾아가 원단을 구했다. 치마며 저고리까지 뜯었다. 기숙사 옆 우물가의 대나무밭에서 가는 대나무를 꺾어 태극기 깃발을 만들었다.

3월 11일 부산 동구 좌천동 일대에서 만세 시위를 이끈 학생 9명은 징역 5개월 형, 교사 주경애와 박시연은 1년 6개월 형을 받았다. 김복선은 2015년 대통령표창에 추서됐다.

이 책을 기획한 김해인물연구회는 지역에 대한 시민의 자긍심과 역사·민주 의식이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활동한다. 또한 이 책이 김해를 넘어 국민 모두에게 바른 역사를 알리고 훌륭한 인물을 기리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만화가 강길수 작가의 친근한 삽화와 자료사진 등을 풍부하게 실었고, 김해시 캐릭터인 ‘해동이’가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한다. 부록에서 책 속 인물의 자취를 만날 수 있도록 기념물 등의 위치를 알려줘 답사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