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장에 녹음 스튜디오도 갖춰
- 지역 메탈·펑크밴드 활성화 기대

부산 인디음악의 구심점이었던 클럽 ‘리얼라이즈’가 폐관 2년 만에 다시 문을 연다. 헤비메탈 펑크밴드 등의 공연을 주로 선보였던 클럽이 재개관하면 이 분야 뮤지션들의 무대 활동도 늘어 부산 인디씬의 활력을 높일 것이란 기대를 모은다.

클럽 리얼라이즈가 2년 만에 재개관하며 지역 뮤지션의 활동 폭이 다양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사진은 남구 대연동 시절 클럽 리얼라이즈의 공연 장면. 리얼라이즈 제공

14일 만난 클럽 리얼라이즈 배진수 대표는 다음 달 3일부터 수영구 광안동에 새롭게 마련한 공간에서 본격적으로 클럽 운영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2020년 6월 개관 10주년 기념공연을 끝으로 문을 닫은 지 2년6개월 만이다.

배 대표는 클럽 문을 닫은 동안 동명의 하드코어, 펑크, 메탈 전문 인디 레이블을 운영하면서 10년 공연 기획의 노하우를 살릴 방안을 꾸준히 고민했다. 그는 “부산에서 활동하던 밴드가 코로나19를 전후해 30~40팀으로, 절반가량 줄어든 것 같다. 20년간 밴드 활동을 해온 뮤지션으로서 아쉬움이 컸다”고 재개관을 추진한 심정을 들려줬다.

하드코어 메탈 밴드 ‘과매기’ 보컬로도 활동 중인 배 대표는 현역 뮤지션이자 클럽 운영자로서 뮤지션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잘 안다. 이는 리얼라이즈의 강력한 무기. 그는 우선 원래 있던 남구 대연동에서 수영구 광안동으로 리얼라이즈의 무대를 옮겼다. 스튜디오로만 쓸 계획이었던 지금의 장소에 공연도 가능하도록 만들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새 리얼라이즈는 공연 중심의 공간이자 녹음 등이 가능한 스튜디오로, 밴드 연합무대 같은 기획 공연도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다.

스탠딩 공연은 최대 70명, 좌석을 배치할 경우 40여 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다. 배 대표는 간단한 음료 섭취 정도만 허용해 관객이 공연에 더욱 집중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2016년부터 진행했던 후쿠오카 라이브클럽과의 교류 공연도 곧 재개한다. 이 교류 공연은 배 대표가 클럽을 운영한 10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다. 그는 “2016년 후쿠오카 한 클럽 관계자가 리얼라이즈를 방문해 교류 공연을 제안했을 때가 기억난다”며 “리얼라이즈를 통한 국내외 밴드의 음악 교류 기회도 만들어 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리얼라이즈 무대가 재개되며 지역 뮤지션들의 활동 폭이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 뮤지션의 공연무대는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남구 오방가르드와 금정구 클럽 무몽크 정도가 공연을 선보이고, 기존 뮤지션들이 자주 찾았던 클럽들은 기획 공연이 아닌 대관 공연으로 흐름을 바꾸는 추세다. 코로나19를 전후로 이런 분위기는 더욱 짙어졌다. 리얼라이즈는 인디음악 중에서도 헤비메탈과 펑크 등의 장르의 공연을 선보여 마니아 팬의 관심이 높았다.

지역 뮤지션들은 반색했다. 부산의 유명한 뮤지션으로, 그룹 스카웨이커스를 이끌었던 이광혁 씨는 “TV나 유튜브에서 들을 수 없는 ‘생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데 리얼라이즈가 다시 문을 열어 무척 반갑다”며 “흔치 않은 나만의 음악을 듣고, 응원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지역에서 드물었던 메탈·펑크밴드의 공연을 볼 기회도 늘어날 전망이다. 작가이며 대중문화평론가·다큐멘터리 감독인 방호정 씨는 “부산에서 꾸준히 활동한 메탈 밴드나 펑크 밴드의 공연을 찾아보기 힘들어 아쉬웠는데 훨씬 상황이 좋아질 것 같다”며 “배진수 대표가 레이블을 운영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어 리얼라이즈에서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