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계기 ‘트레이너’ 이름 알려
- 지난달 개봉영화 유령 일본어 지도
- 설경구·이병헌 둘다 언어습득 빨라
지난달 18일 개봉한 ‘유령’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항일조직 흑색단의 비밀 스파이를 찾아내는 추리극과 액션이 조화를 이룬 영화다. 특히 설경구 이하늬 박해수 박소담 등의 열연이 돋보였는데, 이들은 어느 영화보다 많은 일본어 대사를 제대로 구사해 박수를 받았다. 그 뒤에는 ‘유령’의 일본어 지도를 맡은 재일동포 3세 배우 공대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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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유령’의 일본어 지도를 맡은 트레이너이자 배우 공대유. 김정록 기자 |
일본에서 배우 및 MC 생활을 하다 2014년부터 한국에서 활동하는 공대유는 일본어 대사가 유독 많았던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2018)의 일본어 검수 및 지도 등을 맡으며 유명해졌다.
최근 서울 용산구 CGV 아이파크몰에서 만난 그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것이다. 당시 일본인 대상 팬 미팅 MC를 하거나 막걸릿집 알바 등을 하며 살고 있었는데, ‘미스터 선샤인’이 제 운명을 많이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처음에 공대유는 ‘미스터 션샤인’에서 일본인 모리 타카시 역을 맡은 배우 김남희를 도와주다가 함께 출연한 유연석까지 돕게 됐다. 그런데 마침 일본어 선생님을 따로 두지 않았던 드라마 제작진이 공대유에게 전체 일본어 검수 및 지도를 제안했고, 더불어 사사키 소좌 역으로도 출연해 한국 시청자들에게 얼굴도 알렸다.
이후 그는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 ‘야차’ ‘한산: 용의 출현’ ‘노량: 죽음의 바다’까지 잇달아 일본어 지도를 하며 영화계에서는 일본어 트레이너로 이름을 알렸다.
그런 뒤 공대유에게 큰 산 하나가 앞에 놓였다. 그 작품은 ‘유령’으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일본인 주인공이 등장하기에 일본어 대사가 너무 많았다. “대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제작진과 미팅할 때 ‘정말 이렇게 일본어로 할 것이냐’고 물어봤을 정도다.” 실제로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은 일본어 대사를 거의 다 하고, 특히 주연인 경호대장 다카하라 카이토 역은 원래 일본 배우가 맡기로 되어 있었으나 코로나19로 여의치 않아 갑자기 박해수가 맡게 됐다.
“촬영까지 2주 동안 박해수 형과 마치 올림픽 선수처럼 합숙하면서 트레이닝을 했다. 쉬운 일본어 대사로 바꾸고, 발음이 안 되는 것도 고쳤다. 동시에 다른 배우들도 지도해야 해서 정말 힘들었다.” 모든 배우들의 일본어 지도를 하느라 감독보다 먼저 이 배우들이 어떤 분위기로 호흡을 맞추겠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고, 그것을 이해영 감독과 공유한 것은 그에게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현장에서 각자 캐릭터를 잡아 연기하는 모습이 기대되고, 어려운 장면을 무사히 넘어가면 너무 기뻤다.”
공대유가 뽑은 일본어 연기를 잘한 배우는 누굴까? “오른쪽이 설경구 형이라면 왼쪽은 이병헌 형이다. 두 분은 다른 길로 외국어 연기를 하는데, 도달하는 곳은 같다”며 “두 분 다 언어 습득이 굉장히 빠르다”고 엄지척했다.
공대유가 일본어 트레이너로 확실하게 자리 잡은 저력은 일본에서 배우 생활을 했고, NHK에서 한글 강좌 프로그램을 진행한 경험 등에서 나왔다.
그는 “배우가 어떻게 캐릭터를 구축하는지 알기에 배우와 함께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일본어를 잘하는 것보다 배우가 어떤 감정으로 일본어를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일본어보다 작품 자체가 좋았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나무보다 숲을 볼 줄 아는 공대유는 현재 ‘범죄도시3’에 이어 라트비아에서 촬영 중인 영화 ‘하얼빈’의 일본어 지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