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선조들 꽃 사랑, 한시 한 다발로 가득 피었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 성범중·안순태·노경희 지음/태학사/1만9500원

  •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  |   입력 : 2023-03-16 19:44:08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허난설헌 ‘염지봉선화가’ 등
- 52가지 우리 꽃에 관한 한시
- 저자 3인 우리말 번역하고 해석
- 조선 화가들 생생한 그림 더해

달력이 알려주는 계절은 재미가 없다. 봄에는 남쪽 지방부터 꽃 소식이 올라오고, 가을에는 반대로 단풍 소식이 남쪽으로 내려갈 때 계절은 더 생생하다. 꽃놀이 단풍놀이는 자연을 가까이 느끼고 싶은 본능일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꽃집에서 파는 꽃이나 익숙하게 보고 들어온 꽃 외에는 잘 모른다. 인간이 알아주거나 말거나 한반도 곳곳에서 피어나는 우리 꽃은 각기 계절을 알려 주며 자태를 뽐낸다. 오래전 우리 선조도 사랑하고 아끼며 마음으로 보았던 꽃들이다.

신사임당, ‘초충도’ 중 ‘봉선화와 잠자리’, 강릉율곡기념관. 태학사 제공
우리 꽃을 본 조선 시인의 마음에는 어떤 감흥이 일어났을까. ‘알고 보면 반할 꽃시’는 52가지 우리 꽃에 관하여 조선의 시인들이 읊은 한시(漢詩)를 살펴보는 책이다. 저자인 성범중 안순태 노경희 교수는 모두 울산대 국어국문학부에서 고전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오래전부터 한국한시학회에서 인연을 맺었고, 최근 몇 년간 매주 모여 해당 시기에 피는 꽃을 읊은 한시를 읽고 감상해 왔다. 이번에 성범중 교수의 퇴임을 기념하면서 그동안의 성과를 모아 이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이른 봄부터 늦가을에 이르기까지 계절에 따라 피는 52가지 우리 꽃에 관한 대표적인 한시를 우리말로 번역하고 해설을 수록했다. 우리 꽃의 아름다움을 한시로 읽으면 더 좋겠지만, 우리말로 옮겨진 시를 읽어도 좋다. 꽃에 대한 간략한 정보, 꽃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 세시풍속과 연관된 문헌 기록 등으로 ‘우리의 꽃 문화’를 소개한다. 여기에 조선 화가들의 꽃 그림까지 더해진다. 1913년 개신교 목사였던 남편의 부임지 전남 순천에 와서 그 지역의 야생화를 직접 보고 그린 플로렌스 헤들스턴 크레인이 남긴 책 ‘머나먼 한국의 야생화와 이야기’(1931)의 꽃 그림도 다수 수록했다. 20세기 초 서양 여성의 눈에 비친 우리 꽃은 어떤 아름다움을 지녔을지 짐작해볼 수 있다. 저자들은 출판사에 “꽃다발 같은 책으로 만들어 주세요”라고 부탁했다. 책의 만듦새는 저자들의 바람처럼 아름답다. 52가지 꽃을 한 다발로 섬세하게 묶어낸 것처럼 정성이 보이는 꽃다발 책이다.

심사정, ‘연꽃 핀 못에서 오리 놀다(蓮池遊鴨)’, 호암미술관.
연꽃을 노래한 시 한 편을 소개한다. 고려 말에 태어나 조선의 국가 기틀을 다지고 제도를 확립하는 데 공이 큰 용헌(容軒) 이원(李原, 1368~1429)의 시 ‘연꽃을 읊다(詠蓮·영련)’이다. “물 위로 바람 부니 멀리 향기 퍼지고/ 깨끗하고 곧게 자란 것이 뭇꽃과 다르네./ 생각건대 염계가 당시에 사랑한 것은/ 푸른 잎과 붉은 꽃 때문이 아니었으리.” 진흙에서 피어났으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꼿꼿하게 서 있는 연꽃을 사랑했던 군자의 마음을 담았다.

꽃을 보는 여인의 마음은 허난설헌이 남긴 ‘염지봉선화가(染指 鳳仙花歌)’가 전해준다. “금동이 저녁 이슬 봉선화에 맺히고/ 예쁜 아씨 열 손가락 곱고도 길다네./ 절구로 꽃잎 찧어 배춧잎으로 싸매고/ 등불 앞에서 쌍귀고리 울리며 조심스레 살펴보네./ 새벽에 잠을 깨어 발을 걷어 올리니/ 거울에 비치는 화성의 빛 보이는구나./ 풀잎 뽑을 때면 붉은 범나비 나는 듯하고/ 아쟁 탈 때면 복사꽃 놀라 떨어지는 듯하네./ 분화장 곱게 하고 비단결 머리 손질하면/ 소상강 대나무에 피눈물이 얼룩진 듯하네./ 때때로 붓을 잡고 지는 달을 그리노라면/ 붉은 꽃비가 봄산을 지나는 듯하구나.” 봉선화로 붉게 물들인 아씨의 고운 손톱이 눈에 아른아른 하다. 올 여름에는 봉선화 꽃잎이라도 구하러 나서고 싶어질 지경이다.

옛 시인들은 꽃을 사랑했다. 아름다움을 찬양하기도 하고, 자신의 처지를 꽃에 빗대기도 하고, 고향을 그리워하기도 하고, 백성의 삶을 떠올리기도 했다. 우리 선인들의 삶과 정서는 꽃과 함께 피어나 우리 곁에 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고수하던 4개 구·군, 결국 폐지
  2. 2부산시 “북항에 5만 석 돔 아레나” 유치의향서 제출
  3. 3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4. 4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5. 5“르노 부산, 글로벌 개발·생산거점” 쐐기
  6. 6이태원 악몽 겪고도…서면 ‘만취길’ 대응 탁상공론
  7. 7영도 중리해변 알박기 텐트, 1개 더 늘었다
  8. 8주민이 낸 감사청구서, 피감부서로 떠넘긴 부산시
  9. 9[속보] 대통령비서실, 30억 들여 월평균 11회 여론조사…내용은 비공개
  10. 10[눈높이 사설] 부캉이가 알려준 부산관광의 새로운 가능성
  1. 1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2. 2[속보] 대통령비서실, 30억 들여 월평균 11회 여론조사…내용은 비공개
  3. 3조현, 한미관계 난기류 우려에 “벨트 단단히 매면 돼”
  4. 4민주 “조희대 국정조사 실시”…국힘 “탄핵보다 더 비열”
  5. 5국힘 “공소취소 특검 전에 3+1 조작 특검 국조부터”
  6. 6국감 출석 거부한 지광(국제신문 대주주)에 국회 ‘동행명령’(종합)
  7. 7시설공단 이사장 후보 자진사퇴…田 인사 첫 낙마
  8. 8"농지조사 송 장관이 제안" 이 대통령에 野 "불리해지니 장관 탓"
  9. 9중수청장 “한동훈 딸 의혹 규명 필요”(종합)
  10. 10김정호 "국제신문 100억 체불 지광, 동행명령장 거부시 고발조치"
  1. 1“르노 부산, 글로벌 개발·생산거점” 쐐기
  2. 2애플 ‘아이폰듀오’ 화면 결함 인정, 무상 교체 방침(종합)
  3. 3부산국제금융진흥원장 최병호
  4. 4내년 상반기 재가동…한빛 등 7기도 연장 속도(종합)
  5. 5부산시 벤처펀드 받은 유망기업 ‘쑥쑥’…IPO 도전
  6. 6강연 통역하고 요금 모니터링…관광·마이스산업 AI 바람
  7. 7“임기내 부산 1호 유니콘기업, 기업공개 2건 목표”
  8. 8주가지수- 2026년 10월 27일
  9. 9SK하이닉스, 2026년 3분기 경영실적 발표…매출 104조, 영업이익83조
  10. 1011월 BSI 연속 부정 전망…반도체 전자·통신장비 9개월만에 부정적
  1. 1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고수하던 4개 구·군, 결국 폐지
  2. 2부산시 “북항에 5만 석 돔 아레나” 유치의향서 제출
  3. 3이태원 악몽 겪고도…서면 ‘만취길’ 대응 탁상공론
  4. 4영도 중리해변 알박기 텐트, 1개 더 늘었다
  5. 5주민이 낸 감사청구서, 피감부서로 떠넘긴 부산시
  6. 6[눈높이 사설] 부캉이가 알려준 부산관광의 새로운 가능성
  7. 7동부산 시민 만난 전재수 “산은 유치·동남투자공사 동시 추진”
  8. 8법원 “부하직원 횡령, 감독 안 한 상급자 견책 정당”
  9. 9“국제신문 회생 더이상 미룰 수 없어”…전재수 시장, 지광에 공식서한 보내
  10. 10장애인 학대해 잘려도…실업급여 챙겼다
  1. 1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2. 2‘무관의 제왕’은 옛말…케인 발롱도르 품었다
  3. 3허구연 KBO 총재, 3연임 사실상 성공
  4. 4K리그2 준PO 12월 2일 개최
  5. 5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6. 6올해 딱 한 번 지고 66번 이겼다
  7. 7차준환 계보 잇는 피겨 왕자 서민규
  8. 8똑똑한 ‘데이터 야구’와 수비 강화…개혁의 칼 뽑은 롯데
  9. 9[뭐라노] 데이터 기반 똑똑한 야구·수비강화…롯데의 ‘새판 짜기’
  10. 10[뭐라노] 아직도 '그들만의 체전'?
우리은행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한국문학관 기행
바람처럼 자유로운 김홍신 문학을 ‘건축언어’로 표현한 공간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송현화-Magic Airs
지나-마음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8일 (음 9월 18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7일 (음 9월 17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이여가 가을 보름달을 바라보며 읊은 시
지리산 연곡사를 찾아 시 읊은 매천 황현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