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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대외비’ 주연 조진웅

“정치물로 풀어낸 인간 욕망 이야기…오바마 연설도 참고했죠”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3-03-07 19:34:20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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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2년 부산 배경 첫 정치인役
- 믿었던 국회의원 공천 탈락 뒤
- 권력에 맞선 암투 등 야망 그려

- 이성민과는 벌써 네 번째 호흡
- “연기 너무 잘해 질투나는 배우
- 열정 키워준 연극 다시 하고파”

최근 영화 ‘경관의 피’ ‘사라진 시간’ ‘블랙머니’에 출연하며 듬직한 연기로 무게감을 더한 배우 조진웅이 처음 정치인 역할을 맡은 영화 ‘대외비’(개봉 1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그는 밑바닥 정치 인생을 끝내고자 국회의원 선거에 목숨을 건 인물을 실감 나게 그리며 또 한 번 ‘믿고 보는 조진웅’을 각인했다.
영화 ‘대외비’에서 밑바닥 정치 인생을 끝내고 싶은 만년 국회의원 후보 해웅 역을 맡은 조진웅. 바른 정치의 길을 가려는 모습에서 권력을 향해 돌진하는 해웅까지 극과 극을 오가는 감정선을 폭넓게 표현했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1992년 부산을 배경으로 한 ‘대외비’는 만년 국회의원 후보 해웅과 정치판 숨은 실세 순태, 행동파 조폭 필도가 대한민국을 뒤흔들 비밀문서를 손에 쥐고 판을 뒤집기 위해 벌이는 치열한 쟁탈전을 그린 범죄 드라마다. 2019년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악인전’을 연출한 이원태 감독의 작품으로, 조진웅은 20년간 정치판에서 버티다 국회의원 공천을 앞두고 버려지는 해웅 역을 맡았다.

조진웅과 영화 ‘대장 김창수’를 함께 작업한 이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면서부터 조진웅을 염두에 뒀다. 감정 진폭이 큰 캐릭터를 소화할 배우로 조진웅밖에 떠오르지 않았다”고 밝힐 정도로 맞춤 캐릭터다. 조진웅은 신뢰에 화답하듯 권력을 향해 돌진하는 해웅의 모습을 폭넓게 감정 연기로 표현했다.

사실 ‘대외비’는 2021년 촬영을 마쳤지만, 코로나19로 개봉 시기를 엿보다 조금 늦게 관객과 만나게 됐다. 긴 기다림 끝에 세상에 영화를 내놓은 조진웅은 “촬영 당시에도 팬데믹 상황이라 암묵적으로 ‘개봉을 바로 할 순 없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빨리 선보이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위험한 상황인 걸 알면서도 관객분들께 극장에 오라 말할 순 없지 않느냐.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던 상황이었다”며 늦었지만 관객에게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는 데 감사했다.

조진웅은 “어떤 상황이 와도 극장은 사라지진 않을 것 같다. 극장은 신비한 마법 같은 장치로 이루어진 공간이고 영화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곳은 극장뿐이라 생각한다”며 극장에서 영화를 봐주길 바랐다. ‘대외비’의 배경이 ‘1992년 부산’이라 당시 부산을 떠올리면 무엇이 생각나느냐고 물으니 단박에 “92년은 롯데 자이언츠가 우승했던 해”라고 말할 정도로 부산에 진심인 부산 대표 배우 조진웅과 ‘대외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물러설 곳이 없다

영화 ‘대외비’ 속 해웅(조진웅)과 순태(이성민).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넘나들며 존재감을 뽐낸 조진웅에게 ‘대외비’는 첫 정치 범죄 영화다. 형사나 범인 역은 했지만 정치인을 연기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처음 국회의원이 주인공인 이야기라고 해서 다른 정치 영화와 비슷한 구조가 아닐까 싶었다.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정치나 국회의원은 인간의 욕망을 표현하기 위한 소재일 뿐 인간 군상이 적나라하게 보이는 작품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물이 상황을 끌고 가는 작업에 매력을 느끼는 편인데, 최근 출연한 영화들이 그랬다. ‘대외비’도 상황에 깊이 들어가는 느낌이 있어 좀 매력을 느꼈다”고 최근 진지하고 메시지가 강한 영화에 출연한 이유도 전했다.

‘대외비’에서 초반 해웅은 순수하게 지역 시민을 위해 노력하는 정치인이 되고자 발로 뛴다. 하지만 확실했던 공천에서 밀려나자 권력 실세에 맞서 무소속 출마를 결심하면서 야망의 화신으로 변한다. 당선을 위해서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국 악의 축과 손을 잡는다. 조진웅은 “권력 앞의 해웅은 옳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결국 나쁜 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그런데 권력에 굴하지 않고 어떻게든 계속 나아가려는 것은 해웅의 내면에 있는 어떤 기질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캐릭터를 분석했다. 그리고 “사실 우리가 살면서 강한 권력이 막아서면 좌절하거나 포기하는 수가 많을 것이다. 그런데 해웅은 버티고, 어떻게든 살아나려고 한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배우 조진웅과 정치인 해웅의 비슷한 점은 없을까? 그는 “저도 뒤로 물러날 곳이 없다는 것이 비슷하다. 이 나이에 연기를 그만두면 취직할 수도 없고 무얼 하겠는가. 그래서 촬영 마치고 후회하지 않으려고 항상 최선을 다한다”고 촬영에 임하는 자세를 밝혔다. 그리고 해웅과 가장 비슷한 점은 “다른 의미의 강자(아내)한테 약하다는 것”이라며 웃었다.

■유세 장면과 배우 이성민 이야기

‘대외비’는 정치 영화답게 다른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조진웅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양복 상의만 입고 대중 연설 연습을 하거나 재개발 주민들 앞에서 격정적으로 연설하는 모습은 정치에 진심인 해웅의 모습을 보여준다. 조진웅은 이 장면들에 대해 “연설을 처음 해봤는데, 사람을 모아놓고 하는 강의와는 아예 결이 다르더라. 정말 소신 있는 사람으로서 여러분을 끌고 가겠다는 느낌을 줘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정치인들의 연설을 참고했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연설은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연설이었다. “연설문을 그냥 읽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각색하고 자신만의 호흡으로 만들어서 하더라. 굉장히 세련됐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의미를 벗어나지 않으면 제 호흡과 화법에 맞게 가져가려고 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번 영화의 연기에서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사람은 역시 권력자 순태 역으로 나온 이성민이었다. 그와는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 ‘보안관’ ‘공작’에 이어 벌서 네 번째 작업이다. 조진웅은 “성민이 형님은 ‘열혈장사꾼’(2009)이라는 KBS 드라마에서 조연 배우로 처음 만났다. 당시 형님도 연극을 하시다 드라마로 온 초창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중요한 것은, 저도 그렇지만 형님도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며 연기를 대하는 자세가 변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형님이 순태가 돼서 코앞에서 연기하시는데 저 또한 해웅으로 빠져들게 되더라. 함께하는 장면에서도 무얼 이야기하지 않아도 에너지로 잘 리드해 주셔서 더욱 신명 나게 놀 수 있었다”며 “성민이 형님은 제가 질투 나는 배우다”고 말했다.

■부산, 그리고 연극

‘대외비’는 1992년 부산 해운대가 배경이다. 그래서 부산 촬영이 대부분이었을 것 같은데 대답은 의외였다. 조진웅은 “생각보다 부산 촬영 분량이 많진 않다. 1992년 골목길이나 담벼락 풍경을 찾기 위해 정작 부산보다는 강원도나 거제, 여수 등 제주도 빼고 전국 일주를 한 것 같다”며 웃었다. 물론, 부산 출신인 조진웅에게 부산은 설레는 공간이다. 그는 “부산은 아무래도 항상 가고 싶은 데니까 부산에서 촬영한다고 하면 들뜬다”고 말했다.

경성대 연극영화과를 나와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한 조진웅은 언제나 연극에 대한 애정을 밝혀왔다. 그는 부산에 오면 가끔 대학 및 연극 선후배들과 술자리를 갖는다고 한다. 조진웅은 “저는 고향이 부산이고 부산에 있는 동지들이 편하다. 편하다는 뜻은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정서 시스템이 굉장히 잘 맞춰져 있다는 건데 몇 년 만에 선후배들을 만나도 똑같다. 과거 장면 하나 놓고 밤새 떠들고 그러다 갑자기 일어나 해보기도 하던 열정이 언제나 느껴진다”며 “연극을 하고 싶은데 스케줄 때문에 여의치 않았다. 야외 공연 같은 것도 기획하면 좋을 텐데 그게 쉽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그리고 자신의 천직인 연기에 대해 솔직한 마음을 내보였다. “연기할 때 아주 신명 난다. 천직이라기보다 정말 신나게 놀 수 있는 판이 있으니 좋다. 연기가 괴롭고, 너무 힘들고, 어떤 때는 정말 죽을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술도 마시고, 잠도 못 자고, 연기 끊어야 살 것 같을 때도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여기에서 안 힘든 사람이 있겠는가. 그러다가 신명 나게 놀 때면 이거(연기) 하길 잘했다 한다.” 사는 게 다 똑같다고 하지만 진심으로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조진웅은 참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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