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위성도 없던 시절, 도시 그림 어떻게 그렸을까

도시의 만화경 - 손세관 지음/도서출판 집/3만2000원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건축·도시 연구한 학자 손세관
- 옛 동서양 15곳 담은 작품 소개
- 도법·시대상 등 꿰뚫는 분석
- 조선 동궐도는 유럽 화풍 접목

우리가 사는 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세상이다. 사진은 기본이고, 더 뛰어난 기술도 있다. 이런 기술이 발명되기 전의 도시들은 어떤 풍경이었을까. 건축과 도시를 연구하는 학자 손세관의 ‘도시의 만화경’에서 옛 도시의 풍경을 볼 수 있다.
‘동궐도’ 오블리크 작도법에 진경산수화 기법을 섞은 이 그림은 빛나는 우리의 국보다. ⓒ고려대학교 박물관·도서출판 집 제공
이 책은 빈 피렌체 베네치아 한양 등 동서양 열다섯 도시의 도시그림을 소개한다. 저자는 대학원 시절부터 중앙대 명예교수인 현재까지 동·서양의 도시와 주거문화에 관해 꾸준히 연구해왔다.

세밀한 도시그림에는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그래서 도시그림을 제대로 이야기하려면 도시 건축 미술 역사를 두루 꿰뚫고 있어야 한다. 저자는 지금까지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그 고백이 틀리지 않을 만큼 도시그림과 이야기가 흥미롭다. 언제 누가 왜 그렸는지, 특징은 무엇인지, 역사적 중요성 등 그림 소개는 기본이다. 그림을 그린 시점을 중심으로 도시의 기원과 성장 및 변화까지 설명한다. 엄선한 450장가량의 도시 그림 덕에 보는 즐거움이 넘친다.

우리 도시의 옛 모습이 궁금해 ‘제14화 서울-12폭 병풍에 담은 19세기 도성 밖 한양의 풍경’부터 펼쳤다. 12폭 병풍 그림은 19세기 초반에 그린 ‘경기감영도’이다. 누가 그렸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림 윗부분에는 안산 인왕산 북악산 삼각산 등 산세가 펼쳐진다.

중앙에는 감영 본관 건물이 있고, 주변의 수많은 민가와 상업시설도 묘사됐다. 돈의문 영은문 모화관 같은 도성 밖 명소도 세세히 그렸고 시민의 다양한 삶과 저잣거리 풍경도 생생하다. 저자는 조선 후기의 생생함을 보여주는 것이 이 그림의 가치라고 설명한다. 또 다른 그림 ‘동궐도’는 창덕궁과 창경궁을 합친 ‘동궐’의 전체 모습을 그렸다. 생생하면서도 아름답게 빛나는 우리의 국보다. 순조 시절 도화서 화원들이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감영도와 동궐도는 같은 방식으로 그렸다. ‘평행사선 부감법’, 서양 표현으로는 ‘오블리크 작도’라고 한다. 유럽에서 시작돼 중국을 거쳐 조선에 전해졌다. 소실점을 무시하고 평행한 직선은 끝까지 평행하게 그리는 기법이다. 사물의 정면을 강조하면서 3차원으로 표현한다. 많은 건물이나 궁궐 같은 집합체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이 두 그림에는 진경산수화 기법도 사용됐다. 건물을 앉히고 남은 여백은 진경산수화로 채워 넣었다. 저자는 서양도법과 조선도법의 절묘한 결합을 보여준 창의적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림을 계속 보고 있으니, 한양 거리 어디쯤 와 있는 기분이 든다.
‘포위된 피렌체’ 1529년 피렌체가 신성로마제국 군대에 10개월 동안 포위된 상황을 조르조 바사리와 제자들이 그린 것이다. ⓒ Palazzo Vecchio, Wikimedia Commons·도서출판 집 제공
서양 도시로 가보자. 16세기에 활동한 탁월한 건축가이자 화가인 조르조 바사리와 제자들이 그린 ‘포위된 피렌체’는 1529년 피렌체가 신성로마제국 군대에 10개월 동안 포위된 상황을 보여준다. 그림의 사실적 묘사에 놀란 코지모 1세의 물음에 대한 바사리의 대답은 이렇다.

“도시 전체를 한 지점에서 그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일단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갑니다. 그곳에서 한 장소를 그린 다음 위치를 옮겨서 다른 장소를 그려가면서 범위를 넓혀갑니다. 그런 다음 한 지점을 정해 그동안 그린 그림을 모아서 녹여내면 자연스러운 도시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바사리는 도시의 높은 곳을 다니면서 여러 장의 그림을 그린 다음 그것을 조합했다. 피렌체를 내려다보는 바사리와 제자들 모습이 상상된다.

이 책은 동서양의 15곳 도시를 담은 그림을 보면서 당대의 미술 사회 역사도 알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저자 손세관 교수는 “이렇게 열다섯 도시를 다 읽고 나면 동서양의 도시 문명을 비교론적 관점에서 이해하게 된다”면서 이 책은 인류가 이룬 “도시문명의 만화경”이라고 말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2. 2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3. 3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4. 4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5. 5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6. 6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7. 7[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8. 8‘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9. 9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10. 10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1. 1‘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2. 2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3. 3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4. 4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5. 5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6. 6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7. 7국정원 “우크라가 北포로 송환 비공개 먼저 요청”(종합)
  8. 8‘김종서함’ 울산 진수식 찾은 이재명 대통령 “자주국방이 주권”
  9. 9靑 정책실장에 하준경 수석, 지방시대위원장에 박정현
  10. 10이 대통령 "전작권 환수로 자주국방 마침표"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3. 3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4. 4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5. 5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6. 6리사이클링·항만운영·담수화…부산 미래산업 이끌 혁신기술
  7. 7주가지수- 2026년 10월 1일
  8. 8부산 연구개발 우수성과- 우수학술 부문
  9. 9부산 연구개발 우수성과- 연구혁신 부문
  10. 10BPA, 5번째 해외 물류거점 구축…베트남 사업 본궤도
  1. 1“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2. 2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3. 3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4. 4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5. 5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6. 6‘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7. 7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8. 8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9. 9“기관장 인선, 유능하면 지역 불문…산은 유치 채널 총동원”
  10. 10검찰 기존 사건 90일 간 수사 가능…대규모 사건이관에 현장혼선 우려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3. 3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4. 4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5. 5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6. 6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7. 7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8. 8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속사권총 우승…한국 25번째 金
  9. 9윤규성, 태권도 품새 금메달…한국 남자 개인전 3연패
  10. 10독립운동가 후손 재일교포 허미미, AG 여자 유도 57㎏급 금메달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미리보는 제31회 BIFF
日 70년史부터 ‘올나잇’ 상영회까지…애니 세계로 초대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