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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의 작은 로마…모차르트·사운드 오브 뮤직의 도시

박선정 소장의 달리 인문여행 <7> 잘츠부르크

  • 박선정 인문학당 달리 소장
  •  |   입력 : 2023-02-19 19:40:11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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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같이 귀한 소금 광산도시로
- 전쟁에 伊·獨 문화 모두 꽃피워
-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등재

- 생가·카페·달콤한 초콜릿까지
- 음악 천재 모차르트 흔적 발견

- 중세 요새 호엔잘츠부르크 성
- 보존 잘된 바로크풍 궁전·정원
- 알프스 설산·잘차흐 강과 조화

잘츠부르크로 가는 열차에서는 매 순간 달라지는 차창 밖 자연 풍광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파노라마 사진처럼 펼쳐지는 알프스산맥 자락과 그 사이 크고 작은 호수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긴 채 넋을 잃고 바라보면 어느새 열차는 잘츠부르크 중앙역에 도착했다.
호엔잘츠부르크 성 뒤쪽에서 내려다 본 도시 모습. 멀리 설산이 보인다.
독일 오스트리아의 국경지대이기도 하며 산으로 둘러싸인 이 작은 도시는 겨울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여행객으로 붐빈다. 이곳에 무엇이 있길래 이렇게 많은 세계인이 찾는 것일까.

잘츠부르크의 역사지구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라는 데서부터 그 이유를 찾아보자. 등재 근거로 “중세로부터 19세기까지 발달해 온 풍부한 도시 구조가 잘 보존 관리되어 있는 곳”이라 명시돼 있다. 또한 “이탈리아와 독일의 문화적 교류에 중요한 역할을 한 도시로서, 두 가지 문화가 지속적으로 교류하면서 양쪽 문화 모두를 꽃피운 도시”임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유네스코가 지적한 것처럼 ‘이곳의 다양한 건축물들이 주는 특이성과 모차르트 출생지로서 갖는 예술과의 연관성’이 잘츠부르크만의 도시 정체성이 된 듯하다.

■소금도시

잘츠부르크라는 이름은 원래 소금을 의미하는 솔트(salt)의 독일식 단어 ‘잘츠’와 ‘성’이라는 뜻의 ‘부르크’에서 유래했다. 오래전 소금이 생산되던 광산에서 비롯된 도시라는 뜻이다. 태초에 바다였던 이 일대는 지각 변동의 기지개를 켜면서 지금의 산맥으로 솟아올랐다. 이후 돌처럼 굳어진 소금은 인류의 역사 초기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이곳을 문명과 교역의 중요한 지점으로 만들었다. 소금은 사람과 동물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성분일 뿐만 아니라 음식의 맛을 내는 데서도 필수 재료이기에 인간의 삶과 문명에서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자원이었다. 그래서 소금이 귀하던 과거에는 금과 소금의 무게가 같이 취급되기도 했으니 소금 생산지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했을지는 짐작할 만하다. 특히 바다와 해변이 멀리 떨어져 있는 유럽 내륙 산간지대에서의 소금 광산이 지녔을 위상은 금 광산에 버금갔을 것이다. 게다가 잘츠부르크에는 도시를 가로지르는 잘차흐 강이 흐르고 있어 채취한 소금을 편리하게 운송할 수 있었다. 그러니 이러한 노다지 땅을 두고 이웃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탐하지 않았을 리가 만무하다. 1611년 발발한 ‘소금 전쟁’이 바로 그것이다.

■아름다운 호엔잘츠부르크 성

호엔잘츠부르크 성이 보이는 잘츠부르크 대성당의 광장. 이곳에서 여름 음악제가 열린다. 황금 구 위의 젊은이가 모차르트라고도 한다.
이곳에는 기원 전에 이미 켈트족이 소금을 캔 흔적이 남아 있기도 하지만, 현재의 아름다운 도시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11세기 경으로 그 시작이 호엔잘츠부르크 성이다. 이 성은 독일 남부의 침략을 대비해서 게프하르트 대주교가 세운 것으로 중부 유럽에서 가장 웅장하며 보존이 잘 되어 있는 요새다. 이후 1300년대에 접어들어 천주교 주교이면서 동시에 제후로서의 권력과 재산을 행사할 수 있었던 주교후가 다스리는 나라가 되면서 잘츠부르크는 현재의 아름다운 도시로 거듭난다. 1803년에 이르러 오스트리아의 한 주가 되기 이전까지의 여러 주교후들은 이곳을 ‘알프스의 작은 로마’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가진 채 바로크풍의 아름다운 궁전, 성당, 정원을 짓는다. 이러한 아름다운 건축물들은 다행히 세계 대전에서도 거의 파괴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알프스의 자연 경관과 함께 잘츠부르크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남을 수 있었다.

도시의 시작이 되었던 호엔잘츠부르크 성은 잘츠부르크 구도심의 어디에서나 시선을 돌리면 눈에 들어오는 중세풍의 성곽이다. 잘츠부르크의 랜드마크로서 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보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성곽을 바라보면서 걸어가는 도심 속 길 위에서 이미 방랑객은 이 특별한 도시의 매력에 매료될 수밖에 없다. 도시의 매력에 빠져 걷다 보면 과하지 않게 단아한 건물들 사이로 난 오래된 골목길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 길에서 종종 마을의 재래시장(길거리 마켓)을 만나는 반가움도 누린다. 길가에 불규칙적으로 늘어선 트럭들에는 현지인들을 위한 소시지와 훈제 고기, 그리고 큼지막한 빵과 싱싱한 생선을 비롯한 다양한 먹거리와 생필품들이 가득하다. 예나 지금이나 마을의 시장은 말 그대로 만남의 장이다. 손에 꾸러미를 들고 그 자리에 선 채 한참을 이야기 나누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방인조차 그들과 인사를 나누고 싶다는 욕구마저 느낀다. 그러고 보니 그 흔한 편의점이나 마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어딜가나 모차르트

모차르트가 태어난 집. 모차르트 게부어하우스(Geburtshaus). 현재는 박물관으로 쓰인다.
성곽을 향해 크고 작은 구도심의 길을 따라가다가 많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건물을 만난다. 모차르트 하우스다. 잘츠부르크에 있는 모차르트 하우스는 두 곳으로 그가 태어난 집인 게부어하우스(Geburtshaus)와 자란 집인 본하우스(Wohnhaus)가 있다. 그러나 굳이 이 두 곳의 모차르트 하우스만이 아니라 모차르트가 숨 쉬고 걸어 다녔을 모든 공간들이 다 모차르트를 기억하는 듯하다. 그러기에 도시 전체가 모차르트 박물관이자 기념품 샵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모차르트 하우스 안을 관람하면서 음악 천재로 남아 있는 그의 흔적들과 삶을 관람한 후 같은 건물에 있는 모짜르트 카페에서 잠시 숨을 돌린다. 길 가던 객을 위해 어떤 메뉴를 권하고 싶냐고 묻자 주인장은 ‘모차르트 멜란지’라는 이름의 커피를 내놓는다. 연하게 내린 커피에 휘핑크림을 얹고 그 위에 다시 우유 거품을 얹은 후 초록 이파리 가루를 뿌려놓은 것으로 빈에서의 ‘비엔나 멜란지’와 유사하지만 ‘이름’이 다르다. 관광산업의 대표 도시답다. 게다가 유럽식의 예쁜 커피잔에는 모차르트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 둥근 초콜릿 하나가 놓여 있다. 모차르트 쿠겔이라는 이름의 초콜릿으로 도시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지역 특산품이자 오스트리아 전체를 대표하는 기념품이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모차르트에서 시작해서 모차르트로 끝나는 듯하다. 글쎄, 과연 그럴까?

■자연과 인간의 공존

모차르트 하우스를 나와 다시 성으로 향하다 보면 좁다란 골목 양쪽으로 작고 예쁜 가게들이 즐비하다. 가게 안 진열품들에 정신을 빼앗긴 채 걷다가 문득 시선을 조금 더 멀리 향한 채 카메라를 드는 순간 가게의 간판들과 골목과 가게들이 유럽의 여느 도시들과 다름을 느낀다. 그 작은 차이는 가게들 앞에 걸려 있는 특이하고 예쁜 철제로 된 수공 간판들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곳이 바로 간판으로 유명한 게트라이데 거리다. 글을 모르는 사람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모양으로 만들어놓은 간판들로 유명하다.

이 예쁜 골목을 지나 좁은 언덕을 올라가다 보면 쿠니풀라 탑승장이 나타난다. 쿠니풀라는 가파른 언덕을 달려 성까지 관광객들을 실어나르는 케이블카를 일컫는 이름이다. 그렇게 올라간 호엔잘츠부르크 성에서 내려다보는 도시의 아름다움은 이 도시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만의 도시가 아님을 말해준다.

멀리 보이는 알프스의 설산과 도시 가운데를 유유히 흐르는 강 줄기,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서민의 주택과 그 사이로 보이는 하늘색 돔 지붕의 대성당, 미라벨·헬브룬 궁전, 그리고 아름다운 정원과 광장이 한 폭의 그림처럼 평화롭고 조화롭게 펼쳐져 있다. 문득, 이것은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든 걸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서로 파괴하거나 빼앗지 말고 함께 공존하며 생명을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도시가 우리에게 그렇게 보여주고 가르치고 있었다.

길을 걸으며 느낀 도시의 첫인상은 밝고 경쾌함이었다. 그 유명한 잘츠부르크 여름 음악제, 부활절 음악제가 아니어도, 잘츠부르크는 그 자체로 한 곡의 바로크 음악 같은 도시다. 고풍스러우면서도 세련되고 다양하면서도 정돈된 도시다. 해리포터 영화에서 나오는 기차를 타고 신기한 마법의 도시에라도 온 듯 이곳에서는 시간이 멈춰 있다.

350만 명이 사는 부산과 비교하면 잘츠부르크는 긴 역사에 비해 15만 명의 적은 인구를 가진 작고 아담한 산골 도시다. 바로 이 도시로 매년 1000만에서 2000만 명의 관광객들이 모이는 데는 우리가 쉽게 정의 내리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는 ‘보존’과 ‘어울림’이라는 마력이 섞여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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