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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102> 손웅정과 ‘킹 리차드’

아버지의 이름으로

  • 방호정 작가
  •  |   입력 : 2022-12-19 20:27:04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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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172회에 걸그룹 ‘뉴진스’가 출연한다는 소식에 만사 제쳐두고 시청하다 뒤이어 손웅정 편까지 보게 됐다. 무려 프리미어 리그 득점왕에 올랐고, 카타르 월드컵 16강까지 견인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주장 손흥민을 ‘절대 월드 클라스 선수는 아니다’며 야박하게 평가한 손흥민의 아버지다.
킹리차드 스틸컷. 공식홈페이지 제공
진행자들에게는 재석이 형, 세호 형이라 부르며 너스레를 떨다 축구와 손흥민에 대한 얘기만 나오면 정색하고 목청을 높이는 손웅정. 그는 전력을 다해 손흥민의 아버지로 살기로 이 악물고 결심한 사람 같았다. 어린 손흥민이 상장과 트로피를 타오는 족족 ‘분리수거’하고 매일 함께 훈련했다. 행여나 아들이 자만에 빠질까 염려해서였다. 고된 체력훈련에도 손흥민은 반항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아버지란 사람이 새벽 4시에 먼저 일어나 훈련 준비를 하고 같이 땀 흘리며 운동을 하고, 구단 훈련 중에도 눈과 비를 맞으며 매일 6시간을 꼬박 지켜보니 도무지 반항할 명분이 없다.

자연스레 떠오른 영화가 있다. 올해 아카데미 영화제에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나 그 직전에 주인공 윌 스미스가 사회자의 뺨을 후려치는 사고를 치는 바람에 온전히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 영화 ‘킹 리차드’다. 걸출한 갱스터 랩퍼들을 배출한 거친 동네 컴톤에서 두 딸 세레나와 비너스를 전설적인 테니스 스타로 만든 아버지 리차드 윌리엄스의 실화를 그려낸 영화다. 리차드는 한술 더 떠서 아이가 태어나기 2년 전부터 78페이지의 챔피언 육성계획을 짠다. 손웅정과 리차드 윌리엄스는 마치 맹신처럼 보이는 신념으로 자신이 틀리지 않았음을 결국 증명해 낸 꼭 닮은 아버지들이다.

언젠가 손 씨 부자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손흥민이 유럽에서 데뷔 골을 넣은 날, 아버지는 아들과 포옹하고 아들의 노트북을 가슴에 품고 숙소로 돌아갔다고 했다. 폭발하는 팬들의 축하와 환호에 마음이 흔들릴까 너무 두려웠다고 한다. 그런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손흥민은 여러 복잡한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사실 팬들의 반응은 스마트폰으로도 간편하게 살펴볼 수 있다. 그래도 그 마음만은 오롯이 전해졌기에 손흥민은 지금 우리가 아는 손흥민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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