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우환 김창열 등 거장 작품부터
- 인기 팝아트까지 좋은 구성에도
- 불황 그림자에 거래액 기대 이하
- 관람객수는 오히려 20%나 증가
- 미래 컬렉터 저변 확대 긍정신호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국내 미술시장에 들이닥친 찬바람이 아트페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아트페어는 지난해 국내 1조 미술 시장을 이끈 동력이었다. 올해 첫 국내 대형 아트페어로 관심을 모은 ‘2023 BAMA 제12회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에서는 상당수 미술품이 주인을 만나지 못한 채 화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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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BAMA 제12회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 첫날인 지난 2일 부산 벡스코 행사장이 미술 애호가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
BAMA 마지막 날인 지난 5일, 부산 벡스코 전시장에 부스를 차린 A 지역 화랑 대표는 “사람은 많은데 판매는…”이라며 고개를 연신 가로저었다. 다른 화랑들도 사정과 분위기는 대체로 비슷했다. 부스마다 급속히 얼어붙은 국내 미술 시장의 냉기가 느껴졌다. 이우환 김창열 등 아트페어 단골 작가의 그림부터 MZ세대에 인기 있는 팝아트까지 다양한 미술품을 내놓았지만 ‘판매됐음’을 의미하는 빨간 스티커는 좀처럼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세계 경제 불황으로 올해 미술 시장의 위축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지만, 지난해 ‘벽에 걸기 무섭게 팔린다’던 아트페어에서 차가워진 시장을 실감한 화랑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B 화랑 대표는 “이제 조정기를 지나 침체기로 치닫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쯤이면 곳곳에서 (판매작품을 포장하는) 테이프 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조용하지 않느냐”며 달라진 공기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0월 키아프(KIAF·한국국제아트페어)를 기점으로 미술 시장이 완전히 꺾였다. 다만 해외 아트페어는 여전히 분위기가 좋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은 5월에 열리는 아트부산의 분위기를 봐야 가늠할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판매된 작품을 보면 고가의 블루칩 작가나 대작보다는 수백만 원대 젊은 작가의 작품이나 소품을 중심으로 팔려나갔다. 미술 시장이 관망세에 들어서면서 컬렉터들이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 데다 서울이나 다른 지역 큰손들이 안 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C 화랑 큐레이터는 “문의하는 고객은 많은데 관심에서 구입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은 편”이라며 “지난해에는 서울 고객도 많았는데 올해는 거의 못 만난 듯하다. 당장 다음 달 서울 코엑스에서 화랑미술제가 열리기 때문에 굳이 부산까지 내려오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거래는 줄었지만 관람객은 미술 시장 열기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해보다 더 많이 몰리면서 ‘큰 장(場)’다운 활기를 보였다. 첫날인 지난 2일 오픈런을 시작으로 마지막 날까지 현장은 부스마다 미술품을 하나라도 더 보려는 애호가들로 온종일 북적였다. 주최 측인 부산화랑협회에 따르면 이번 BAMA 누적 관람객은 12만 명으로 지난해 10만 명보다 20% 늘었다.
관람객 증가는 긍정적 시그널이다. 이른바 ‘불장’이었던 지난 2년간 미술 시장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미래의 컬렉터’가 유입된 것으로 본다. 아트페어가 ‘반짝인기’가 아니라 꾸준히 애호가층을 끌어들이는 미술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부산화랑협회가 일찍부터 대중 홍보에 열을 올린 것도 한몫했다. 윤영숙 부산화랑협회장은 “올해 첫 국내 아트페어여서 부담감이 컸다. 부산에서 프리뷰를 열고 광고를 늘리는 등 홍보에 집중했다”며 “관람객 증가는 한국 미술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올해 BAMA에는 국내외 153개 갤러리가 참가해 세계 현대미술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작품 4000여 점을 선보였다.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로 불리는 윤석남 작가의 ‘윤석남 마스터 전’과 지역 예술학과 졸업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디그리쇼 특별전’, 카카오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인 그라운드엑스와 협업한 ‘2030 NEXT ART’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져 미술애호가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