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반전이 인상적이었던 이충현 감독의 14분짜리 단편영화 ‘몸값’을 모티브로 재난영화와 스릴러, 액션, 블랙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해 몸집을 불려 탄생한 6부작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몸값’은 전우성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원작처럼 원 테이크 촬영 방식을 따라가며 긴장감과 현장성을 놓치지 않는다. 영화 ‘버드맨’이 그러했듯 원 테이크로 보이게 하는 트릭들이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제작진과 배우들의 엄청난 고생이 화면 가득 뿜어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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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몸값' 포스터. |
특이하게도 극을 이끌어가는 인물들은 주연 조연할 것 없이 죄다 악당이다. 저 많은 대사를 어떻게 소화했을까 싶을 만큼 수다스러운 악당들이다. 말 많은 악당들이라니 어쩐지 쿠엔틴 타란티노 냄새가 진하게 풍긴다. 특히 극 중 내내 붉은색 팬티 한 장만 걸치고 등장하는 노형수 역의 진성규 배우의 몸 사리지 않는 열연이 눈물겹다. 스스로 범죄소탕을 위해 잠입한 형사라고 주장하지만, 그다지 신뢰가 가지는 않는 캐릭터다. 박주영 역의 진종서는 굳이 선악을 따지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인물이고, 그나마 가장 착한 인물로 효심에 불타는 심하게 순수한 청년 고극렬(장률) 역시 저 정도로 상황 파악 안 되고 눈치 없으면 그냥 악당으로 치는 편이 맞는 것 같다.
이들은 치열하게 싸우고 때때로 협력하며 생존해나가지만 고맙게도 한국 콘텐츠의 고질병인 신파나 억지 감동을 위해 노력하지는 않는다. 특히 좀비가 연상될 만큼 지독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고극렬은 어쩌면 난처하기 짝이 없는 시대를 버티는 MZ세대를 상징하고 응원하기 위해 만든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이미 ‘몸값’은 많은 이의 극찬을 받고 있지만 만약에 티빙이 아니라, 넷플릭스로 공개됐다면 해외 시청자들에게 더 쉽게 더 큰 호응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아니 반대로 생각해보면 토종 OTT인 티빙이 이런 독특하고 경쟁력 있는 작품을 만들어 냈으니 오히려 자랑스럽고 힘껏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 와중에 기쁜 소식은 ‘몸값’ 시즌 2가 본격적으로 기획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짧은 시간 깊게 정들어버린 악당들의 생존기를 다시 볼 수 있다니 참 다행이다. 아직 못 본 이들이 있다면 2022년이 가기 전에 꼭 챙겨 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