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파업으로 구속된 92년
- 배익천 작가가 선물로 보내
- 불의에 맞선 풀종다리 내용
풀종다리 풀종다리 풀종다리…. 이렇게 읊다 보니 비로소 풀종다리가 풀과 종다리(종달새)가 붙어서 생긴 이름임을 짐작한다. 풀에 사는 종다리. 눈에 잘 안 띌 만큼 작고 약하지만, 소리가 고와서 풀종다리!
배익천 동화작가 쓰고 한병호 작가가 그린 그림책 ‘풀종다리의 노래’가 나왔다. 배익천은 한국 아동문학계의 중요한 작가다. 한국 예술계에서 두루 존경받는 ‘어른’이기도 하다. 197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당선돼 50년 가까이 동화를 썼다. 그가 쓴 ‘꿀벌의 친구’는 만화영화로 만들어졌고 ‘왕거미와 산누에’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다. 그는 부산MBC에서 오래 일하며 ‘어린이문예’를 만들었으며, 한국의 중요한 아동문학상을 많이 받았다. 지금은 경남 고성 숲속에 있는 ‘동시동화나무의 숲’을 가꾸며 계간지 ‘열린아동문학’을 펴낸다.
키큰도토리 출판사가 제공한 ‘풀종다리의 노래’에 관한 보도자료 내용이 눈길을 끈다. 때는 1992년이었다. MBC 노동조합은 공정한 방송을 하는 환경을 만들고자 파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젊은 앵커였던 언론인 손석희 씨도 동참했다. 이 일 탓에 손석희 언론인을 비롯한 노조원 여러 명이 구속됐다. 그때 부산MBC에 몸담고 있던 40대 초반 동화작가 배익천은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는 ‘풀종다리의 노래’라는 동화를 써 손석희 씨에게 보냈다.
구속에서 풀려난 손석희 씨가 집에 갔을 때 책상 위에 이 동화가 놓여 있었고, 내용에 감명받은 그는 1993년 펴낸 자신의 첫 에세이집 제목을 ‘풀종다리의 노래’로 했다고 한다. 배익천 작가가 31년 전 그렇게 쓴 원래의 동화 ‘풀종다리의 노래’는 그의 동화집에 들어가 있다가 이번에 그림책으로 새로 태어났다.
풀종다리는 어느 날 갇힌다. “이 풀숲에서 제일 부드럽고 맛있는 풀은 다 내 것이다”고 으름장을 놓던 고약한 풀무치 대왕이 시킨 일이다. 풀종다리는 풀숲에 사는 여러 곤충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호소를 노래로 지어 그 곤충 친구들의, 그 곤충 친구들을 위한 노래를 즐겨 불렀다. 풀무치 대왕은 풀종다리의 그런 행동이 싫었다. 풀숲 곤충 친구들은 갇힌 풀종다리를 떠올린다. 드디어 스스로 노래하기 시작한다. 아름답고 깊이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