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로서 청춘의 시간을 부산시향과 함께했다. 내년 시즌은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부산시립교향악단 최수열 예술감독은 내년 시즌을 끝으로 부산시향을 떠난다. 지난 16일 최 예술감독을 만나 부산시향과 함께한 그의 ‘6년’을 6개의 키워드로 풀어봤다.
#프로그램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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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수열 부산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부산시립교향악단 제공 |
부산시향은 2018년 처음 연간 프로그램북을 발표했다. 최 예술감독이 부산시향에서 가장 먼저 시도한 ‘체계 세우기’다. 그는 “60년 가까이 된 부산시향이 시즌 프로그램북을 제작하지 않아 놀랐다”며 “오케스트라라면 시즌 라인업 발표는 당연한 일이고, 그 체계를 정립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눈앞에 2018년부터 2023년까지 프로그램북이 나열됐다. 변화는 한눈에 보였다. 최 예술감독은 “취임 후 처음 진행한 2018 시즌은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에 매우 간소한 편이다”고 웃은 뒤 “2019 시즌부터 인사말을 넣고 연주곡을 설명하는 데 신경 썼다. 각 연주회를 상징하는 제목도 지었다. 문장에서 단어로, 곡 제목 등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숫자6
최 예술감독은 유난히 숫자 6과 인연이 많다. 우선 지난 9일 공개된 내년 시즌 라인업을 보면 최 예술감독은 11번의 공연 중 6번의 무대에 오른다. 5월 공연 일정을 비워둔 것은 가정의 달을 맞아 특별 공연을 계획하기 위해서다. 최 예술감독은 지난 2일 부산시향 창단 60주년 기념 ‘회갑’ 공연을 치렀고, 내년은 그가 부산시향과 함께하는 6번째 시즌이다.
그가 특히 기대하는 공연은 내년 6월 16일에 열리는 제600회 정기연주회다. 이날 말러의 마지막 작품인 교향곡 제9번으로 관객과 만난다. 부산시향은 같은 달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교향악 축제에도 이 곡으로 참가한다. 최 예술감독은 “60주년 연주회와 제600회 정기공연을 함께하는 지휘자가 됐다. 특히 교향악 축제는 해마다 4월 열리는데, 내년은 이례적으로 6월에 열린다. 이쯤 되면 ‘6’과의 인연을 곱씹지 않을 수 없다”고 웃었다.
#Last work
내년 시즌을 끝으로 최 예술감독은 부산시향을 떠난다. 애초 임기는 2024년 9월까지였으나 한 시즌을 온전히 마무리하고 다음 지휘자에게 넘겨주기 위해서다. 그는 “오롯이 부산시향을 생각해 내린 결정이다. 지휘자는 떠나도 부산시향은 계속되기 때문”이라며 “좋은 마지막에 대해 오래도록 고민한 결과”라고 밝혔다.
그는 6년 여정을 마무리하는 마음을 담아 내년 6차례 연주회에서 하이든 브람스 드보르자크 말러의 마지막 교향곡을 택했다. 또 비제의 마지막 작품인 오페라 카르멘을 기반으로 한 모음곡, 슈트라우스 교향시를 집대성한 작품 ‘영웅의 생애’를 선곡했다.
#슈트라우스
최 예술감독은 부산시향의 개성을 슈트라우스에서 찾았다. 그는 취임 당시인 2017년 9월 “슈트라우스의 모든 교향시를 국내 최초로 완주할 예정이다”는 약속을 2019년 11월 지켰다. 당시 “천재적인 기질의 슈트라우스 음악은 직설적이고 자신감 넘친다. 부산과 어울린다”고 했다. 이후 그의 바람처럼 슈트라우스는 부산시향의 시그니처이자 무기가 됐다. 그래서 최 예술감독은 부산시향에서의 마지막 시즌, 마지막 연주로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를 택했다. 그는 “슈트라우스는 자신의 교향시를 집대성해 영웅의 생애를 선보였는데, 나와 부산시향의 역사를 압축한 곡이라고도 생각한다”고 선곡 이유를 밝혔다.
#부산
6년 차 ‘부산시민’인 최 예술감독은 요즘 일정이 없는 날 부산 곳곳을 여행하는 재미에 빠졌다. 그는 “부산은 알수록 매력적인 도시다. 그래서 부산시향뿐 아니라 부산을 떠나는 자체가 아쉽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여행가방을 끌고 부산시향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과 마주치면 감회가 남다르다. 그는 “부산 여행 코스 중 하나로 부산시향의 공연이 포함됐다는 뜻으로도 읽혀 의미 있다”고 말했다.
#청춘
그는 “지휘자로서 청춘을 부산시향과 함께 시작했다”고 표현했다. 이후의 삶을 지금 단정 지을 수 없지만, 부산시향 경험을 토대로 유연함을 늘려갈 생각이다. 그는 “시향은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공연을, 지난해보다 올해 더 좋은 연주를 선보여야 한다. 또 음악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연주를 통해 힐링·위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산시향에서의 경험은 내 인생에서 주요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