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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98> 양자경과 김민경

숨겨진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순간

  • 방호정 작가
  •  |   입력 : 2022-11-21 19:27:46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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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배우인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말레이시아 출신인 세계적 배우 양자경의 ‘예스마담’은 ‘걸 크러쉬’라는 표현이 없던 시절, 제대로 걸 크러쉬를 보여준 영화였다. 올해 개봉한 제목부터 이상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애초에 성룡을 주인공으로 기획했으나 성룡이 거절하는 바람에 드물게 평단과 관객과 제작사를 동시에 만족시킨 양자경의 새로운 대표작이 됐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포스터.
어쩌면 성룡은 기획안을 보고 ‘이게 대체 뭔 소리야?’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영화 속 양자경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위기에 몰려 엉뚱한 행동을 반복해 수없이 많은 다중우주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사는 또 다른 나 자신의 능력을 불러와 적들과 싸우게 된다. 황당하고 더 황당한 상황들이 정신 없이 거듭되다 결국 울컥하고 감동의 눈물이 터지는, 말 그대로 황당한 영화다. 많은 이가 ‘올해의 영화’로 꼽는 만큼 강력하게 추천한다.

굳이 다중우주까지 불러오지 않아도,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자신도 몰랐던 숨겨진 능력을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예능 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에서 가공할 먹성을 자랑하던 홍일점 코미디언 김민경은 복불복 게임을 통해 웹 예능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의 주인공으로 발탁됐고, 대부분 사람이 그러하듯 평소 운동을 싫어하는 바람에 알아차릴 기회가 없었던 엄청난 체력과 재능을 마흔 넘어 발견하게 된다.

결국, 김민경은 IPSC 사격 국가대표가 돼 세계대회 출전을 위해 태국 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쯤 되면 누구나 한 번쯤 “나도 엄청난 재능을 아깝게 썩히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 법하다.

때마침 바람이 점점 차가워지고 거리에는 다소 때 이른 크리스마스 캐럴까지 울려 퍼진다. 남은 생을 어찌하면 좋을 것인가 고민하던 차에 양자경과 김민경을 보니, 혹시 모를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보고 싶어진다. 어차피 너나 할 것 없이 필멸자의 운명을 타고난 인생. 생소한 시도라도 거듭해보는 것이 결국 이득이 아닐까? 딱히 위대해지지 않더라도 다양하게 확인해보는 것 또한 그 자체로 의미와 재미가 있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3분째 진지하게 선택을 고민 중이다. 힙합이 좋을까, 아이돌이 좋을까? 우선 운동이라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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