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다 비웠다며 후련해한 적이 있고
이대로 끝이 나나 가슴 친 날도 있다
새로운 첫발을 위한
막이 잠시 내린다
가을은 조락의 계절이지만 결실의 계절이기도 하다. 훗날을 위해 떨어지는 낙엽과 열매들을 흔히 볼 수 있는 요즈음 이 시조를 읽기에 적절할 것 같다. 작품의 제목은 중요하다. 진정 ‘마지막’이란 다시 ‘맞이’하기 위한 또 한 번 샘솟는 감정의 첫발이요, 잠깐 감은 눈붙임일 것이다. 시작과 마지막은 현재진행형에게 임시로 붙여진 이름일 뿐이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할 수 있는 생의 한 단면을 전광석화처럼 붙잡은 착상의 참신성과 함축적 표현으로 매듭지은 작품에서 시인의 결연함을 엿본다. 이제 상강도 지나고 곧 입동이다. 혹독한 겨울이 떠난 자리에 봄이 와서 앉듯 잠시 막이 내린 사이 힘찬 용틀임을 해보자. 인간 불굴의 의지를 강렬하게 그려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사자 꿈을 꾸며 잠드는 노인이 나온다. 실패와 좌절 앞에서도 문득 이대로는 안된다며 새로운 다짐을 하는 것 또한 인생 아닌가? 단절의 벽도 화해의 문을 열면 새로운 시작의 장이 펼쳐진다. 하루의 끝을 지나 내일도 동트는 새벽 기운을 다 함께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