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스피스 병원 간병사의 기록
- 인간다운 죽음 진지하게 성찰

8일 차가 됐을 때의 일화이다. “몇 시지?” “여섯 시 사십오 분이에요.” “에휴….” “시간이 안 가요?”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할 수 없지 뭐….”

호스피스 활동을 표현한 사진이다. 이 책은 호스피스 병원에서 간병사로 일하는 저자의 체험과 대화를 생생하게 담았다.

같은 날, 이런 일도 일어났다. “한바탕 집에 가는 문제로 술렁이다가 오후 4시쯤 잠이 든 그가 설사를 했다.…냄새가 나서 나는 가림막 커튼을 친 다음 몸을 수그려 귀에 대고 어르신, 바지 좀 살펴볼게요. 나지막이 말했다. 팬티를 건 옷걸이는 침상 머리맡에 보이지 않게끔 널었다. 어느 정도 뒤처리가 끝나자 그가 말한다. 내 평생 처음 있는 일이야…. 그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당혹스러워했다. 그의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나는 ‘이제 시작되었구나’라고 받아들였다.”

‘인간적인 죽음을 위하여’는 임종을 앞둔 88세 노인을 호스피스 병원에서 22일 동안 보살피며 써 내려간 간병사의 기록이다. 저자 유성이 씨의 이력을 살펴보니, 인상 깊다. 그는 서문에 “나는 엄마의 죽음을 계기로 2007년부터 죽음학을 연구하고 박물관, 호스피스병원, 학교 등에서 죽음과 삶을 성찰하는 교육을 하며, 가족과 사별로 인한 상실의 비탄과 애도 과정을 돕는 일에 종사했다”고 썼다. 2020년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저자가 22일 동안 하루 24시간 내내 함께하며 보살피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88세 어르신은 그렇게 돌아가셨다. 그 시간을 기록한 이 책은 살아가는 우리에게 소중하게 다가온다. 우리도 모두 죽기 때문이다. 나이가 많이 들고 죽음이 다가오면 두려울 것이다. 죽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몸은 말을 잘 듣지 않고, 제어조차 하기 힘들고, 언제나 아프겠지. 정신도 가물가물하고 깜빡깜빡하면서 치매나 기억장애 같은 병의 단계로 들어선다.

피해 갈 수 없고 외면할 수 없다. 그러면 불안에 떨고만 있어야 하나. 꼼꼼하고 다정하고 성실하게 ‘그의 마지막 22일’을 담은 이 책이 독자에게 주는 메시지에 주목한다. 외면하지 말고 피하지 말고, 대면하자. ‘인간적인 죽음’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그렇게 하면 ‘좋은 삶’에 관해서도 진지하게 고려하고 실천하게 된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임종을 앞둔 어르신의 마지막 시간을 담은 기록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았다. 저자 유성이는 88세 어르신을 돌보면서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많은 걸 배운다. 이 책은 두 사람이 나눈 ‘대화’이며 저자 유성이의 성장기이다. 책 속에서 저자는 줄곧 자기를 돌아보고 반성하면서 성장한다. ‘인간적인 죽음’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좋은 삶’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