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박물관 동래관에는 청동으로 만든 말과 호랑이 모양의 허리띠 고리가 있다. 청동이라는 재질과 동물 장식 등으로 미루어 볼 때, 권력을 상징하는 위세품으로 인식한다. 그중 이번에는 ‘말 모양 허리띠 고리’(마형대구)를 소개한다. 말은 상서로운 동물로 호랑이처럼 위엄이 있고 용맹스러워 제왕의 덕을 지녔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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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과 공동체의 무사안녕을 기원했던 마형대구. 부산박물관 제공 |
마형대구는 기원전 1세기부터 기원후 4세기까지의 무덤에서 주로 출토된다. 초기의 마형대구는 말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간략화·추상화된다. 대부분 오른쪽을 바라보는 모습의 부조식으로 반만 형상화하였으며, 몸통 앞쪽으로 봉을 내어 갈고리 형태로 만들었다. 이 갈고리에 둥글거나 타원형의 고리를 걸어 고정하게 돼 있다. 뒷면에는 단추와 같은 것을 엉덩이의 반대쪽에 만들어 가죽이나 천에 끼워 고정하도록 했다. 고대인은 평범한 허리띠 고리에 말의 어떤 의미를 활용하여 특별함을 더했을까?
‘역경(易經)’에서 말은 팔괘 중 건괘(乾卦)에 해당하며 하늘을 상징한다. 특히 천마는 ‘하늘을 나는 말’로 신성하게 여겼다. 이는 천마가 죽은 자를 태우고 하늘로 승천한다는 신앙으로 이어졌다. 민간신앙과 무속에서 말은 사악한 기운을 막는 액막이 동물로 인식된다. 말을 무신(武神)으로 여겨 제사를 지내기도 했고, 쇠나 나무로 만든 마상으로 악귀나 병마를 쫓을 수 있다고 믿었다. 불교에서도 말은 특별한 대상이었다. 말은 약사여래(藥師如來)를 호위한 십이지상 중 하나로 나타내거나, 관세음보살의 현신 중 하나인 마두관음(馬頭觀音)으로 표현했다. 결국 말은 예부터 인간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조력자’이자 ‘수호신’으로 여겨졌음을 알 수 있다.
말이 가진 상징성을 통해 마형대구는 권력을 상징함과 함께 개인의 안녕과 풍요로움을 기원하는 도구로 기능했음이 짐작된다. 한편, 최근에는 주거지와 환호(마을을 방어하기 위한 도랑) 등에서 마형대구가 출토되는 사례도 확인된다. 이러한 출토 정황을 통해 마형대구는 개인을 넘어 공동체와 관련한 모종의 의례(儀禮) 행위 도구로 추정되며, 공동체 번영을 도모하기 위한 상징적 물품으로서 의미도 가졌음을 알 수 있다.
마형대구를 통해 추론한 고대인의 인식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시사해주는 바가 있다. 2023년 새해에는 오래전 고대인들이 그러했듯이 나와 가족은 물론 우리가 소속된 공동체의 무사 안녕을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