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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익진의 무비셰프 <39> 맷 데이먼(Matt Damon)

다재다능한 할리우드의 지성파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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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채널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넷플릭스로 건너뛰어 요모조모 살피다가 문득 옛날에 보았는데 다시 보게 되는 영화들이 있다. 지금 봐도 좋은 영화이기 때문이다. ‘굿 윌 헌팅’이라든가 ‘레인 메이커’ ‘본’ 시리즈 등등이다. 이 영화들의 주연은 맷 데이먼(1970년생)이다. 이 배우가 너무나 익숙해서인지 무비셰프에서 다룰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연히 넷플릭스에서 ‘레인 메이커’를 다시 보다가 ‘앗! 맷 데이먼’ 했다.

왜 이때까지 무비셰프에 초대하지 않았을까. 벤 에플렉과 절친이라는 것과 그의 영화 외엔 아는 바가 거의 없어 좀 찾아보았더니, 그가 하버드대 영문학과 학생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엄친아이자 수재형 이미지가 강하게 풍기는 배우다. ‘굿 읠 헌팅’에서도 수학 천재로 등장하고 ‘레인 메이커’에서는 탁월한 변호사로 나온다. 벤 에플렉과 ‘굿 읠 헌팅’ 공동각본을 맡아 아카데미 각본상까지 받았다.

맷 데이먼.
매슈 페이지 ‘맷’ 데이먼(Matthew Paige ‘Matt’ Damon)은 미국의 배우, 성우, 각본가, 프로듀서, 자선가이다.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증권중개인 아버지 켄트 텔퍼 데이먼(1942년생)과 레슬리 대학교 유아교육학 교수였던 어머니 낸시 칼슨페이지(1944년생)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영국계, 어머니는 핀란드와 스웨덴계 혈통이다. 형 카일은 조각가이다.

어린 시절, 가족은 뉴턴으로 이주해 2년 동안 살았다. 3살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형과 맷은 다시 고향인 케임브리지로 어머니와 함께 이사를 갔다. 이후 케임브리지 대안 학교 (현 그레이엄 & 파크스)와 케임브리지 린지 앤드 라틴 학교에 다녔다. 그는 여러 고등학교의 극단에서 배우로 활동했다. 연기 교사 게리 스페카의 예술 세례를 받았고 가까이에 살던 동문 벤 애플렉과 절친으로 발전했다. 두 사람은 먼 친척이기도 하다. 1988년 하버드대학교에 입학해 영문학을 공부하였지만. 영화 ‘스쿨 타이’ 작업을 위해 중퇴하였다.

젊은 맷 데이먼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영화는 거의 섭렵한 것 같다. 최근 본 영화는 ‘라스트 듀얼’(2021년)이다. 이 영화의 이미지는 아주 아주 강렬하다. 육중한 갑옷을 입은 등장인물들이 움직일 때마다 철컥거리는 소리가 긴장감을 더한다. 큰 검이 불꽃을 튀기며 부딪는 소리, 거칠고 실감 나는 전투 장면과 함께 스토리도 강렬하고 액션도 박력 넘친다. 마지막 결투 장면이 압도적이다. 이 영화의 감독이 ‘글래디에이터’ ‘블래이드 러너’의 리틀리 스콧이니 할 말 다 한 셈이다. 그는 비주얼리스트(강력한 시각주의자)로 알려졌다.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The Last Duel: A True Story of Trial by Combat in Medieval France)는 중세 프랑스를 다룬 영화로, 맷 데이먼, 애덤 드라이버, 조디 코머, 벤 애플렉 등등 출연진이 짱짱하다. 원작은 14세기 프랑스의 기사 장 드 카루주(맷 데이먼)와 자크 르 그리 (애덤 드라이브) 사이에 실제 벌어진 프랑스 역사상 마지막 결투 재판을 다룬 UCLA 영문과 교수 에릭 재거(Eric Jager)의 책을 바탕으로 한다.

영화 ‘라스트 듀얼’의 주요 인물. 왼쪽 위가 맷 데이먼.
여자 주인공 마르그리트 역으로 등장한 조디 코머를 보게 되어 뜻밖이었다. 한국계 캐나다 배우인 산드라 오(이브 폴라스트리 역)와 함께 출연한 ‘킬링 이브’(Killing Eve)에서 조디 코머를 처음 보았다. 그 작품에서 신비로운 분위기이지만 치명적 독성을 가진 잔혹한 사이코패스 킬러 ‘빌라넬’ 역으로 급부상한 영국 배우다.

첩보요원을 꿈꾸던 정보국 직원 이브(산드라 오)와 살인을 즐기는 경지까지 간 사이코패스 킬러 빌라넬(조디 코머), 이 둘은 서로의 존재에 매혹되고 집착해 서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인다. 악역이자 사이코패스 역을 능숙하게 표현한 조디 코머의 연기가 볼 만했다.

반면 영화 ‘라스트 듀얼’에서의 조디 코머(마르그리트)는 중세판 ‘미투’의 여자주인공 역으로 출연한다. 코머는 이 영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대본을 읽고 영화의 구조와 세 가지 관점, 궁극적으론 하나의 진실을 보여주는 아이디어에 매료됐다. 주요 등장인물 각자의 관점(1장 장 드 카루주가 말하는 진실, 2장 자크 르 그리가 말하는 진실, 3장 마르그리트가 말하는 진실) 에서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의도가 대본에 매우 명확히 있었다.” 이어 “우리는 (같은 상황의) 각 버전을 동시에 찍었다”고 전했다. ‘결투재판’이란 극단적인 제도가 존재했다는 사실이 눈길을 끄는데, 이 영화에서 왜 결투재판이 성립되었는지 그 배경을 보자.

14세기 프랑스는 부조리한 권력과 야만의 시대로 불린다. 유서 깊은 ‘카루주(맷 데이먼 분)’가의 부인 ‘마르그리트(조디 코머 분)’는 남편 ‘장’이 출장 간 사이, 불시에 들이닥친 ‘장’의 친구 ‘자크(애덤 드라이브 분)’에게 씻을 수 없는 모욕을 당한다. 용서받지 못할 성폭행을 저지른 ‘자크’는 ‘마르그리트’에게 침묵을 강요하지만, ‘마르그리트’는 자신이 입을 여는 순간 자기가 감내해야 할 불명예를 각오한다. 용기를 내어 ‘자크’의 죄를 고발한다.

권력을 등에 업은 ‘자크’는 강력하게 결백을 주장하고, 가문과 자신의 명예를 지키려는 ‘장’은 승리하는 사람이 곧 정의로 인정받게 되는 ‘결투재판’(Trial by combat)을 요청하기에 이른다. ‘장’이 결투에서 패할 경우, ‘마르그리트’는 즉시 화형에 처해진다.

결투재판에는 오로지 승리만이 진실이고 정의다. 패배는 바로 불명예와 죽음으로 이어진다는 말인데, 설사 패배한 측이 진실을 소유했더라도 그 진실은 패배에 따라 진실로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압도적인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른 마지막 결투 장면을 중세 격투기 무술의 용어를 참조하여 살펴본다. 판타지게임 ‘갓 오브 워’라도 보는 것 같다.

영화 ‘라스트 듀얼’ 포스터.
처음의 결투는 기마 상태로 격돌하고,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낙마해 진흙탕 격전을 이어간다. 하프 소딩(Half-Sword/Half-Swording: 긴 칼을 단창처럼 짧게 잡고 싸우는 기술), 배틀액스(Battle Axe: 전투 도끼. 도끼를 인마살상용 전쟁무기로 개량한 것)를 동원한 목숨 건 혈투가 이어진다. 막상막하 대결 끝에 자크가 카루주의 갑옷 틈새 오른쪽 허벅지에 칼을 찔러서 승기를 잡는다.

주저앉은 카루주에게 자크가 마무리하려 다가가는 순간 카루주는 살격(모르트하우: 칼날을 양손잡이로 잡고 휘둘러 크로스가드로 찍어버리는 전법)으로 자크의 뒷무릎 관절을 찍어버린다. 둘의 실력은 비등했다. 하지만 성채 내부의 사무직과 주색잡기가 전문이었던 자크와 달리 돈이 없고 처세술도 부족하던 탓에 전장에서 실전 경험을 계속 쌓아온 카루주가 자크의 빈틈을 잡은 것이다.

카루주는 부상을 입은 자크를 압도하고, 그가 들고 있던 런들 대거(roundel dagger: 단검) 를 빼앗아 마운팅 포지션(상대방 상체를 점령한 자세)에서 자크의 얼굴에 들이대며 자백하라고 소리 지른다. 자크는 ‘맹세코 강간한 적이 없다’ ‘내가 거짓을 고하면 난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며 피투성이 진흙 범벅이 된 얼굴로 절규한다. 카루주는 어떻게 결투를 마무리할까? 다시 돌려봐도 참으로 살 떨리는 처절한 결투가 아닐 수 없다.

‘굿 윌 헌팅’을 그의 대표작에서 빼놓을 수가 없다. 또한 이 영화에서 주인공 ‘윌 헌팅’의 정신과적 치료를 맡는 교수 숀을 연기한 로빈 윌리암스(1951년∼2014년)를 빼놓을 수 없다. 로빈을 바라본다는 것은 화살에 목이 찔려 서서히 죽어가는 어미 사슴을 바라보는 일이다. 가슴이 시려온다. 2014년 8월 그의 부고가 전해졌다. 친근한 인상으로 모두에게 웃음과 행복을 주었지만 정작 본인은 극심한 우울장애로 외로움을 겪었다고 한다. 최종 사인은 자살로 밝혀졌다는데 사망하기 얼마 전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것 또한 요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많은 영화팬이 최고의 장면으로 꼽는 영화 ‘굿 윌 헌팅’ 대화 장면.
그의 아내 수전 윌리엄스은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는 기존에 알려진 우울증이 아니라 치매에 따른 고통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수염을 텁수룩하게 기르고 사라져가는 가는 것들을 처연하게 바라보는 그의 슬픈 눈동자가 자꾸 떠오른다.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 주인공 윌 헌팅이 좋은 사람이란 뜻))은 구스 반 산트가 감독한 1997년 미국의 드라마 영화이다. 맷 데이먼, 로빈 윌리엄스, 벤 애플렉, 스텔란 스카스가드, 미니 드라이버가 출연하였다.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이 공동으로 각본을 쓴 이 영화는 실제로 맷 데이먼이 하버드 대학 재학시절 과제를 기초로 해 보스턴의 빈민가에 사는, 유년시절 상처로 방황하는 20살의 수학천재 ‘윌 헌팅’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영화는 미국 아카데미상 최우수작품상을 포함해 9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최우수 남우조연상(로빈 윌리엄스)과 최우수 각본상(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을 수상하였다. 2014년 윌리엄스의 사망 이후 보도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영화 100편 중 53위에 선정됐다고 하는데 그 순위가 낮게 느껴져 오히려 실망스러울 정도로 명작 중에 명작이다.

이 영화의 명장면으로 숀(로빈 윌리암스 분)이 윌 헌팅에게 하는 말이다.

숀: 넌 강한 아이야. 전쟁에 관해 묻는다면, 셰익스피어의 명언을 인용할지도 모르지. ‘다시 한번 돌진하세, 친구들이여!’ 하지만 넌 상상도 못할 거야. 전우가 도와달란 눈빛으로 널 바라보며 마지막 숨을 거두는 게 어떤 일인지.

사랑에 관해 물으면 한 수 시까지 읊겠지만, 한 여자에게 완전한 포로가 되어 본 적은 없을 거야. 그 눈빛에 완전히 매료되어 신께서 너만을 위해 보내준 천사로 착각하게 되지. 절망의 늪에서 널 구해주라고 보내준 천사. 또는 한 여인의 천사가 되어 사랑을 지킨다는 것이 뭔지 넌 모를 거야. 그 사랑은 어떠한 역경도, 암조차도 이겨내지.

영화 ‘굿 윌 헌팅’.
죽어가는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두 달이나 병상을 지킬 때면 더 이상 환자 면회 시간 따위는 의미가 없어져. 진정한 상실감이 어떤 건지 넌 몰라. 타인을 네 자신보다 더 사랑할 때 느낄 수 있는 거니까. 넌 누굴 그렇게 사랑해본 적이 없을 거야.

숀: 내 눈엔 네가 지적이고 자신감 있어 보이기보다 오만 가득한 겁쟁이 어린애로만 보여. 하지만 넌 천재야. 그건 누구도 부정 못해. 그 누구도 네 지적 능력의 한계를 측정하지 못할걸. 그런데 넌 달랑 그림 한 장 보고서는 내 인생을 다 안다는 듯 내 아픈 삶을 잔인하게 난도질했어.

숀: 너 고아지? 네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고, 네가 뭘 느끼고 어떤 사람인지 올리버 트위스트만 읽어 보면 다 알 수 있을까? 그게 널 전부 설명할 수 있어?

숀: 솔직히 난 그런 개소리 상관없어. 어차피 너한테 들은 게 없으니까. 엿 같은 책에서 뭐라 나불대건 상관없다고. 네가 스스로 너에 대해 말해야 돼. 네가 누군지. 그렇게 하면 나도 관심을 갖고 널 대해 줄게. 근데 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지? 너 스스로 무슨 말을 할지를 겁내니까. 네가 선택해. 윌.

맷 데이먼은 다른 배우와 비교해서는 강렬한 카리스마가 좀 부족해 보여 다소 평범해 보이지만 지성적인 이미지가 강해 평범한 이미지를 능가한다. 특히 ‘제이슨 본’ 시리즈에서는 날렵하고 영리하고 멋진 액션을 보여주어 나무랄 데가 없다. ‘라스트 듀얼’에서 그의 모습도 강렬했다. 그의 뺨에 뱀이 기어간 자국 같은 깊은 상처(분장술)로 더욱 거칠게 보였다. 다양한 캐릭터를 잘 소화해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고 유연하게 연기하는 것이 그의 큰 장점으로 보인다.

추신: “빌 클린턴이 오래 전에 저에게 해주었던 조언을 들려드릴까 합니다. 당신이 보는 문제를 향하여 몸을 돌려라Turn toward problems that you see. 당신은 거기 관여해야만 한다(You have to engage” 라고 했죠. 이 말을 할 때 실제로 그는 강조를 위해 제 쪽으로 몸을 돌리기도 했어요. 오늘 여러분들에게 제가 해주고 싶은 말도 그것입니다. 여러분이 보는 문제를 향하고 거기에 관여하라고 말입니다. 여러분 자신을 보면서 그 문제에 대해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하라고요.“ (맷 데이먼의 2016년 7월 MIT 졸업 축하 연설 중)정익진 시인 ij071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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