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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정치, 사랑의 정체성…현란한 서구 인문 향연

고전 필독서 ‘마의 산’

  • 서부국 서평가
  •  |   입력 : 2022-10-20 19:14:12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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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르네상스 등 넘나들어
- 각양각색의 인간성도 탐구

‘마의 산’은 고전 필독서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다. 머리말과 결말에서 저자가 밝혔듯 ‘평범한 청년뿐만 아니라 오늘날 많은 사람’에게 들려줄 가치를 갖추었기 때문이리라. 저자는 고대 중세 르네상스 근대를 넘나들며 폭넓은 서구 인문을 능수능란하게 펼쳐낸다.
1982년 독일어판 영화 ‘마의 산’이 나왔다. 카스토르프(왼쪽)가 쇼샤 부인에게 사랑 고백을 하는 장면.
그 수혜자는 ‘엔지니어 양반’으로 불리는 카스토르프. 그는 요양소에 7년 머물며 논쟁을 경청하고, 멘토와 대화하고, 사고를 연마하며 점차 성숙한 성인이 돼 간다. 그에게 이런 축복을 내리는 이는 크게 보면 세 사람이다. 요양원 환자였던 이탈리아인 인문주의자 문사 세템브리니, 그와 사생결단식 논쟁을 벌이는 예수회 회원인 레오 나프타, 나머지 한 사람은 용광로처럼 거대한 감정을 뿜어내는 페퍼코른. 세템브리니는 카스토르프를 ‘인생의 걱정거리 자식’이라 부르며 정신적 스승을 자청하며 끝까지 그를 돌본다.

이 문필가가 ‘빛’이라면 나프타는 ‘어둠’이다. 빛과 어둠이 공존 못 하듯 둘은 격심한 논쟁을 벌이고 급기야 결투하다 나프타는 자살한다. 돈 많고 외모가 특별난 ‘존경스러운 연적’ 페퍼코른에게 카스토르프는 매력을 느낀다. 하지만 페퍼코른은 삶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세템브리니와 나프타는 많은 주제로 논쟁을 벌인다. 삶과 죽음, 진보와 보수, 예술과 정치, 시간의 속성, 이상과 현실, 제대로 된 교육, 평화와 폭력, 남녀 사랑의 정체성, 휴머니즘과 절대주의, 정신분석과 영성주의 같은 주제다. 이 논쟁에 저자는 카스토르프의 입을 빌리거나 화자로서 개입해 현란한 인문 향연을 펼친다.

이 같은 뜨거운 서구 정신 탐사가 ‘마의 산’이란 걸작을 지금까지 달려오게 한 튼튼한 수레바퀴다. 나머지 한 바퀴는 각양각색 요양원 환자를 통한 인간성 탐구로 요약된다. 그래선지 저자는 독자에게 이 고전을 두 번 읽으라고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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