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해고자들의 천막 농성장 주위에
개나리꽃이 노란 깃발처럼 피었다
긴 농성에 지쳐 떠난 공공근로자 일터에도
제비꽃이며 진달래꽃 다투어 피었다
지난가을 농민들이 갈아엎은 채소밭에
겨우내 살아있던 것들 꽃을 피워냈다
더는 농사 짓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농민들 위해
민들레들이 아침밥 지어놓고 그들을 깨웠다
여러 색의 매화꽃과 노란색 유채꽃이
톡,
톡,
톡, 톡
튀밥처럼, 힘찬 투쟁 구호처럼 피었다
봄꽃은 배고프고 추운 이들 위해 피어
온 산과 들엔 밥이 가득했다
21세기가 한참 지나서도 봄꽃들은
겨우내 가슴 아픈 사람들 배 속에 맺혀
봄에 밥으로 태어나기를 되풀이했다
수상시집 ‘바람을 낳는 철새들’
(삶창시선, 202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