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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주 타계 30주기…새로 읽는 나림 명작] <14> 에필로그, 이제 다시 시작이다

나림의 힘 오롯이 느낀 2년 여정…부울경 통합의 문화적 토양 돼야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2-12-18 19:02:04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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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작가 탄생 100주년 계기
- 부산문화재단·본지 공동기획 진행
- 기획시리즈 문학콘서트 문학상 등
- 지역 상징 문호로 외연 확장 성과

- 영향력 있는 원로·중진 필진 참여
- 전국적인 나림 애호가 호응 받아
- 문학 탐방버스·읽기모임 등 설계
- 문화당국 적극 지원 촉매제 되길

지난 2일 국제신문과 부산문화재단 공동 주최로 ‘대문호 나림 이병주 문학콘서트’가 부산 서면 영광도서 8층 문화홀에서 열렸다. 이 무대에서 바이올리니스트 강소연과 반도네온 연주자 김종완이 맡은 ‘나림 이병주 애창곡 연주’는 단연 인기가 높았다. 앙코르 요청이 두 음악인을 향해 쏟아졌다. 이날 김종완 강소연이 연주한 곡은 ‘황성옛터’와 ‘부베의 연인’이었다.
지난 2일 부산 서면 영광도서 8층 문화홀에서 열린 ‘대문호 나림 이병주 문학콘서트’에서 반도네온 연주자 김종완(왼쪽)과 바이올리니스트 강소연이 공연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크나큰 갈채 속에 ‘나림 애창곡’ 연주가 끝나고, 이병주 선생의 아들 이권기 경성대 명예교수가 유족 대표로 인사말을 하고자 무대에 올랐다. 그는 서면과 영광도서에 얽힌 가족의 추억을 회고했고 이번 문학콘서트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사실은…‘황성옛터’는 선친의 애창곡은 아니었습니다. 그때 어르신들은 다들 좋아한 노래였죠. ‘부베의 연인’을 아버님께서 좋아하신 건 맞습니다만 … 애창곡을 따지자면 ‘베토벤 교향곡 5번’과 ‘해운대 엘레지’ 같은 음악이 앞자리에 나와야 할 것입니다.”

이권기 교수는 “아버님은 ‘베토벤 교향곡 5번’은 집에서는 물론이고 자동차 안에서도 늘 틀어놓으셨고 기분이 좋을 때 ‘해운대 엘레지’를 비롯해 여러 애창곡을 부르셨다. 아쉽게도 ‘황성옛터’는 그 목록에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 애창곡 소동에서 배운 것

문학콘서트에서 인사말을 하는 이미연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
주최 측으로서는 ‘뭘 모르고’ 애창곡을 선곡한 셈인데다, 유족 대표 이권기 명예교수에게 직접 의견을 물으면 됐을 일을 둘러 둘러 간 격이었다. 주최 측은 서둘러 “최근 몇 년 동안 가을마다 하동군 북천면 이병주문학관에 찾아갔는데 그때 마을 주민들이 참여하는 이병주 애창곡 부르기 행사의 추천곡 목록에 ‘황성옛터’가 언제나 있었기에 선곡했다. ‘부베의 연인’은 대표적인 애창곡은 아니어도 애창곡은 애창곡인 것으로 안다”고 ‘해명’해야 했다. 어쨌든 강소연과 김종완의 연주는 뛰어났고 인기 높았다.

이 일화가 주최 측에 던진 메시지는 예술가를 기리고 되새기는 일의 어려움이었다. 기리고 되새겨야 할 인물이 나림 이병주(1921~1992) 작가 같은 대문호일 때는 그 어려움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9월 문학평론가 남송우 부경대 명예교수가 쓴 ‘프롤로그, 부울경과 이병주 문학’으로 시작한 ‘새로 읽는 나림 명작’ 기획시리즈를 마무리한다. 이 기획 또한 부산문화재단(대표 이미연)과 국제신문이 공동으로 기획·진행했다.

‘새로 읽는 나림 명작’ 기획시리즈의 첫째가는 목적은 부산·울산·경남 사람의 마음을 잇고 보듬는 문화 상징 인물로 대문호 나림 이병주를 조명하는 데 있었다. 남송우 문학평론가가 이 기획시리즈의 프롤로그에 쓴 이 문장은 그 목적을 잘 요약한다. “문화는 다양한 사람을 하나로 묶어주는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정치와 경제를 견인하는 실질적인 힘을 갖고 있다. 부울경 통합의 문화적 촉매제 역할을 해낼 작가와 작품 선정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필자는 우선 이병주를 지목한다.”(지난 9월 2일 자 국제신문 12면)

■ 새로운 관점의 글 반갑고 신선

경남 하동군 북천면 이병주문학관에 있는 만년필 조형물. 국제신문 DB
이 기획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필자들이 가세한 점도 성과였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문화연구자 김성환 박사(제2회 ‘관부연락선), 손혜숙 한남대 교수(제4회 ’바람과 구름과 비‘), 정찬영 동서대 교수(제5회 ’산하‘), 정미진 경상국립대 강사(제6회 ’행복어사전‘), 이헤진 세명대 교수(제8회 ’예낭풍물지‘), 정주아 강원대 교수(제10회 ‘소설·알렉산드리아’) 등 적지 않은 이병주 연구자·전문가들이 국제신문에 새로이 글을 실으며 독자와 이병주 문학을 이었다.

이와 함께 정호웅 김주성 조광수 하태영 남송우 김종회 연구자가 필진으로 동참했다.

또 한 가지 갈무리해두어야 할 내용이 있다. 2021년은 이병주 작가 탄생 100주년이었고, 2022년은 타계 30주기가 되는 해이다. 이병주문학관·㈔이병주기념사업회·국제신문은 2021년부터 이와 관련한 기획을 함께 진행했다. 2021년 9월 시작해 10주 동안 매주 한 차례 연재한 ‘이병주 탄생 100주년 그를 회고한다’에는 남재희 임헌영 안경환 김주성 김언종 강남주 등 무게감이 큰 원로·중진 필진이 참여했다.

국제신문에 격주로 실린 ‘조봉권의 문화동행’은 2020년 11월 11일 자에 실린 제1회 기사를 이병주문학관 현장 기사로 쓴 뒤 모두 세 차례에 걸쳐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을 집중 조명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발굴’된 형법학자 하태영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병주 타계 30주년, 작품 속 시대정신과 법’ 시리즈를 2022년 3월과 4월에 걸쳐 5회 연재했다. 하태영 교수는 이를 계기로 펴낸 저서 ‘밤이 깔렸다’(함향 펴냄)로 올해 이병주하동국제문학상 연구부문상을 받았다.

한국아나키즘학회장을 지낸 정치학자·정치사상학자 조광수 전 영산대 교수는 올해 5월부터 ’이병주 타계 30주년 나림 문학과 아나키즘‘이라는 신선한 기획시리즈를 국제신문에 9회 연재했다.

■ 2년간의 나림 기획 마무리

이런 과정을 거쳐 나림의 타계 30주년이 되는 올해 ‘새로 읽는 나림 명작’ 기획시리즈를 부산문화재단과 국제신문이 공동 기획·진행했다. 이는 대문호 나림 이병주를 기리고 새기는 일의 외연은 확장하고 내면은 더 깊어지는 일련의 단계를 보여준 점에서 뜻깊다. 김종회 ㈔이병주기념사업회 공동대표는 “국제신문이 지난해부터 참여도를 크게 높이면서 이병주 기념사업이 명실공히 문학과 언론 양면에서 조명하는 객관적인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국제신문을 통해 이병주 문학을 대중적으로 확산해 공공의 문화 복리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고 평했다.

‘새로 읽는 나림 명작’에 ‘그 테러리스트를 위한 만사’ 편을 쓴 조광수 전 교수는 “전문가들의 평과 논을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독후감을 저렇게 쓸 수도 있구나 하는 감탄 섞인 소감도 있다. 프롤로그에서도 밝혔듯 부산과 나림을 연결하는 접근과 산업이 구체화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 기획시리즈에 ‘쥘부채’ 편을 쓴 하태영 교수는 이렇게 밝혀왔다. “부산을 배경으로 한 나림의 ‘예낭풍물지’를 다시 읽으며 탁월한 ‘어머니 문학’임을 거듭 확인했다. 부산문화재단 등 문화 당국은 내친김에 ‘예낭풍물지’를 영상물로 제작하여 부산 어머니와 나림의 문학정신을 추모해 주길 바란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전국의 적지 않은 나림 애호가들이 이 시리즈에 호응해주었다. 나림 작품은 이성을 깨우고 내면을 단단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국제신문이 동참해서 작품 무대를 탐방하는 ‘나림 문학 버스’를 내년 봄에 운영하자.”

문학콘서트를 관람한 작가 안지숙은 “나림의 저력과 재미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다. 부산 시민과 부산의 문학 애호가들이 먼저 ‘나림 읽기 모임’을 만들고 국제신문과 문화 당국이 관심을 보인다면 더 뜻깊은 일이 이어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공동기획:국제신문·부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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