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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46> 동삼동유적 출토 사슴 그림 토기

토기에 새긴 사슴 그림…신석기인 사냥의 간절함 담겨

  • 정주희 부산박물관 학예연구사
  •  |   입력 : 2023-03-20 19:14:48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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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인간의 미적·예술적 감각을 드러내는 수단일 뿐 아니라 구체적인 모양을 통해 생각이나 뜻을 간접으로 전달하는 언어적 기능도 갖는다. 특히 문자가 없었던 선사시대에는 그림이 단순한 사물 묘사가 아닌 특별한 의미를 전달하는 문자와 같은 기능을 했을 것이다. 선사시대 대표적인 바위그림인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장면을 비롯한 각종 그림이 새겨져 있어 선사시대 사람의 생활상과 정신세계를 담은 한 편의 역사적 기록으로 평가된다.
사슴그림토기(동삼동패총). 부산박물관 제공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그림은 신석기시대부터 확인된다. 부산지역에서는 영도구 동삼동유적에서 기원전 3000여 년 전에 해당하는 사슴이 그려진 토기 조각이 발견된 바 있다. 동삼동유적은 기원전 6000년부터 기원전 2000년까지, 약 4000년에 걸쳐 사람들이 먹다 버린 조개가 켜켜이 쌓여 형성된 패총(조개더미) 유적이다. 동삼동유적의 사슴 그림 토기는 부산박물관이 1999년 실시한 발굴조사가 끝난 뒤 300여 개 유물 상자 속 2만여 개 토기 조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찾아냈다.

사슴 그림 토기는 현재 남아있는 크기가 길이 8.7㎝, 너비 12.9㎝에 불과하다. 아가리와 몸체 일부만 남아있어 전체 모습은 불확실하나 형태로 보아 원래는 바닥이 둥근 바리 모양 토기였을 것이다. 현재 토기 표면에는 앞에 선 사슴의 엉덩이와 다리, 뒤에 있는 사슴의 머리부터 몸통이 표현돼 있어 아가리 주위를 돌아가면서 사슴 형상을 그려 나간 것으로 보인다. 그림은 날카로운 도구로 그렸는데 사슴의 특징만 간략하게 묘사하였다. 사다리꼴 몸통과 선으로 간략히 묘사된 뿔, 얼굴, 다리 등은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 표현된 사슴 그림과도 비슷하다.

사슴 그림 토기는 토기를 만든 개인의 예술적 행위였다고 할 수도 있지만, 신석기인의 사슴에 대한 각별한 생각을 나타낸다. 동삼동패총에서는 동물 뼈로 멧돼지 고라니 고래 강치 등 40여 종이 넘게 확인되었는데, 그중에서도 사슴 뼈가 가장 많다. 사슴은 숲과 넓은 평탄지를 오가며 무리 지어 살기 때문에 수렵이 쉽고, 고기의 식용이 가능하며, 뿔 뼈 가죽 등을 각종 도구 재료로 활용할 수 있어 활용도가 매우 높은 동물이었다.

또한 이 토기는 표면에 적색 칠을 하고 문질러 표면을 매끄럽게 한 뒤 그렸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식을 할 때 썼던 토기로 추정된다. 아마도 동삼동유적의 사슴 그림 토기는 사슴 사냥을 기원한 공동체의 간절한 바람을 담아 만들었을 것이다. 우연히 맞이한 사슴 떼가 그들 모두에게 풍요로움을 가져다주었으리라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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