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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37> 해운대 청사포 구석기

부산 최초로 구석기 유물 확인… 좌동·중동 발굴로 이어져

  • 김유정 부산박물관 학예연구사
  •  |   입력 : 2023-01-17 19:25:58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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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명물 ‘해운대 해변열차’를 타고 풍경을 보고 있으면, 눈이 시원해지고 가슴은 확 트인다. 이 멋진 풍경 속에 부산 최초 인류의 흔적이 숨어 있다. 바로 ‘스카이워크’가 있는 청사포에 말이다.
청사포유적에서 발견된 구석기유물. 부산박물관 제공
부산 청사포유적은 1980년대 말 부산박물관이 시행한 지표조사에서 석기를 수습하면서 발견됐다. 그러나 당시 박물관에 선사시대 전공자가 없어 수습된 석기가 구석기시대 유물인지 인지하지 못한 채 수장고에 잠들어 있었다. 이후 입사한 선사시대 전공 학예연구사에 의해 재발견되고 고고학과 교수의 조언을 거쳐 후기구석기시대 유물로 확인되면서 비로소 학계에 정식으로 보고됐다. 청사포유적은 부산지역에서 최초로 확인된 구석기 유적으로서, 부산 역사를 신석기시대에서 구석기시대로 끌어올리는 대단한 발견이었다. 또한 한반도 최남단 구석기유적으로서 한국과 일본의 오랜 문화교류와 문화전파 경로를 파악하는 데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부산의 또 다른 구석기유적으로 널리 알려진 곳은 해운대 좌동·중동유적으로, 1992년 부산박물관이 영남지역에서 처음으로 정식 발굴·조사한 구석기시대 유적으로 유명하다. 시대순으로 나열된 부산박물관 상설전시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구석기시대 유물이며, 해운대 좌동·중동 출토 유물이 중앙에 있어 유적의 가치를 증명한다. 해운대 좌동·중동유적 발굴조사가 성사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청사포에서 구석기가 발견돼 부산에도 구석기시대 흔적이 있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청사포유적의 구석기는 함경북도 웅기군 굴포리 유물과 유사한, 기원전 1만5000년 전후(후기 구석기시대)의 것이다. 역사 시간에 배운 ‘인류 최초의 도구‘ 뗀석기가 좀 더 작고 정교하게 다듬어진 모양으로 돌날(석인), 좀돌날(세석인)로 부르는 것들이다. 이 작은 격지들을 떼어낸 몸돌도 나왔다. 이것은 구석기인들이 청사포를 누빈 분명한 발자취이고, 당시 사람들이 작게 손질한 돌조각들을 용도에 맞게 나무에 끼워 사냥하며 생존한 흔적이다.

2021년, 드디어 청사포유적 일부가 (재)한국문물연구원에 의해 정밀 발굴조사됐고, 100여 점의 구석기시대 유물이 수습됐다. 발굴·조사된 자료가 정리되면 수장고에 있는 더 많은 청사포유적 구석기를 부산박물관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부산 청사포 구석기유적은 지금도 그 자리에 있다. 그곳이 구석기유적임을 알리는 안내판도 앙증맞게 설치돼 있다. 격변하는 세월을 견디고, 다행히도 부산에서 유일하게 구석기시대 흔적을 간직하며 남아있다.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들이다. 어떤 하루,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해운대 해변열차를 즐기다 청사포정거장에 내려 스카이워크도 걸어보고, 아주 먼 옛날 이곳에서 치열하게 살았던 구석기시대 청사포 사람에 대한 상상으로 일탈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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