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양식 살려 문화콘텐츠 강화
- 시범운영 주말 500여 명 찾기도
부산 근현대사의 상징적 건물인 중구 옛 부산근대역사관이 휴관 1년 반 만에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으로 1일 개관한다. 근현대 유산을 전시하고 연구하는 역사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 문화콘텐츠를 엮고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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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부산 중구 옛 부산근대역사관이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으로 새롭게 문을 연다. 외부 전경. 김영훈 기자 hoonkeem@kookje.co.kr |
부산근현대역사관은 인접한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본관)와 옛 부산근대역사관(별관)을 연계해 조성하는 역사 복합문화공간이다. 애초 본관과 별관을 동시 개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는 문화재 수리 건축공사 과정에서 기둥과 보에서 균열이 발견된 탓에 보강공사가 필요해 오는 12월로 개관 일정을 늦췄다.
1일 개관과 이튿날 개관 기념행사를 앞두고 분주한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을 28일 찾아갔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 중앙역 5번 출구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이곳은 옛 부산근대역사관 시절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엔타시스식(중간 부분이 약간 굵은 형태) 원형 기둥을 따라 1층 천장 일부를 철거하면서 복층 구조로 개방감을 줬고, 2층 천장 마감재를 제거해 1929년 건축 당시 건물 구조를 그대로 노출했다. 천장 디자인은 동양척식주식회사 평양지점을 참고했다.
본관이 역사관이라면 별관은 책·전시·공연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아키비움(Archives+Museum)’ 콘셉트로 꾸몄다. 소장서 1만 권을 중심으로 꾸민 1층은 ‘대청서가’, 휴식공간인 2층은 ‘대청마루’로 이름 지었다. 소재지가 ‘대청동’이고, 대청마루처럼 사람이 모이길 바라는 마음도 담았다. 대청서가에서는 개관 특별전으로 선보이는 ‘부산의 책-시대의 감정, 지역의 얼굴’이 눈길을 끈다. 1950년대 피란수도 부산에서 출판됐거나 부산을 다룬 단행본·잡지 등 40여 권을 모았다. 한국 멜로드라마의 원류 ‘찔레꽃’ 저자인 부산 문인 김말봉의 소설책 ‘화려한 지옥’과 1952년 부산에서 출발한 종합잡지 ‘사상’ 창간호가 전시됐다. 국내 최장수 문예지 ‘현대문학’의 1954년 4월호도 볼 수 있는데, 여기에는 작가 김동리의 단편소설 ‘밀다원시대’와 이중섭의 그림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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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층 ‘대청서가’ 모습. |
부산근현대역사관 하은지 주무관은 “부산은 전란 속에서도 문학잡지가 출간되고 신진 작가를 길러낸, 한국 근현대 문학사에서 중요한 도시”라며 “전쟁으로 위기에 처했던 문화예술을 잇고 재생시켜준 피란수도 부산의 위상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부산 관련 서적만 모은 ‘부산서가’ 코너가 따로 있다. 공공기관, 박물관 등이 발간한 도록·자료집도 모았다. 피란시절인 1952년 부산에서 찍은 문교부 교과서도 전시된다. 이곳에선 당시 교사·학부모가 인쇄된 종이를 실로 꿰어 썼던 ‘피란기 소책자 만들기’ 키트도 체험할 수 있다.
근현대사를 다룬 1층을 ‘톤다운’된 가구로 엄숙한 분위기로 꾸몄다면, 휴식공간인 2층은 밝은 가구와 사방에 난 창으로 화사하다. 유물은 스크린에 넣어 전시공간을 축소하고, 좀 더 넓은 공간을 시민에게 주고자 했다. 기존 건축양식은 살리면서 문화휴식공간으로 새 단장한 이곳에는 시범운영 기간에도 주말 500~600명이 방문할 정도로 일찌감치 관심이 뜨거웠다. 부산근현대역사관 김기용 관장은 “부산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은 원도심에 있다. 콘텐츠를 찾아내고 인근 문화자원과 함께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는 문화 구심점이 되고자 한다. 당장은 관리·운영팀으로 개관 준비에 중점을 두지만 앞으로 콘텐츠를 발굴하고 엮어내는 전시·연구팀을 보강하려면 인력과 예산 확보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 개관 행사는 2일 오후 3시 열린다. ‘시민의 책탑(冊塔)’ 제막식과 함께 원도심의 과거·현재·미래를 보여주는 미디어아트 ‘창(窓), 역사의 통로’를 선보인다. 이 건물은 1929년 건립된 서구 양식 근대건축물로, 일제강점기에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이었다. 해방 이후 약 50년간 부산 미국문화원으로 운영됐다. 1999년 반환됐고 2006년부터 부산근대역사관으로 활용되다가 2017년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와 함께 박물관으로 조성하기로 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