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막다른 길 내몰린 현대인 보듬다 ‘좀비 미학의 힘’

시립미술관 ‘무라카미 다카시展’

  •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  |   입력 : 2023-01-29 19:55:58
  •  |   본지 1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日거장 회화·영상 등 170여 점
- 현대문명 속성 기괴하게 그려내
- 팬데믹 실의에 빠진 인간 위로

두 귀가 동그란 귀여운 형태의 캐릭터 ‘탄탄보’의 얼굴이 혼란스럽다. 비집고 나오거나 터져 나온 것들이 뒤죽박죽 섞여 어지럽다. 대형 캔버스를 휘감는 혼돈과 불안에 집중할 즈음 캐릭터 머리 위 아주 작은 그림에 눈길이 간다. 주위 상황은 아랑곳없이 작은 캐릭터가 속 편하게 누워 자는 모습이다. 사회는 몰락으로 치닫는데 이를 감지하지 못한 채 눈 감고 있는 개인, 이 그림이 귀엽거나 괴기하기만 할 수 없는 이유다.

지난 26일 부산 해운대구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일본 현대미술의 거장 무라카미 다카시가 자신의 작품 ‘욕망의 불꽃’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산시립미술관은 오는 3월 12일까지 그의 대형회고전 ‘무라카미 다카시: 무라카미좀비’를 개최한다. 전민철 기자
일본 현대미술의 거장 무라카미 다카시(61)가 부산에 상륙했다. 이름은 낯설 수 있지만 ‘미스터 도브(DOB)’ ‘탄탄보’ ‘무라카미.플라워’ 등 그의 주요 작품은 널리 알려졌다. 부산시립미술관이 이우환과 그 친구들 네 번째 시리즈로 그를 초대했다. 2013년 서울 삼성미술관 플라토 전시 이후 10년 만의 한국 개인전이다. 대형 회고전으로 기획한 ‘무라카미 다카시: 무라카미좀비’에선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회화 설치 영상 등 170여 점을 펼쳐 보인다.

무라카미 다카시는 ‘은하철도 999’ ‘미래소년 코난’과 같은 전후 일본 애니메이션과 함께 성장한 세대로, 일본의 서브컬처를 세계 중심이 된 서구 미술에 편입시키려는 전략으로 주목받는다. 그는 동양·서양, 전통·현대, 서구·일본 등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평평한 구조로 해석한 ‘슈퍼플랫(Superflat)’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무라카미좀비’라는 메인 타이틀 아래 ▷귀여움 ▷기괴함 ▷덧없음의 미학에서 전개되는 ‘좀비 미학’을 보여준다. 좀비는 신자유주의와 이에 기인한 현대인의 불안으로 해석되거나 기형적인 현대문명의 상징적인 현상으로 분석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변화하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다루면서 ‘기괴함’에서 확장된 ‘무라카미좀비’의 구체적 형태를 만날 수 있다.

무라카미 다카시는 “동일본대지진 뉴스에서 가족 잃은 아이에게 이웃이 ‘엄마는 별이 됐어’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며 종교가 시작되는 순간이라고 느꼈다. 자연재해는 원망할 상대가 없어 패닉에 빠지게 하는데, 전혀 다른 스토리로 패닉을 진정시키는 게 종교의 핵심이라고 깨달았다”며 “스토리가 있는 예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100m 넘는 회화 ‘500나한도’와 영화 ‘메메노쿠라게’를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붉은 요괴, 푸른 요괴와 48 나한’. ⓒ2023 Takashi Murakami/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또 다른 국면에 들어섰다고 설명했다. “팬데믹으로 인간은 도망갈 곳이 없어졌다. 종교도 제 기능을 못하는 상황에서 스토리도 힘을 잃어갔다. 그러다 아이들을 보니 온라인 게임, 줌, 메타버스 속에서 새로운 리얼리티를 만들더라. 가상세계에서도 현실을 구축하고 관계를 맺으며 위로받는 것을 느꼈다.” 그는 ‘그렇다면 예술은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했다.

이번 전시는 대서사시처럼 흐른다. ‘도보지테 도보지테 오샤만베’처럼 의미 없는 단어의 조합에서 출발한 캐릭터 ‘미스터 도브’의 탄생에서 시작해 이를 기괴하게 변형한 ‘탄탄보’ 캐릭터로 이어진다. 인간 존재의 불안을 강렬한 이미지로 표현한 작가 프란시스 베이컨에 대한 오마주를 통해 인간의 고뇌와 일그러짐과 욕망을 내보인다. 마지막 섹션에선 생과 사, 윤회에 허덕이는 인간을 담으며 덧없음에 대한 깨달음으로 마무리한다. 이우환공간에서는 무라카미 다카시의 ‘원상’ 시리즈를 소개한다. 한 획으로 긋는 동그라미이자 마음과 정신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수행의 표본이라는 뜻을 담은 ‘원상’ 시리즈는 이우환의 작품과 동질성을 공유한다. 전시는 3월 12일까지 이어지며 관람료는 무료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남천동 삼익비치 99층 재건축 무산
  2. 29억으로 껑충 뛴 분담금에 조합 반대 “용적률 수혜도 적어”
  3. 3‘부산~자카르타’ 노선 힘들게 따냈는데…항공사 1년째 취항 외면
  4. 4부산 ‘이중섭 거리’ 핵심 빠지고, 옛 보림극장 사업 손도 못 대
  5. 5늘봄정책 재검토, 인사 물갈이…김석준 ‘새 판 짜기’ 예고
  6. 6‘악마의 유혹’ 정치테마주 주의보
  7. 7의대 증원 여파 고신대 등 합격선 하락
  8. 8[속보] 하동 옥종에서 또 산불
  9. 94시간 52분 ‘사직 혈투’…롯데 쓰디쓴 패배
  10. 10尹 탄핵 비상시국에 부산 경찰 음주운전
  1. 1운명의 60일…승부처는 중도층
  2. 2국힘 지도부 재신임…‘장미대선’ 준비 본격화(종합)
  3. 3尹, 금주 서초 사저 복귀할 듯…경호 탓 제3장소 관측도(종합)
  4. 4민주 대선 경선 ‘어대명’? 범진보, 오픈프라이머리 재차 제안
  5. 5우원식 개헌 동시 투표 주장에 민주 친명 “내란종식 우선” 반발(종합)
  6. 6조기대선 6월 3일 화요일…정부, 8일 국무회의서 확정
  7. 7조기대선 6월 3일 화요일…정부, 8일 국무회의서 확정
  8. 8국민 눈높이로 공들인 헌재 결정문…법리 넘어 통합 강조(종합)
  9. 9윤상현 “尹, 신당 창당 제안 많지만 배격…파면은 의연하게 받아들여”
  10. 10헌재, 계엄 위헌·위법 인정…尹 형사재판에도 여파(종합)
  1. 1부산 남천동 삼익비치 99층 재건축 무산
  2. 29억으로 껑충 뛴 분담금에 조합 반대 “용적률 수혜도 적어”
  3. 3‘부산~자카르타’ 노선 힘들게 따냈는데…항공사 1년째 취항 외면
  4. 4‘악마의 유혹’ 정치테마주 주의보
  5. 5키움마저…잇단 전산사고 비상
  6. 6신발업계, 해외생산 재편…철강은 단가인하 압박 받아
  7. 7윈도우10 시대 저문다…글로벌 브랜드 고성능 AI PC 선점 경쟁
  8. 8제조업 특화 ‘경남형 챗GPT’ 만든다
  9. 9고사위기 유통업계 “낡은 규제 풀어달라”
  10. 10“필터 원단 듀라필텍스, 3M보다 고성능…TSMC 납품 목표”
  1. 1부산 ‘이중섭 거리’ 핵심 빠지고, 옛 보림극장 사업 손도 못 대
  2. 2늘봄정책 재검토, 인사 물갈이…김석준 ‘새 판 짜기’ 예고
  3. 3의대 증원 여파 고신대 등 합격선 하락
  4. 4[속보] 하동 옥종에서 또 산불
  5. 5尹 탄핵 비상시국에 부산 경찰 음주운전
  6. 6부산 동구, 부산 자치구 최초 지속가능발전 기본전략 및 추진계획’수립
  7. 7헌재 다시 6인체제 되나… 18일 문형배·이미선 퇴임에 '기능마비' 우려
  8. 8기장군 안일행정에…해일대피시설 1년 넘게 준공 못해
  9. 9울주서 또 산불…대구선 진화헬기 추락, 조종사 숨져(종합)
  10. 10獨 “행정낭비 말자” 전국 교통정기권 통합…韓은 ‘따로국밥’
  1. 14시간 52분 ‘사직 혈투’…롯데 쓰디쓴 패배
  2. 2이정후 시즌 첫 3안타, 도루…오라클 파크 열광
  3. 3극적 8m 이글…이예원, 국내 개막전 정상
  4. 4존재감 없는 롯데 캡틴…"준우형 도대체 왜 그래?"
  5. 5부상 이강인, PSG서 5번째 트로피
  6. 6프로농구 KCC, 시즌 막판 또 연패
  7. 7동점골 취소 불운 아이파크, 올해도 홈 약세?
  8. 8사직구장 재건축, 중앙투자심사 반려 ‘제동’
  9. 9NC, 롯데와 한솥밥 먹나?…사직구장 임시 사용 검토
  10. 10U-17 축구대표팀, 23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 도전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동삼동패총에서 나온 신석기시대 옹관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무늬오징어’는 ‘흰꼴뚜기’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영화, 독특한 맛의 변주…요리사 출신 감독의 기묘한 기행
시간여행 ‘환상’을 매개로 냉정한 현실 다뤄…“작은 감정이라도 느끼게 하는 영화이길”
리뷰 [전체보기]
신인이 이끈 시립극단 정기공연 ‘박수 갈채’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불경기에도 많은 관람객…청년·신진작가 약진 눈길
통영국제음악제 문 연 임윤찬, 산불피해 아픔 달랜 감동 선율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그림과 함께 보는 시산문 50편 外
봉준호의 영감은 어디서 나올까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무슨 일 하세요? 묵묵히 살아가는 소시민 이야기
따라 썼을 뿐인데…디지털시대, 필사가 주는 힘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황제성-숲속
김지선-In the shadow of Fear, Toward the Light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청명한 이 아침에 /이상훈
청바지 /윤현숙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트렁크’ 서현진 정윤하
배우 문소리의 전천후 행보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검은 수녀들’ 송혜교
‘하얼빈’ 현빈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영화 ‘수상한 그녀’ 흥행 10년…K-드라마로 다시 안방 흔들까
일반인 출연자 잇단 스캔들, 검증 문제 도마 위에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사제(師弟)에서 도반(道伴)으로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다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승부’ 42만 동원 2주째 1위…‘로비’ 개봉 첫주 2위
‘승부’ 개봉 첫 주말 1위…‘로비’는 예매율 1위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5년 2월 20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5년 2월 19일
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전체보기]
보사노바 가득한 애니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
김태춘이 만든 다목적 문화공간 ‘국제악기’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5년 4월 8일(음력 3월 11일)
오늘의 운세- 2025년 4월 7일(음력 3월 1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계운별궁에 올리는 고사리가 지체됐다는 ‘승정원일기’ 내용
진달래꽃을 통한의 핏물로 묘사한 조선 중기 권호문

Error loading images. One or more images were not found.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