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춘자·방정아·박건·설종보 등
- 작고한 원로·청년작가 아울러
- 6월 ‘꽃피는 부산항’ 특별전도

동글동글 탐스럽게 핀 꽃이 수줍게 웃는다. 비유적 표현이 아니다. 솜털 같은 꽃잎 사이로 작은 입을 내밀고 있는데, 눈으로 ‘호호’ 웃음소리를 듣는 듯하다. 김춘자의 그림 ‘웃음꽃’(2012)은 초현실적이면서 사랑스럽다. 작가는 짧은 붓터치로 민들레 솜털처럼 부드러운 꽃송이들을 피워내 화병에 꽂았다. 파스텔톤의 색감은 우아하고 따뜻한 느낌을 선사한다. 생명의 풍부함과 신비로움을 탐구하는 김춘자의 회화는 부산 형상미술의 맥락에서도 미술사적 의미를 지닌다.

김홍석 작가의 작품 ‘당간’. 미광화랑 제공

부산 수영구 미광화랑이 새해를 여는 첫 전시로 다음 달 15일까지 ‘출발 30인전’을 연다. 김춘자를 포함해 그동안 미광화랑과 전시로 인연을 맺었던 작가 30인의 작품을 다시 전시장에 걸었다. 캔버스 위에 실밥을 기워 만들고 색칠한 김홍석의 1980년대 매체 작품 ‘당간(幢竿)’,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몸을 기꺼이 몸보시한 소 닭 돼지를 기린 방정아의 회화 ‘삼보살’ 등도 반갑다. 1999년 문을 연 이래 미광화랑이 선보인 전시가 그러했듯, 출품작은 대부분 부산에서 활동하거나 부산 출신인 작가의 미술품으로 선정했다.

김춘자 작가의 작품 ‘웃음꽃’. 미광화랑 제공

‘출발 30인전’의 작가 라인업은 20여 년 미광화랑이 걸어온 길이기도 하다. 한 명 한 명 다 풀어보면, 송혜수 류병엽 감민경 김성철 정일랑 이한중 이진이 심점환 박건 김춘자 방정아 김성진 오영재 리쟈 김명식 서세옥 김홍석 신성호 전미경 여근섭 김남진 하미화 김청정 서상환 박윤성 김도플 조정환 우징 김영주 류형욱 강명순 설종보 김도연(무순) 등 작고한 원로부터 30대 청년작가까지 아우른다.

미광화랑 김기봉 대표는 “다양한 작가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조화롭게 하모니를 발산하는 전시가 될 것”이라며 “새해 새롭게 출발하는 때에 화합하고 미술로 함께 나누는 귀한 장이 되었으면 한다”며 기획의도를 소개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성백주, 김도플의 작업은 올 상반기 미광화랑 개인전에서 더 깊고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부산화단에 본격적 추상회화를 들여온 ‘장미 작가’ 성백주 회고전은 오는 5월, 도시에 대한 사유를 작업으로 풀어내는 젊은 작가 김도플 개인전은 오는 6월 열린다. 윤종철 회고전과 설종보 이선경 김충진 초대전, 손종민 김도연 천아름 개인전도 올해 전시장을 채울 예정이다.

미광화랑의 올해 전시 중 가장 주목할 기획은 6월 2~17일 열릴 특별기념전 ‘꽃피는 부산항’이다. 부산 경남 미술의 다양한 양상과 풍부한 양감을 즐길 수 있는 전시로, 부산보다 다른 지역에서 더 주목받는 기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